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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 줄게, 바퀴벌레의 분노"…각성한 Z세대, 정권을 흔들다 [스프]

심영구 기자

입력 : 2026.07.30 09:05


⚡ 스프 핵심요약

최초의 장관 퇴진 수용: 인도 의대 입시(NEET) 문제 유출 파문으로 촉발된 청년 시위대에 떠밀려, 모디 정부 12년 만에 처음으로 고위 각료인 교육부 장관이 사임했습니다.

'바퀴벌레 인민당(CJP)'의 패러디 정치: 실업 청년을 '바퀴벌레'에 비유한 대법원장의 발언을 역발상 풍자로 승화시킨 Z세대의 유쾌하고도 강력한 연대가 시위를 이끌었습니다.

구조적 모순의 폭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시험 유출을 넘어 '일자리 없는 성장'과 청년층의 깊은 절망감이 맞물려 폭발한 인도 사회의 구조적 반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 220만 수험생의 눈물과 '바퀴벌레'들의 반격

지난 5월 3일 치러진 인도 의과대학 입학 자격시험(NEET)에서 또다시 대규모 문제 유출 사태가 발생하며 시험이 전격 취소되었고, 6월 21일 재시험이 치러졌습니다. 수년간 밤을 지새우며 입시를 준비해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극심한 중압감과 허탈감을 견디지 못한 수험생 최소 12명이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이어졌습니다.

인도 전역에서 연간 220만 명 이상이 응시하는 NEET는 청년들이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는 몇 안 되는 통로입니다. 인도에서 의사, 변호사, 공무원이 되는 길은 극도로 좁습니다. 수년간 학원을 다니며 암기 위주 시험을 준비해도, 합격 자리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특히 가난한 집안이나 하위 카스트 출신에게 이런 시험은 계층 상승의 유일한 사다리입니다.

최근 인도 영화 '12th Fail'은 거의 10년간 공부 끝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아 큰 흥행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합격자 뒤에는 비참하게 낙방한 수백만 명의 청년들이 존재합니다. 인도 통계청 및 외신 집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인도에서 시험 중압감 등으로 자살한 학생 수는 최대 2만 5천 명에 달합니다.

이러한 절망 속에서 한 미국 유학생이 SNS에 올린 글이 불씨를 당겼습니다. "바퀴벌레들이 다 모이면 어떻게 될까?" 이는 청년층을 '바퀴벌레'와 '기생충'에 비유한 수리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의 발언을 사이다 같은 유머로 뒤집은 반격이었습니다. 이 글을 쓴 압히지트 딥케는 곧 '바퀴벌레 인민당'(Cockroach Janta Party, CJP)을 결성했습니다.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을 기발하게 패러디한 풍자 정당이었습니다.

2. 최루탄과 AK-47 진압도 막지 못한 Z세대의 연대

6월 21일부터 뉴델리 잔타르 만타르에서 본격적인 시위가 시작됐습니다. 수천 명의 학생들이 텐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명확했습니다.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의 사임, 시험 제도 개혁, 자살한 학생 유가족에 대한 보상. 시위는 뭄바이, 콜카타, 비하르 등 전국으로 급격히 번져나갔습니다.

7월 20일, 사태가 급변했습니다. 시위대가 국회를 향해 행진하자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섰습니다. 최루탄, 테이저건, 심지어 못이 박힌 경찰봉까지 동원됐습니다. 수십 명이 부상했고, 한 학생은 중환자실에 실려갔습니다. 비하르주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AK-47 소총을 발사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관련 영상은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 12년 집권 기간 동안 이 정도 규모의 폭력적인 진압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주류 언론이 정부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보도하는 동안, Z세대는 인스타그램과 X(구 트위터)를 통해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했습니다. 그날 저녁 인도 전역이 들끓었습니다. 평소 정치적 발언을 삼가던 유명 배우와 운동선수들까지 연대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거리는 국기를 두른 사람들로 가득 찼고, 힌디어 구호가 거리에 울려 퍼졌습니다. "모디가 두려울 때마다 경찰을 앞세운다", "프라단은 시작일 뿐, 모디와 아미트 샤가 남았다". 모디 총리를 비겁하다고 조롱하는 밈(Meme)이 티셔츠, 플래카드, 인스타그램 릴스를 도배했습니다. 전례 없는 반정부 정서의 분출이었습니다.

3. 굴복한 모디 정권

결국 7월 말,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이 공식 사임했습니다. 모디 정부에서 대중 시위 압력에 못 이겨 고위 각료가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프라단 장관은 사임 성명에서 "사태가 반국가 세력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물러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Z세대의 거센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다음날 모디 총리는 인포시스 공동 창업자인 난단 닐레카니를 시험 개혁 태스크포스 수장으로 긴급 임명했습니다. CJP는 일단 승리 집회를 열고 시위를 일시 중단했습니다.

