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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길, 정치의 길..세제개편안 후폭풍 [이브닝 브리핑]

박진호 논설위원

입력 : 2026.08.11 18:44|수정 : 2026.08.11 19:01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불만?..후속 대응이 관건


세제개편안의 중심 내용은 부동산 세금이지만, 뭔가 이상이 있음을 암시하는 신호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개편에서 나왔다. 지난 7일, 대통령이 직접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기존 혜택이 없어지는 부분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이나 면밀한 검토 없이 정책을 진행했다"며 주무부처를 질타했다. '주가누르기 방지' 법안에 대해서도 "왜 본래의 개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제도를 그렇게 설계한 것이냐"며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아한 점이 적지 않다. 세제개편안은 3일에 대대적으로 발표됐고, 이미 당정협의를 마친 상태였다. 무엇보다 '과세정상화'와 '공정과세'를 모토로 이번 법 개정안을 주도한 힘은 청와대와 여권에서 나온 것임을 국민들은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정협의 이전에 청와대와의 조율, 대통령 보고도 있었을 터인데, 행정부 공식발표 후에 나온 반발에 대해 다시 부처를 질타하는 모습이 의아한 것이다. 여당에서도 "재경부는 정신 차려라"라는 발언이 나왔다. 국민들 시선에선 청와대, 여당도 몰랐던 내용을 재경부가 발표했다는 것인지, 당정 협의를 제대로 진행한 것인지 의문이 커진다. 세제개편안 전체에 대한 신뢰성의 문제를 불러오는 형국이다.
8월11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

심상치 않은 임대 시장..전세 대란은 막아야

법안 통과와 시행까지 아직 절차가 남았고, 정부는 후속격인 주택 공급대책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당장 급한 것은 전월세 시장의 불안감이다. 부동산의 '실거주'와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강조해온 현 정부의 방향성에다 구체적인 부동산 세제 개편안까지 나오자 집주인들은 다급해졌다. 한 신문은 "'집 팔리면 나가라'특약까지 썼다"는 세입자의 하소연을 기사 제목으로 냈다. 시장에서는 현실적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는 임대주택의 공급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인데, 이 구조를 손대는 결과가 되다보니 집주인이나 세입자나 모두 당황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선 당장 전월세 물량 부족을 우려한다. 비거주 1주택의 세금 부담이 갑작스럽게 커지면서,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거주하려는 유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늘어난 세금만큼 전세금을 올리거나, 보유세를 매달 충당하기 위해 월세로 전환하는 임대인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임대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지적에 대해 전월세 세입자들의 '월세세액공제를 확대'했다는 점. 또 곧 주택공급확대 대책을 발표한다고 설명하는 중이다. 우선 원천적 대책인 주택공급 대책을 세제개편안보다 먼저 발표하는 것이 시장의 심리 안정에는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주택 공급에는 시간이 걸린다.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후속 대책은 필수적이다. ①정부 개편안에선 2,3년 단계적으로 설정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기간을 수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실거주 복귀나 매도 시점에 대한 다급함을 줄여서 임대 기간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②이미 임대차 계약이 진행 중인 경우, 계약 만료까지 실거주 요건을 면제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임대료 인상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면서 장기임대를 약속하는 다주택자에 대해선 보유세와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는 제도를 일부 부활하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세입자 피해를 막기 위해 우선 고려할 대책들이다.
부동상 세제 개편안 주요 내용

비거주 1주택자라는 '뇌관'..준비는 됐었나?

후폭풍이 거센 배경은 오랜 기간 경제 정의적 기준선이었던 1주택자가 주요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1주택 보유라면 선은 지키고 있다'는 오랜 정서의 저항에 갑작스런 세 부담이 겹쳐 우려가 커진 것이다. 비거주 1주택 보유인 경우에 종부세 공제한도가 9억으로 낮아졌다. 수천 건이 쇄도하고 있는 국민들의 입법 민원의 핵심은 '불가피하게 자기 집에 거주하지 못한 경우에도 세 부담이 커지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정부안은 1년 넘게 거주 중인 주택에서 부득이한 사유로 다른 시·군으로 이전한 경우, 비거주 기간을 최장 3년까지 거주기간으로 인정해주도록 하고 있다. 취학, 직장 변경, 질병 치료,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전학, 근무상 형편으로 인한 출국, 부모 봉양 등을 명시했다.

