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에 올라온 '개인 급전 대출' 광고
"가출하시거나 주기적인 용돈 필요하신 분들 도와드립니다."
지난 16일 엑스에 올라온 '개인 돈 급전 대출' 광고입니다.
불법 사금융이 SNS를 타고 대학생과 군인, 10대 청소년들에게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습니다.
온라인 도박과 포모(FOMO·소외 공포감)가 지핀 주식 투자 열풍, 생활고 등이 맞물리면서 아직 사회에 발을 들이지도 않은 젊은 층이 불법 사금융의 덫에 걸려들고 있습니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SNS를 통한 불법 사금융의 확산은 청년층의 경제적·사회적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특히 금융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은 계약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25일 현재 SNS에서는 "미성년자분들 10년생부터 (대출) 가능. 생활자금, 도박자금, 유흥자금 모두 ok. " (엑스), "미자(미성년자)나 군인들이 돈이 어딨어. 돈을 갚으라고 안하고 돈을 준다고? 궁금하면 상담 들어와"(스레드) 등 청소년과 군인을 겨냥한 불법 대출 광고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실제 돈이 입금된 내역과 돈을 빌린 사람의 카카오톡 메시지 후기를 캡처해 올리며 '신뢰'를 주려 합니다.
지난 16~23일 라인 앱을 통해 대출 상담을 해보니 상담자들은 이름·주소·연락처와 함께 직장명, 급여액과 급여일, 기존 대출·연체 이력, 휴대전화 정지 여부를 공통으로 요구했습니다.
그중 "2010년생 미성년자도 대출 가능"이라는 문구를 내건 A계정 상담자는 "20만 원을 빌리면 일주일 뒤 40만 원을 갚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더니 "일단 10만 원만 빌려보라"고 했고, 심지어 "돈을 빌리고 안 갚아도 된다"는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말도 했습니다.
무슨 뜻이냐고 되묻자, 자신을 "중계방(대출 상담 채팅방) 실장"이라 칭한 상담자는 "돈을 못 갚더라도 불법 추심 같은 해코지는 절대 없을 테니 무서워할 필요 없다는 뜻"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대출을 망설이자 "과조회(대출 상담을 여러번 받는 것)가 되면 한도나 승인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며 재차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또 B계정에 "2009년생인데 대출이 가능하냐"고 묻자 100만 원 대출에 이자 80만 원을 제시했습니다.
보증을 위해 지인의 연락처도 요구했습니다.
'군인인데 대출 가능하냐'는 문의에 C계정 상담자는 100만 원에 이자 50만 원, D계정 상담자는 200만 원을 일주일 빌려주는 조건으로 이자 18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C, D계정은 모두 영상통화 신원 확인을 필수로 내걸었습니다.
지난 21일 한국대부금융협회는 4월부터 두 달간 진행한 '온라인 불법사금융 광고 실태점검' 결과, 불법사금융업자로 추정되는 280개 사의 불법광고물 총 7천855건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작년(5천292건) 대비 2천563건(+48%) 증가한 것으로, 온라인 불법사금융 광고가 확대되고 있다고 협회는 전했습니다.
전체 적발 광고 중 77.7%는 SNS(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광고였습니다.
또 지난 4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은 피해자의 86%가 온라인(SNS, 대부 중개 사이트)을 통해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금융감독원 민생침해대응총괄팀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로 전화 등을 통해 불법사금융이 이뤄졌지만, 요즘에는 SNS가 발달하면서 SNS에 대출 광고를 올리거나 실제로 대화를 주고받은 뒤 자금을 입금받는 사례가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문용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직장명·급여일·거주지 정보는 나중에 불법 추심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급여일은 추심 시점을 정하는 데, 직장 정보는 직장 방문이나 연락을 통한 압박에, 가족·지인 연락처는 제삼자를 통한 간접 압박에 쓰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온라인에는 군인과 미성년자의 '개인 급전 대출' 관련 글이 잇따릅니다.
지난 13일 Q&A 플랫폼 '아하'에는 자신을 미성년자라고 밝힌 이용자가 "지금 10만원 정도가 급하게 필요한데 트위터의 급전 소액대출은 진짜인가요. 미자도 개인돈이 가능하다는 글이 있는데 돈이 너무 급해 어떻게든 당장 벌어야 한다. 괜찮은 걸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지난달 4일 법률상담 플랫폼 '로톡'에는 자신을 현역 군인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가 "대출 과정에서 지인의 연락처가 업자에게 넘어가고, 상환이 늦어지자 지인이 테러 문자를 받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군에서도 병사들의 도박과 대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등병 월급이 70만 원이 넘고, 병장 월급은 150만 원이 되자 병사들이 온라인 도박과 주식 투자를 하면서 불법 대출에도 빠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육군 현역병 입대한 김 모(20) 씨는 "군에서 금융 교육을 종종 하는데 도박하지 말고 다른 병사에게 돈을 빌려주지도 말라고 강조한다"며 "병사 월급이 올랐음에도 제대할 때 수천만 원 빚을 진 경우들이 많아져 문제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행법상 금전대차 계약의 최고이자율은 연 20%입니다.
그러나 '개인 돈 급전 대출' 상담자들이 요구하는 이자율은 법정 최고이자율의 90∼180배를 웃돕니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개정 대부업법 시행 직후 2개월간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상담은 3천652건으로, 시행 전 2개월(2천744건) 대비 33.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정 명예교수는 "불법사금융 대출은 초고금리와 불법 수수료로 원금을 급격히 불려 '돌려막기'라는 채무 악순환에 빠지게 만든다"며 "청년기에 발생한 금융 실패는 경제적 자립을 늦추고 빈곤을 고착해 결국 청년 빈곤과 금융 소외를 심화시키는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개정 대부업 법령에 따라 연 60%를 넘는 불법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가 모두 무효 처리될 수 있으며, 미등록 대부업은 징역 10년 이하, 최고금리 위반은 징역 5년 이하로 처벌됩니다.
금융감독원 민생침해대응총괄팀 관계자는 "SNS 광고·대화·입출금 내역을 캡처해 신고하면 불법 사금융 여부를 판단해 맞춤형 구제 제도로 연결한다"며 "무효 확인서 발급부터 채무자 대리인 선임까지 한 번에 지원하는 원스톱 피해구제도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명예교수는 "불법사금융이 SNS와 해외 메신저로 진화한 만큼 대응도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플랫폼의 불법 광고 차단, 당국의 선제 수사, 학교 금융교육 강화와 함께 신고부터 불법추심 중단까지 연결되는 원스톱 피해구제 체계를 한층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사진=스레드, 엑스 이용화면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