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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 나흘 만인 어젯(22일)밤 완전히 꺼졌습니다. 완진까지 109시간으로, 국내 물류센터 화재 가운데 두 번째로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번 화재를 키운 위험 요인들은 이미 3년 전 정부의 연구용역에서 하나하나 경고됐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경고는 왜 현실이 됐는지, 제희원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번 화재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물류센터 6층에는 10미터 높이 선반에 종이 상자와 비닐 포장재를 감은 생활용품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연소 확대를 막아야 할 방화구획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는데, 처음 겪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021년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 1명이 순직한 뒤 소방이 원인 규명과 대안 마련을 위해 발주한 연구용역에 담긴 실험 영상입니다.
연구팀은 물류센터를 축소한 형태의 높이 6m, 3층 규모 실험체에 상자 600개를 쌓은 뒤 1층에서 불을 냈습니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밖으로 붉은 화염이 뿜어져 나오고 이내 실험체 전체가 짙은 회색 연기로 휩싸입니다.
물을 뿌리기 시작하자 오히려 화염이 보이지 않던 3층 온도가 600도 이상으로 급등해 2~3분간 지속되는 현상이 관찰됩니다.
철골 구조물이 강도를 잃기 시작하는 임계 온도인 538도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언제든 구조물이 붕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을 뿌린 뒤 오히려 뜨거운 가스가 위층으로 밀려 올라가면서 공간 전체의 재발화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사람이 올라가 일하는 메자닌층이 여전히 '산업용 설비'로 반입돼 마치 가구처럼, 건축법상 방화구획 적용을 받지 않는 점도 이미 3년 전에 지적됐습니다.
[함승희/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어떤 게 더 안전을 위한 선택인지 위험을 줄이는 선택인지 (건물주가) 고려해 볼 이유가 없습니다. 법 규정을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 실패가 발생하는지를 종합적으로 (돌아봐야 합니다.)]
미국과 독일 등은 창고 설계 단계부터 적재물의 연소 위험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그에 맞춰 방화구획과 스프링클러의 성능, 물 공급량까지 결정합니다.
방화구획을 무리하게 줄이면 보험료가 크게 올라 기업 스스로가 안전과 비용을 함께 고려하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올해 초 국토부는 적층식 랙 설치 현황 자료를 전국의 물류 회사에 요구했는데 쿠팡은 경영 정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양지훈, 영상편집 : 김윤성, 디자인 : 장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