경찰차 안에서 경찰을 향해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는 한 촉법 소년 영상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지난 8일 영상이 올라온 이후, 6일 만에 조회수가 400만을 훌쩍 넘었습니다.

해당 영상은 학생이 경찰차 안에서 직접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데, 자신이 2012년생이라고 말하고 있는 이 학생은 경찰을 향해 반말은 물론이고,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습니다.
공분이 컸습니다. 1만 2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참교육이 필요하다"는 식의 비판적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영상의 진위부터 알아봤습니다. 검색을 통해 해당 영상의 원 출처로 추정되는 틱톡 계정을 확인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이미 삭제된 상태였습니다.
다만, 해당 계정의 다른 영상들을 통해 이 학생이 주로 활동하는 지역을 특정하고, 그 지역 관할 경찰서에 영상의 진위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경찰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경찰청에서 확인한 게 있는지도 알아봤지만 답변은 같았습니다.
사건의 경위와 사후 처리 등을 전해드리고 싶었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그럴 수 있습니다. 영상에 나온 학생이 정말 촉법 소년이었다면,
영상에 나온 대로 경찰에 욕설을 했더라도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형사 미성년자인 촉법 소년은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자연히 해당 혐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테고, 적어도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 기록이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성인이라면 달랐을 겁니다. 제3자가 없는 경찰차 같이 공연성이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경찰에 단순히 욕을 했다고 처벌이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경찰관에게 앙심을 품고 경찰관 가족에게까지 위해를 가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면 협박죄의 요건이 될 수 있습니다. 위 학생은 영상에서 "네 부모도 싹 다 건드려 줄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자세히 따져봐야겠지만, 유사한 판례도 있습니다. 2019년 12월, 행정복지센터에서 한 민원인이 난동을 부렸는데, 이 민원인은 출동한 경찰을 향해 "너 얼굴 기억했다", "널 죽여버리겠다"고 말하고, 경찰차 안에서도 같은 취지의 말을 반복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 협박이라 함은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목적으로 해악을 고지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 이는 위에서 본 기준에 비추어 충분히 공무집행방해죄에서 말하는 '협박'에 해당한다 할 것이지 그 정도가 경미하여 상대방이 전혀 개의치 않을 수준이라고 볼 것이 아니다.
- 수원지방법원 2020. 8. 14. 선고 2019고단8471 판결
이번에는 영상의 확산 과정을 살폈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영상의 확산 과정에 다른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영상, 사실 새로운 영상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지난 5월 퍼졌던 영상이었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논란이 됐었습니다.
과정은 이렇습니다. 지난 5월쯤, 이미 해당 학생이 자신의 틱톡 계정에 영상을 올렸고, 한 방송사가 이를 방송에 내보내면서 공분이 컸습니다. 언론사들도 해당 내용을 인용하며 꽤 많은 기사를 썼습니다.
이 과정은 검색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식의 영상 확산, 그리고 소비 과정이 담고 있는 사회적 의미는 작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미 석달 전 소비가 끝난 영상을 -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 마치 새로운 촉법 소년 관련 사건이 발생한 것처럼 누군가가 다시 올렸고, 역시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습니다. 그렇게 '공분'으로 이어졌습니다. 새로운 '팩트'는 없었는데, 같은 분노만 '재생산' 됐던 셈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촉법 소년 연령 하향이라는 중대한 정책적 과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소년범의 교화 가능성이나 처벌 실효성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 복잡하고 무거운 사안입니다. 어느 때보다 합리적인 토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영상 재활용'은 쳇바퀴같은 분노만 부추기며, 건강한 논의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논의를 일차원적인 '엄벌주의' 여론으로 납작하게 만들어 버릴 위험성이 큽니다.
단순한 분노 표출을 넘어,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한 차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최근, 정부도 촉법 연령 하향과 관련해 여론조사 방침을 밝혔는데, 성숙한 토론이 바탕이 돼야 실효성 있는 여론 수렴도 가능할 테니까요.
(작가 : 김효진, 인턴 : 박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