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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50년대 유명 정치깡패 이정재의 이른바 '동대문파'를 계승한다며 조직을 결성한 뒤 집단 패싸움을 일삼은 폭력배 40여 명이 얼마 전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일반 불량배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비디오머그 조기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갑자기 엘리베이터 앞에 도열하는 무리.
박자를 쪼개가며 무슨 인사를 저렇게 하나 싶었는데,
[배은철/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 2계장 : 엘리베이터 타죠? 한 번만 하는 게 아니죠. 네 번 하거든요? 네 명이 타서 그래요.]
알고 보니 형님 네 명이 타서 네 번 인사하는 일명 '동대문파' 조직원들이었습니다.
2017년부터 중·고등학교의 일명 '싸움 짱'들을 영입해 세를 불렸고 상계파, 이태원파, 이글스파 등 우호 조직과 연합해 다른 조직과 집단 패싸움을 벌여왔고, 돌잔치 연회장을 정장 런웨이로 만들어오던 이들은 중국 청도에 보이스피싱 합숙소를 차려 범행을 저지르거나, 최근에는 투자 리딩방 사무실을 연 정황도 드러났는데요.
이토록 바쁜 활동 중에도 지켜야 할 확실한 행동강령이 있었습니다.
윗사람은 '형님'으로 불러야 하고 '말씀입니다'를 붙인다는 말씀입니다!
또 조직 이름을 문신으로 새겨야 하는데, 아 여기 맨몸인 조직원은 이날 가입한 거라 아직 못한 거였다네요.
조직원이 수감되면 당번을 정해 접견 가서 위로를 전해야 하는 와중에, 눈에 확 띄는 문구가 있습니다.
"이정재의 정신을 개승한다."
1950~60년대 활동했던 대표적인 정치깡패 이정재의 동대문파는 1990년 '범죄와의 전쟁'으로 해체됐다가 1996년 이들을 계승하겠다는 지역 불량배들이 모여 다시 조직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엘리베이터에서 네 번 인사하던 이들이 바로 96년도에 결성된 조직과 '계속적 결합체'라는 게 입증되면서 동대문파 조직원 21명, 그 외 우호 폭력단체 조직원 19명 등 총 40명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거됐습니다.
[배은철/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 2계장 : 일상적으로 좀 문신한 애들이 싸우고, 일상적으로 이런 애들이 서로 간에 뭐 때리는 거 말고도, 누구 공갈하고 뭐 이런 것들이 있으면 조직 폭력배다 이런 타이틀을 달고 사실은 언론에 많이 공개되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은 엄밀히 따지면 그렇진 않거든요. 걔네들은 뭐 불량배나 뭐 이런 거에 가까운 거고 양아치에 가까운 거고 그런 사건하고 이 사건이 뭐가 다르냐면 이 사건은 폭력 범죄의 단체가 입증된 게 굉장히 큰 의미가 있어요.]
특히 이들은 합숙 생활을 하면서 조직 행사가 있을 때는 병풍처럼 도열해 세를 과시하거나, 다른 조직과 싸움이 나면 즉각 출동하는 '비상 타격대' 역할도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이 단순 불량배가 아니라 폭력 범죄 단체임을 입증하는 데에는 기록으로 95권, 약 25,000페이지가 소요된 복잡한 과정이었습니다.
[배은철/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 2계장 : 이렇게 밝히면 뭔 의미가 있느냐? 밝혔으면 얘네들은 일단 가입한 것만으로 그 형이 가중돼요. 굉장히 무겁게 처벌됩니다. 그다음에 또 어떤 의미가 있냐면 분명히 얘네들이 저렇게 하는 이유는 뭐냐, 돈이에요 돈. 그럼 그 돈을 어떻게 하느냐? 다 불법적인 사업으로 한다는 말이에요. 결국 선량한 국민이 피해를 보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경각심을 좀 가질 필요가 있다.]
정치 깡패 이정재의 65주기를 추모한다며 만든 초대장.
하지만 이정재의 '제'자도 잘못 쓰면서 이들은 누구를 어떻게 추종한다는 것일까요?
아무리 어린 MZ 조폭들이라지만 막연한 동경이나 호기심이 타인은 물론 자신의 인생까지 망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구성 : 이세미, 편집 : 채지원, 디자인 : 채지우, 내레이션 : 조기호, 제작 : 지식콘텐츠IP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