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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까지 비 안 오면 농사 포기할 판"…바짝 타는 경남 농심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8.11 05:30


▲ 바닥이 갈라진 저수지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처서(23일)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올해 농사는 다 포기해야 할 판이라예. 여기서 40년 농사지었는데, 이래 가문 건 처음 아입니꺼."

어제(10일) 오전 10시 30분 경남 밀양시 무안면 웅동리.

뙤약볕 아래 쩍쩍 갈라진 논바닥을 바라보던 농민 진 모(76·여)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곳에서 40년 넘게 벼, 고구마, 콩 등을 재배해온 진 씨는 "급수차가 하루 몇 차례씩 물을 갖다 부어도 땅이 워낙 말라 갈라져 기별도 안 간다"고 토로했습니다.

다가오는 처서 무렵에는 벼가 이삭을 내야 하지만, 며칠 내로 흠뻑 비가 쏟아지지 않으면 한 해 결실을 살려낼 방도가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났습니다.

실제 이날 논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심하게 갈라져 있었고, 푸르게 자라야 할 벼 일부는 잎끝이 누렇게 변한 채 힘없이 늘어져 있었습니다.

지난 8∼9일 밀양지역에 1.1㎜의 비가 내렸지만, 농민들은 "턱도 없는 수준"이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같은 마을 농민 최 모(84·남) 씨는 "지금이 벼에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때"라며 "이때 물이 없으면 벼가 제대로 영글지 못하고 쭉정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심한 곳은 이미 벼가 다 말라버렸다며, 비가 오지 않으니 어떻게든 물을 끌어다 논에 대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호소한 뒤 씁쓸하게 담배 연기를 내뿜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마을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웅동저수지의 이날 저수율은 2.6%에 불과했습니다.

평년 저수율 72.7%와 비교하면 3.6% 수준입니다.

저수지 깊이를 표시하는 수위표는 물 밖에 덩그러니 드러나 있었고, 그 아래에는 얕은 물만 남았습니다.

물이 없어 드러난 저수지 바닥 역시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모습이었습니다.

한참 저수지를 바라보던 농민 김 모(67·남) 씨는 "50년째 농사를 지었는데 7∼8년에 한 번씩 가뭄이 오기는 해도 올해가 가장 심하다"며 "비가 찔끔 와서는 안 되고 시원하게 쏟아져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벼농사뿐만 아니라 밭농사도 비상입니다.

밀양시 산외면, 단장면에 위치한 비닐하우스 깻잎 농가는 관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비교적 상황이 낫지만, 노지 밭에서 깻잎을 키우는 농가들은 턱없이 부족한 물 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한낮 기온이 32도를 기록한 인근 창녕군의 상황도 엇비슷했습니다.

전평마을 일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옥천저수지의 저수율은 1.9%까지 떨어졌습니다.

평년 저수율 79.9%의 2.3% 수준으로, 저수지에는 가느다란 물길만 남았고 대부분 수분이 말라붙어 회색빛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창녕에서 만난 한 농민은 갈색으로 변한 자신의 논 사진을 보여주며 "갈색으로 변한 벼는 이미 다 버린 벼"라며 "오늘 하늘에 햇무리가 예쁘게 떴는데 시원하게 비라도 내려줬으면 한다"고 간절히 바랐습니다.

경남지역 농업용수 사정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밀양에 이어 이날 함안, 거제도 농업용수 가뭄 '심각'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전국에서 농업용수 가뭄이 심각 단계인 지역은 현재 이들 3개 시군뿐입니다.

가뭄 상황은 주민들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광역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통영, 고성 섬 지역 등 26개 마을에서는 밤 시간대 제한급수를 하거나 급수선, 병물 등을 동원해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경남도와 한국농어촌공사는 낙동강과 하천의 물을 끌어올리고 지하수와 급수차를 동원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등 가뭄 대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