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군인들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전사자 가족에게 지급되는 막대한 보상금을 노린 결혼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군인이 전사하면 직계 가족은 군으로부터 최소 500만 루블, 우리 돈 약 8천840만 원에 이르는 보상금을 일시불로 받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일명 '검은 과부(블랙 위도우)'라 불리는 사기꾼들에게 악용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여성이 위장 결혼 후 전쟁터에 보낸 새 남편이 사망하면 다른 친족들을 배제하고 보상금을 챙기는 방식입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크렘린궁은 신병들의 사기를 높이고 이들에게 전투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결혼을 적극 권장해 왔습니다.
당국은 신병들이 일반적인 대기 기간을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결혼할 수 있게 지원했으며, 절차를 단순화하기 위해 지방 정부 주최로 합동결혼식도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참전 군인의 최전선 생존율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거액의 보상금을 챙기는 범죄가 생겨났습니다.
CNN은 59세 아버지가 가족도 모르게 22세 연하 여성과 결혼하고서 이틀 후 입대해 최전선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 마리아 씨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마리아 씨와 일면식도 없는 아버지의 새 아내는 법적 직계 친족이 돼 전사 보상금을 수령할 자격을 얻었습니다.
아버지가 살던 아파트도 이미 매각된 상태였고, 법적 미망인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러시아 언론에 보도된 대표적인 '검은 과부' 사건 중에는 군 병원에서 근무하던 한 간호사가 부상병 5명이 사망하기 전 이들과 결혼해 보상금을 챙긴 혐의로 해고된 사건도 있습니다.
군 관계자들이 여성들과 공모해 신규 입대한 남편을 위험한 임무에 투입한 뒤 사망 시 보상금을 나눠 가지려고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팟캐스트 영상을 통해 최전선에 배치될 신병과의 결혼을 부동산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소개했다가 기소돼 사회봉사 명령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러시아인들의 삶에 심각한 여파를 미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범죄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며, 정부 차원의 단속을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레오니드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의원은 '검은 과부' 범죄가 이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특별군사작전 참가자들의 가족은 뻔뻔한 범죄자들, 보상금을 노리는 금융 및 보이스피싱 사기꾼들과 포식자들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