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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선 에어컨 이렇게 못 틀어요"…은행이 무더위 쉼터 됐다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7.30 08:15


▲ 무더위 속 쉼터 역할 하는 은행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은행 영업점이 어르신들의 도심 무더위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냉방이 잘되고 누구나 부담 없이 머물 수 있는 은행에는 더위를 피해 쉬거나 약속 시간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금융기관들도 영업점을 무료 쉼터로 개방하며 시민들의 더위 피난처가 되고 있습니다.

어제(29일) 낮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iM뱅크 본점 영업점.

은행 안 의자 곳곳에 딱히 은행 업무로 온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며 앉아 있었습니다.

한낮 타는 듯한 더위에 몇걸음만 걸어도 지치게 되는 어르신들이 은행을 쉼터로 삼았습니다.

이들은 차분히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점심을 앞두고 은행을 찾은 한 60대는 "은행 볼일이 끝났지만 이 안이 시원해서 좀 더 머물고 있다"며 "휴게소처럼 앉을 자리가 많고 여기 있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어서 점심 약속 전까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7일 대구 신암동 일대 낮 기온이 39.2도를 찍는 등 4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보인 대구는 영남권에 더욱 집중된 폭염으로 국내 여느 대도시보다 뜨거운 상태입니다.

한밤에도 28도가 넘는 날씨에 밤잠을 설치고는 날이 밝으면 또다시 기온이 치솟아 더위를 피하는 일이 시민들에게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냉방이 잘 되는 사무실이나 학교와 학원, 도서관 등에 머무르며 낮 더위를 피해 일상생활을 이어가지만 이렇다 할 일이 없는 어르신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이날 오후 iM뱅크를 찾은 한 70대는 "집에서 마냥 에어컨을 틀고 있을 형편이 못 되고, 에어컨을 끄면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르니 자꾸 무기력해지길래 나들이 삼아 은행으로 왔다"며 "백화점 못지않게 시원해서 한여름에 이만한 데가 잘 없다"고 말했습니다.

옆에 앉은 같은 연배의 또 다른 어르신은 "비슷한 생각으로 이곳에 왔는데 앉아 있다 보니 옆 사람과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돼 더위를 잊게 된다"고 했습니다.

따로 앉은 한 50대 여성은 "병원에도 가고 물건도 사러 나왔다가 숨 막힐 듯이 더워서 지나가는 길에 잠시 은행으로 피신했다"고 말했습니다.

iM뱅크 관계자는 "주변에 지하철역 또는 버스정류장이 있는 지점에는 영업점에서 대기하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영업점 직원들은 더위가 오기 전과 비교하면 은행에서 대기하거나 잠시 쉬어가는 고객이 더 많아졌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처럼 금융기관 영업점이 한여름 시민들의 도심 피서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iM뱅크에 따르면 이달부터 오는 9월 말까지 전국 지점을 무더위 쉼터로 무료 개방 중입니다.

대구에서 무더위 쉼터로 운영되는 iM뱅크 영업점은 출장소와 PB센터 제외하고 모두 65개 점포입니다.

iM뱅크는 2013년 대구시와 협약해 매년 여름 폭염에 취약한 이들을 위해 무더위 쉼터를 운영해 왔습니다.

은행 업무와 무관하게 누구나 가까운 iM뱅크 영업점을 방문해 한여름 더위를 피해 쉴 수 있습니다.

농협은행을 비롯한 새마을금고 등 다른 금융기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농협의 경우 대구에 있는 농협은행 영업점 40곳, 지역농협 113개 지점이 폭염 속에 무더위 쉼터를 운영 중입니다.

경북에서는 농협은행 74곳, 지역농협 148곳이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북농협 관계자는 "농협 영업점이 주민들에게 쉴 공간을 내주기도 하지만 일부 지역농협에서는 방문객이 보다 편히 쉴 수 있게 커피, 차 등 다과를 준비해두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iM뱅크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