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깨 수확하는 계절근로자
"한국 여름은 바람도 안 불고 숨이 막혀요. 캄보디아보다 더 더워요"
폭염특보가 2주째 이어지고 한낮 기온이 35도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보되는 등 폭염의 기세가 등등한 4일.
충북 충주의 한 노지 참깨 수확 현장에서 캄보디아 국적의 계절근로자 낙(39) 씨는 하얀 소금기로 얼룩진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무더운 낮시간을 피해 오전 6시부터 일을 시작한 그는 동료 근로자 3명과 함께 200평 규모의 밭에서 참깨를 수확했습니다.
뙤약볕이 피부에 닿으면 오히려 더 뜨겁다며 긴팔과 긴바지에 장화까지 챙겨 신은 이들은 낫으로 참깨를 베고 한 움큼씩 묶는 고된 작업을 쉼 없이 이어갔습니다.
중간중간 컨테이너 그늘에서 땀을 식히기도 했지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금세 다시 밭으로 나와 낫을 들었습니다.
선풍기가 달린 에어 재킷을 입고 나뭇가지에 양산을 묶어 간이 그늘막도 만들어봤지만 내리쬐는 햇볕과 아스팔트 못지않게 달궈진 밭에서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정부는 작업장마다 그늘막을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고령층이 많은 농촌에서는 천막을 설치할 힘이 부족한 데다 밭마다 작물이 빼곡히 심겨 있어 그늘막을 세울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농민들은 그늘막 대신 근로자들을 매시간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있는 창고로 데려가 쉬게 하거나 아이스박스에 담아온 얼음물을 나눠주는 등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얼굴에 흐르는 땀을 연신 훔치던 참깨밭 주인 오 모(51) 씨는 "날 씨가 서서히 더워지면 몸도 적응할 텐데 갑자기 더워지니까 너무 힘들다"며 "2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번 여름이 유독 더 힘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수확을 마친 근로자들은 점심을 먹은 뒤 참깨 묶음을 비닐하우스로 옮기는 일을 이어갔습니다.
사방이 비닐로 막혀 바람이 통하지 않는 비닐하우스는 잠시만 들어가도 숨이 턱턱 막히면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질 정도로 무덥습니다.
3년째 공공형 계절근로자로 입국했다는 캄보디아인 시나(39) 씨는 "한국에 자주 오면 적응될 줄 알았는데 매년 똑같이 더운 것 같다"며 "대구나 다른 지역에 가봤는데 어디를 가도 똑같이 더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충북도에 따르면 올여름 온열질환자 발생 상황을 집계하기 시작한 5월 15일부터 전날까지 누적 환자 수는 92명입니다.
지역별로는 청주가 33명으로 가장 많고, 제천 11명, 괴산 10명, 옥천·영동 각 8명, 음성 7명, 충주 5명, 보은 4명, 단양·진천 각 3명입니다.
장소별로 살펴보면 실외 작업장이 73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충북도 관계자는 "당분간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작업 시 근로자들에게 물을 충분히 제공하고 개인 보냉 장구도 지급할 필요도 있다"며 "폭염 특보가 발령되면 작업 시간대를 조정하는 등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지러움이나 두통 등 온열질환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한 뒤 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