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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조 원 서울 버스 통상임금 소송 '본 게임' 오는 27일 첫 판결

윤나라 기자

입력 : 2026.08.10 10:21


▲ 서울 시내버스가 파업한 올해 1월 서울역 근처 갈월동 버스정류장 전광판에 '버스 운행 중단' 안내문이 표시된 모습

서울 시내버스 파업 불씨가 됐던 통상임금 소송의 '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총액 최대 1조 원대 소송 중 일부에 대한 첫 1심 판결이 이달 말 나옵니다.

이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대법원 판단이 내려졌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세부 쟁점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5천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걸려 있어 주목됩니다.

서울 버스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구광현 부장판사)는 이달 27일 선진운수를 비롯한 10개 버스 회사의 근로자 총 1천793명이 2023년 7월 각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 10건의 판결을 선고합니다.

앞서 동아운수 근로자들이 2015년 6월 제기해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소송이 법원 판단을 가늠하게 할 일종의 '전초전'이었다면, 이번 소송은 실제 당사자들이 제기한 것인 만큼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큽니다.

서울 64개 버스회사 근로자들은 서울서부지법 외에도 서울 내 4개의 다른 지방법원(서울중앙·동부·남부·북부지법)과 수원지법 성남·안산지원 등 6개의 법원에도 각 회사를 상대로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근로자들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더해 산정한 각종 수당과 기존에 지급한 수당의 차액을 청구했습니다.

이는 '고정성'이 없어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2024년 12월 판단에 부합합니다.

다만 정기상여금을 2023∼2024년 임금에도 소급해 반영할 것인지, 정기상여금을 더한 통상임금을 몇분의 1로 나눠 시간급을 도출할지가 쟁점으로 남았습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2024년 12월 19일 이후부터 새 법리를 적용하되, 선고일에 이미 접수돼 다투고 있는 사건만 소급해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법리 변경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는 취지입니다.

서울 버스회사 근로자들이 소송을 낸 시점은 새로운 판례가 정립되기 이전인 2023년 7월인 만큼 소급 인정 대상입니다.

문제는 당초 근로자들이 소송을 낼 당시 2020∼2022년 임금만 청구했으나 대법원 판례가 나온 이후인 2025년 청구 취지를 확장해 2023∼2024년 임금에 대해서도 새 법리 적용을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근로자들이 대법 판결 이후 별도로 소송을 제기했다면 2023∼2024년 임금에는 새로운 법리를 소급 적용할 수 없지만, 기존 소송의 청구 취지를 확장한 것을 인정할 것인지는 법원 판단이 필요합니다.

서울 은평구 수색동 버스 차고지에 버스들이 주차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월 단위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을 시간당 얼마로 볼지 계산하는 데 쓰이는 '기준 시간' 역시 쟁점입니다.

기준 시간이 짧을수록 시간급(시간당 임금)이 커지고,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각종 수당도 커집니다.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인 월 176시간을 기준 시간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버스회사들은 근로 형태를 고려하면 월 230시간 또는 아무리 많아도 월 209시간이 기준 시간이라고 맞섭니다.

이에 관한 법원의 판단은 현재까지 중구난방입니다.

각 지역에서 제기된 소송에서 제각각 결론이 나와 아직 통일된 판례가 없습니다.

서울 시내버스 회사인 동아운수가 제기한 소송의 2심은 기준 시간을 176시간으로 인정해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고, 올해 4월 대법원 소부 판결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 판단 없이 다른 부분만 파기했습니다.

반면 부산 시내버스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1심은 209시간을 기준 시간으로 인정했고, 올해 7월 9일 선고된 2심은 230시간을 기준 시간으로 인정했습니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역시 작년 9월 비슷한 사건에서 230시간을 인정했습니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서울시버스조합) 관계자는 "부산은 버스회사의 근로 형태가 서울과 거의 똑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건이 비슷한데도 들쭉날쭉한 판결이 나온 것입니다.

서울시버스조합은 근로자 약 1만 7천 명이 제기한 모든 소송에서 근로자들의 주장대로 기준 시간이 176시간으로 인정되고 2023∼2024년 임금까지 통상임금까지 반영되면 총 1조 216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합니다.

반면 회사 측 주장이 받아들여져 기준 시간이 230시간으로 인정되고 2023∼2024년 임금은 새로운 통상임금 법리를 적용하지 않으면 약 5천266억 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두 쟁점의 판단에 따른 차액이 약 4천950억 원에 달합니다.

통상임금 갈등은 올해 초 서울 시내버스가 역대 최장인 2일 동안 파업하는 불씨가 됐습니다.

당시 노사는 달라진 통상임금을 반영해 임금 체계를 개편할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가 결국 개편을 미뤘습니다.

판결에 따라 불어난 시내버스 회사들 부담은 고스란히 공공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좁니다.

서울의 시내버스는 2004년부터 준공영제로 운영돼 적자가 발생하면 서울시가 재정을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버스조합은 올해 5월과 7월 각각 시에 공문을 보내 "시급히 예산을 측정해 통상임금 증가분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시는 1차 공문에 "재정 지원에 관한 적법성과 보조금 지원의 타당성 등을 검토 중", 2차 공문에 "관련 법령과 조례에 따른 검토를 거쳐 추후 그에 관한 입장과 지원 여부 내지 지원액 등을 회신할 예정"이라고 회신을 보냈습니다.

버스 회사들은 최대 1조 원에 달하는 통상임금 증가분을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시의 지원이 없으면 버스 운행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버스조합 관계자는 "통상임금 증가분 해결은 업계의 존폐가 달려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서울시를 상대로 지원받기 위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