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 방위사업수사부가 방사청 직원 A 씨와 LIG D&A 고위 임원 B 씨를 뇌물 혐의로 각각 구속했습니다. 검찰이 A 씨와 B 씨 사이에서 수억 원대의 뇌물이 오고 간 혐의를 짚어냈고, 법원이 이들의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방사청 직원과 방산 대기업 고위 임원이 직접 연결되는 이런 뇌물 사건은 과거 방산 비리로 시끌벅적했던 시절에도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방사청 대변인은 어제(10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이라고 불렀습니다. 돌아가는 사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방사청 A 씨는 일명 KK로 불리는 방사청 내 사조직의 일원으로 지목됩니다. KK는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기를 잘 하기로 유명합니다. LIG D&A의 B 씨는 회사의 넘버투, 부사장급입니다. 개인 일탈로 보기에는 연루자들의 사이즈가 너무 크고, 또 혐의가 뇌물입니다.

수사, 재판의 향배와 별개로 방산업계의 관심은 LIG D&A에 대한 행정 처벌 수위입니다. 방사청은 행정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계약심의위원회를 LIG D&A의 B씨가 기소된 뒤에 개최할 방침입니다. 엄정하게 잣대를 들이대면 부정당 제재 후 추가 벌점 부과이고, 유연하게 해석하면 과징금 부과입니다. 방사청이 A 씨와 B 씨의 사건을 방산 비리로 보느냐, 개인 일탈로 보느냐에 따라 계약심의위의 판단이 갈릴 전망입니다.
KK와 부사장…등장인물들의 남다른 사이즈
영남에서도 산업단지가 발달된 지역의 특정 고등학교와 특정 대학교를 졸업한 ROTC 장교 출신 방사청 직원들을 학교 이니셜을 따서 KK라고 부릅니다. KK는 결속력이 높기로 정평이 났습니다. 방사청뿐 아니라, 방위사업 관련 여러 정부기관에 KK는 널리 퍼져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체로부터 뇌물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방사청 A 씨는 KK에 속합니다. 방사청 관계자들은 "A 씨는 방사청에서도 한직을 맡고 있어서 돈 받고 업체에 특혜 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A 씨가 KK라면 눈을 닦고 다시 쳐다봐야 합니다. KK의 다른 멤버들이 음으로 양으로 A 씨를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원지검은 A 씨 외에도 방사청 직원 몇 명을 더 겨냥하고 있다는데 KK 관련자들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A 씨 뇌물 혐의 사건의 상대편으로 구속된 LIG D&A B 씨의 공식 직책은 부문장입니다. LIG D&A에 네댓 명 있는 직책으로 대표이사 바로 밑 부사장급입니다. 방산 대기업의 부사장이 방사청 직원 뇌물 혐의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사례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LIG D&A 본부장 직책의 C 씨도 검찰의 수사 대상입니다. 상무급입니다. 방산 대기업의 거물 두명이 방사청 직원 뇌물 혐의에 엮였다는 점을 방산업계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부정당 제재 vs 과징금…사건의 무게와 그들의 희망사항
LIG D&A 사건을 다룰 방사청 계약심의위는 B 씨의 기소를 기점으로 개최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기소 후 또는 1심 판결 이후의 조건을 놓고 검토한 결과, 기소 후 계약심의위를 열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달 중 기소되면 다음 달에는 계약심의위가 열립니다. 억대 뇌물 혐의의 경우, 2년 간 부정당 제재 후 추가로 몇 년간 벌점 부과가 계약심의위의 일반적인 결정입니다.
방사청과 LIG D&A 쪽에서는 돈으로 막을 수 있는 과징금 부과에 희망을 거는 눈치입니다. 양측의 공통 이익은 사건의 파장을 가능한 한 줄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정당 제재, 벌점 부과시 국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때, 또는 국가 사업에서 경쟁입찰이 어려워질 때 등의 경우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의 관련 법 조항을 믿는 것으로 보입니다.
방사청이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이라고 부르는 것도 과징금 부과를 위한 빌드업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건이 소소하다고 널리 인식돼야만 처벌도 은근히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사건 연루자들의 면면이 대단합니다. 언론에 보도된 뇌물 액수는 4.6억 원+α입니다. 천문학적 액수의 무기 사업을 놓고 벌어진 비리입니다. 온정으로 보듬을 수 있는 사건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의견이 방산업계에서 우세합니다.
방사청이 상기해야 할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기밀 탈취 사건입니다. KDDX 사업의 진행이 지지부진했고, 논쟁과 논란이 심했던 것을 두고 언론들은 업체간 과열 경쟁 탓이라고 보도했지만 사실은 한 조선업체의 역대급 기밀 탈취 범죄와 방사청의 강자 봐주기 때문에 생긴 사태였습니다. 방사청이 정신 바짝 안 차리면 KDDX 사업의 재탕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