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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덮친 역대급 폭염·가뭄… '말라버린 물줄기' 경제도 타격

곽상은 기자

입력 : 2026.08.04 11:16


▲ 바닥을 드러낸 유럽의 라인강

유럽의 일상적 경제활동이 폭염과 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대륙의 젖줄인 다뉴브강과 라인강 수위가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낮아져 농업, 전력생산, 물류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보호무역 확산과 지정학적 악재로 그렇지 않아도 억눌린 경제성장세가 더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3일 B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독일 서부 쾰른과 네덜란드 로비트에서 측정된 라인강 수위가 관측 이래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독일에서 흑해로 흐르는 다뉴브강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한 나치 군함 잔해와 매머드 유해가 모습을 드러낼 정도입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인 포강도 연일 최저수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강줄기가 이처럼 말라붙은 건 폭염을 동반한 극심한 가뭄 탓입니다.

뜨거운 날씨에 비마저 내리지 않으면서 화물선 좌초 위험 때문에 물류가 마비되고 농작물이 말라 비틀어지며 관광업도 고사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세르비아와 루마니아, 헝가리 등에서는 전력공급 차질도 본격화했습니다.

헝가리는 자국 전력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팍스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차례로 중단하고 있습니다.

원전 냉각수를 끌어와야 하는 다뉴브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필요한 수준을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헝가리는 기업과 시민들의 자발적 전력 소비 절감을 통해 원전 가동 중단 시일을 근근이 연장해가고 있습니다.

팍스 원전의 현재 전력 생산량은 1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루마니아는 원전 냉각수 확보를 위해 다뉴브강 암반을 폭파해 물길을 바꿨습니다.

가뭄으로 가동이 일부 중단된 체르나보다 원자로가 있는 수로에 더 많은 물을 보내기 위해섭니다.

루마니아에 있는 포드와 다치아 자동차 공장 두 곳은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2주 이상 생산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세르비아는 물 부족으로 냉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지면서 석탄화력발전소 발전량을 줄였습니다.

가늘어진 물줄기는 물류망도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붐비는 내륙수로인 라인강의 대표적인 병목 구간인 독일 카우프의 항행 가능 수심은 31일 기준 2018년 최저 기록인 25cm까지 떨어졌습니다.

수심이 낮아지면서 화물선은 평소 적재량의 20∼30%밖에 싣지 못하고 있습니다.

적재량이 줄어들면 화물 운송을 위해 더 많은 선박을 동원해야 해 운임이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운송비용은 한 달 전보다 3배로 뛰는 등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독일 철강업체 티센크루프는 수위 저하로 대형 바지선 운항이 어려워지자 뒤스부르크 제철소의 쇳물 생산을 줄였습니다.

독일 수로·해운청은 카우프의 항행 가능 수심이 이주 후반에는 20cm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운송 제한에 따른 경제적 타격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포강의 수위가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식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포강 하구의 유량이 줄어들면서 바닷물이 강바닥으로 유입돼 생태계 교란이 발생한 것은 물론 농업용수 부족 우려도 제기됩니다.

유럽연합(EU)은 장기간 지속된 건조한 날씨가 유럽 전역의 농작물 수확량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관광산업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불가리아에서는 다뉴브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지난주 크루즈선이 모래톱에 좌초돼 승객 186명이 육지로 대피했습니다.

크루즈 업체들은 다뉴브강 등에서의 운항을 취소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가뭄에 따른 타격이 확산할 경우 경제성장률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네덜란드 ING 은행의 카르스텐 브레츠키 거시경제팀장은 가뭄에 따른 물류 차질 등이 단시간에 해소되지 않으면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앞서 예측했던 0.8%가 아닌 0.5%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킬세계경제연구소는 물류 동맥 역할을 하는 라인강 가뭄이 3분기 독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1∼0.2%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킬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독일은 2018년에도 극심한 가뭄으로 경제성장율이 0.4%포인트 가까이 감소한 바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