비거주 1주택 사례의 요구는 보다 현실적 삶에 기반을 둔 것들인데, 대표적인 것이 육아나 가족 돌봄에 따른 비거주도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민원이 많다.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기 위해 맞벌이 자녀가 사는 지역으로 이사하고 자기 집은 세를 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는 목소리다. 또 해외 파견이나 육아 기간 등이 3년을 넘는 경우가 많으므로 3년을 초과한 기간도 거주기간으로 쳐달라는 요구도 잇따랐다. 또 '다른 시-군으로 이전한 경우'라는 조건도 현실적으로 문턱이 높다는 반응이다.
고령층 1주택자에 대한 대책
또 하나는 고령층 고가주택 보유자의 경우이다. 단순화해서 보면, 정부 추진안은 종부세에 대해 시가 20억 원 이하는 비과세, 20~30억 원은 현재보다 세 부담 감소, 30~40억 원은 과세 정상화, 40억 원 이상은 크게 늘어나는 구조이다. 은퇴 연령을 넘은 고령층은 장기 거주에 따라 집값이 크게 상승한 사례가 많은데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도 많다는 민원이다. 정부는 65세 이상으로 수도권 주택을 처분하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는 경우, 양도세를 최대 50% 감면하고, 주택처분이나 상속 시점까지 세금 납부를 '유예'하는 요건을 완화하는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복지·의료여건상 지방 이주를 원하거나 가능한 사례가 많지 않을 거라는 예상과 함께, 납부 유예 소득요건을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육아·양육에 따른 비거주도 예외로 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서울 등에서 실제로 거주하지 않으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이는 '갭 투자'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가장 많은 민원요소이기 때문에 법 제정과정에서 조율 가능성은 남아있다. 결과적으로 예상되는 파장에 비해 준비 시간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이 나온다.

이 와중에 국장 유도?..2030의 이탈 위기

ISA는 파격적인 비과세 혜택이 장점이다. 의무가입기간 3년이 지나도 순이익 중에 200만원까지 비과세하고, 나머지 순이익에 대해서도 금융소득세율 15.4%보다 낮은 9.9% 세율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또 만기를 연장하면 관련 세금을 유예(과세이연)하는 효과도 맞물려, 직장인들과 젊은 층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어왔다. 정부 개편안은 연 2천만 원의 납입한도를 다음 해로 이월해 납입하는 것을 막고, 만기도 최대 5년으로 제한하면서 반발이 커졌다. '약속한 혜택을 왜 바꾸느냐?'는 불만이다.

여기에 새로 출시한다는 '생산적 금융 ISA'는 이자와 배당 수익의 전액 비과세라는 혜택을 적용했지만, 국내 주식과 국내주식형 펀드만 투자대상이라는 점이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손실을 본 투자자가 많아졌고, 이를 피해 서학개미 투자규모가 늘어나는 상황에 정부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국장 투자를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층의 반발이 큰 분위기란 점에서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고 나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으로 보면 기존 ISA 계좌의 혜택을 유지하는 것으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세제개편안의 전반적인 신뢰성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8월11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

정책의 길과 정치의 길..'현실성 검증' 존중해야

세제개편안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자 재정경제부는 지난 주 언론인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열어 취지와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질문 중엔 "부동산 대책은 아니라면서 세금으로 너무 많은 일을 하려는 게 아닌가?", "이번 정책이 가져올 영향들에 대해 정부가 상당부분 예상하고 있는가?"는 취지의 질문이 나왔다. 주목된 질문은 "청와대의 정책 의도와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논의과정에서 재경부의 의견을 반영한 내용은 어떤 것들인가?"라는 것이었다.

이번 개편안의 큰 그림은 부동산 관련 과세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으로 전환한다는 것, 비거주인 주택보유와 초고가 주택에 대한 세금을 강화해 공정과세를 이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의 오랜 원칙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이런 큰 변화를 단기간에 정책 관료들이 감당하기엔 무리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용이 복잡해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하는데다, 부작용이 예상되는 부분에 대해선 '유예'나 '예외'를 덧붙여 보강하는 식의 땜질식 처방을 피할 수 없었을 거란 추측이다. 한마디로 정치의 과속을 정책이 따라잡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관료들의 현실성 검증과 의견은 비중 있게 받아들여졌는가? 담당 부처를 질책하기 전에 짚어 봐야할 부분이다. 정치의 역할은 시대정신을 읽고 방향성을 설정한 뒤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설득하는 것을 넘어 최종 책임을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8월11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