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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 훼손에 최대 금고 2년…일본서 논란 속 '국기훼손죄' 시행

곽상은 기자

입력 : 2026.08.13 13:43


▲ 지난 2025년 7월 도쿄 미나토구의 참의원 선거 거리연설회장에 항의의 뜻으로 X표시가 된 일장기가 걸려있다.

일본에서 국기인 일장기를 훼손하면 처벌하는 '국기훼손죄법'이 오늘(13일) 논란 끝에 시행됐습니다.

이 법이 논란인 것은 제국주의 전쟁이라는 부끄러운 과거사를 안고 있는 일본에서 자국 국기인 일장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국회를 통과한 '국기의 훼손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오늘 시행됐습니다.

'남에게 현저하게 불쾌감 혹은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으로 공공연하게 국기를 훼손, 제거하거나 더럽힌 행위'에 대해 2년 이하의 구금형 혹은 20만 엔(약 177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입니다.

집권 여당 자민당 등의 법안 제출 의원들은 국회 심의에서 처벌 대상의 예로 '공원이나 공공 도로에서 기세 좋게 (일장기를) 밟아서 진흙투성이로 만드는 것', '스스로 훼손하는 것을 촬영해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라이브로 송출하는 것' 등을 들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나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동영상은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법 제정은 극우성향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가 주도하고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역시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왔습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가 거셌지만, 연립여당이 의석 우위를 바탕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불쾌나 혐오는 주관적인 감정이어서 처벌 대상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왔고, 지금까지 공공연하게 국기를 훼손하는 행위는 극히 적었다며 법 제정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헌법학계에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법 통과 직후에는 헌법학자 199명이 폐지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비판을 무시하고 법 시행이 강행되면서 오프라인에서는 반대 집회가 열리고 온라인에서는 법을 비꼬는 글이 쏟아지는 등 반발이 거셉니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많은 국가도 국기 훼손에 대해 법률로 제재하고 있는데도 유독 일본 내에서 이런 법률에 대한 반발이 큰 배경에는 일장기가 갖는 특수성과 여권의 극우화에 대한 반감이 있습니다.

우리 형법의 경우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손상하는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법을 비웃듯 국기를 가공해 정치적인 메시지를 적어 넣는 '국기훼손 챌린지'가 퍼지고 있습니다.

일장기를 자르거나 일장기에 '인종차별주의자는 바보' 같은 표현을 적어 넣는 영상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리는 식입니다.

오구치 아키히코 변호사는 도쿄신문에 "일본의 전쟁책임을 둘러싼 표현이나 현 정권에 대한 의사 표현으로 국기를 훼손하는 경우 정치범이라며 유죄를 선고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대중운동과 언론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