4. 끝나지 않은 싸움

그러나 싸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7월 28일, CJP는 정부가 약속을 어기고 있다며 전국적인 재시위를 예고했습니다. 정부가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사우라브 다스 CJP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최소 100명이 체포됐고, 상당수가 보석 불가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전국적인 투쟁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비하르와 아삼주는 시위 참가자에 대한 고발을 철회했으나, 델리와 서벵골 등에서는 여전히 학생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인도 대법원은 7월 28일, 18세 미만 체포자의 즉각 석방과 현장 CCTV 영상 보존을 명령했습니다. 대법원장 수리야 칸트는 "평화로운 시위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며 "무고한 시민에게 과도한 폭력을 행사한 관계자는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법무차관 투샤르 메타는 "시위 과정에서 경찰관 250명도 부상을 입었다"며 맞섰습니다.

의회에서도 야당의 맹공이 이어졌습니다. 국민회의당 가우라브 고고이 의원은 "20명이 넘는 학생이 목숨을 끊었는데, 사임한 장관을 화환으로 환영하는 게 정상이냐"고 비판했고, 사마즈와디당 대표 아킬레시 야다브는 "'프라단(장관)'을 꼬리자르기해 '프라단 만트리(총리)'를 구하려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5. '일자리 없는 성장'… 폭발하는 인도의 구조적 시한폭탄

이번 시위는 단순한 시험지 유출 사건에 대한 분노를 넘어, 인도 사회에 누적된 구조적 모순이 터져 나온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도는 행정 인프라와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2023년 기준 인도의 인구 10만 명당 경찰관 수는 153명으로 UN 권고치(222명)를 크게 밑돕니다. 엘리트 행정직군인 인도 고위공무원단(IAS, Indian Administrative Service) 정원의 19%가 공석이며, 의사 대 인구 비율은 1대 811에 불과합니다(미국 1대 313). 그럼에도 정원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카스트 할당제로 절반 이상이 채워지는 실정입니다. 2022년에는 철도청 하급 일자리 3만 5천 개 모집에 무려 1천만 명이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아짐 프렘지 대학 연구에 따르면 15~25세 대졸 청년 실업률은 40%에 육박합니다. 인도의 중위 연령은 29세로, 전체 인구의 40%(약 6억 명)가 25세 미만인 '젊은 국가'입니다. 이 거대한 청년층은 경제 성장의 '인구 배당'이 될 수도 있지만, 기회가 통제된 사회에서는 정권을 흔드는 가장 위험한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모디 총리는 "2047년까지 선진 인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해 왔습니다. 그러나 일자리 없는 성장, 암기 위주의 입시 제도, 극도로 좁은 사회적 이동성의 문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6. '반부패 시위'로 집권한 모디, '바퀴벌레 시위' 이후는 어떻게?

이번 '바퀴벌레 시위'는 2019년 시민권법 반대 시위나 2020년 농민 시위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모디 총리 본인의 권위가 직접적인 조롱거리가 되었고, 무적처럼 보이던 정치적 위상에 결정적인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역사학자 무쿨 케사반은 "CJP는 소셜 미디어 활용 능력과 메시지 통제력으로 모디 정부를 둔하고 무능해 보이게 만들었다"고 말했고, 정치학자 크리스토프 자프렐로는 "이것은 단순한 시험 부정 사건이 아니다. 일자리 없는 성장과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 갇힌 Z세대 청년들의 구조적 반란이다."라고 진단했습니다.

2011년 전국을 흔든 반부패 시위가 3년 뒤 모디의 집권을 가능케 한 발판이 되었듯, 2026년 청년들이 주도한 이 대담한 풍자 시위가 인도의 새로운 정치적 지형을 만드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2029년 다음 총선을 향해가는 길목에서, 스스로를 '바퀴벌레'라 부르는 인도의 Z세대는 모디 정권을 향해 강력한 경고장을 던지고 있습니다.


Deep Dive Q&A
Q1. 청년들이 스스로를 왜 '바퀴벌레'라고 부르며 시위를 시작했나요?

A1. 인도 대법원장이 법정에서 자격 미달이나 부정행위자들을 '바퀴벌레'와 '기생충'에 비유한 발언을 청년들이 역발상 풍자로 재해석했기 때문입니다. 모디 총리의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을 패러디해 '바퀴벌레 인민당(CJP)'을 만들고, 차별과 무시에 맞서 유쾌하면서도 강렬한 디지털 밈과 연대를 통해 목소리를 냈습니다.

Q2. 단순한 입시 문제를 넘어 왜 모디 정권 전체를 흔드는 정치적 사태로 발전했나요?

A2. 의대 입시(NEET) 문제 유출은 겉으로 드러난 계기일 뿐, 본질은 대졸자 실업률이 40%에 달하는 '일자리 없는 성장'과 극심한 사회적 이동성 막힘 현상에 있습니다. 수백만 명의 청년이 좁은 문에 목숨을 거는 상황에서 부패와 진압으로 대응한 정부에 대해 Z세대의 구조적 분노가 폭발한 것입니다.

Q3. 교육부 장관의 사임이 인도 정치사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A3.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12년 동안 대중 시위와 여론 압력에 밀려 고위 각료를 사퇴시킨 전례가 없었습니다. 철권통치를 자랑하던 모디 정부의 무적 이미지가 깨졌음을 의미하며, 소셜 미디어로 무장한 Z세대가 새로운 정치적 영향력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