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00:00 '총 64시간 연속 근무', 이젠 일상이 된 이곳
03:51 끼니도 수면도 쉽지 않다
05:25 "목 디스크 때문에 힘들지만 저 없으면…"
07:30 "저와 제 가족은 할 수 없어요"
09:14 그럼에도 분투를 이어가는 원동력은
1. '총 64시간 연속 근무', 이젠 일상이 된 이곳
“이러다간 다 죽는다.” 전북대병원에서 신생아중환자실을 홀로 책임져온 김 모 교수가, 지난달 28일 사직을 선언한 자리에서 한 발표 자료에 담은 표현입니다. 김 교수는 “내가 버티면 시스템이 더 무너질 것 같다”고 했는데, 고령 임신이 늘며 고위험 환자는 증가세지만 전공의들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그중에서도 신생아 세부전공 전문의 지원은 끊기다시피 한 인력 현실을 짚은 겁니다. 공교롭게도 김 교수가 자릴 비운 지 채 일주일이 안 돼서, 전북대병원이 있는 전주에서 갓 태어난 아기가 밤사이 전원 과정에 어려움을 겪다가 겨우 다른 지역에 있는 신생아중환자실로 후송됐지만, 결국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비수도권 신생아중환자실의 근무 실상은 어떤지 들여다보기 위해 세종과 충북 지역 신생아 중환자를 치료하는 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이병국 교수의 야간 당직 상황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야간 당직이 시작되는 오후 6시 전부터, 이 교수는 무려 마흔 시간째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안 좋은 애가 있어서, 새벽 2시에 출근해서 화요일, 수요일 오후 6시까지 (근무입니다.)]
그러니까, 총 예순네 시간의 연속 근무인 겁니다. 전국의 신생아중환자실은 수십 시간 연속 근무가 일상이라고 합니다. 24시간 상태를 살펴보고, 그때그때 필요한 조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 잠깐 사이에 아기가 뭐 호흡 수가 완전히 없어진다거나, 혈압이 떨어진다거나, 뭐 이런 것 때문에 뇌출혈이 생긴다거나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최대한 빨리 처치를 해야 되는데요.]
이날도 신생아중환자실 20개 병상은 꽉 찬 상태였습니다. 대부분 환자는 37주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이른둥이들이었고, 1kg 미만인 초저체중아도 여럿이었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 1kg 미만으로 출생한 아기들 같은 경우는 초반 한 1주일 안에 굉장히 많은 위중한 상황들이 잘 나타나요. 그러니까 겉으로는 지금 드러나지 않지만….]
이런 특성 탓에, 신생아중환자실에는 숙련된 전문 의료 인력이 꼭 필요합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 신생아들은 약간의 상태 변화가 생겼을 때 그거를 표현할 수는 없고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들이 굉장히 미비하니까, 이런 것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하지 않으면 사실은 평생 가지고 가야 되는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다수거든요. 예를 들면, 미숙아들이 상태가 나쁜 게 오래 지속이 되는 경우에는 그게 뇌출혈로 이어지고 그게 결국 커 가면서 뇌성마비, 신경마비가 돼 가지고, 항상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는 힘든 상황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가 있어요. 그런 것을 최대한 빨리 발견하고 최대한 잘 처치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있어야 되고….]
야간 당직 역시, 숨 돌릴 틈 없이 돌아가는 편입니다.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에 입원한, 인큐베이터 속 심장이 약한 이른둥이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거나, 혈압이 떨어진 아기의 혈압을 잴 수 있게, 동맥에 관을 삽입하는 시술도 중환자실 내에서 이뤄지는데, 동맥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 아기들 이렇게 손목 보시면 요만하고, 이중에 요골동맥이 되게 조그마하게 있는 거거든요. 그 맥박을 직접 느껴가지고 잡는 수밖에 없어요. 눈에 보이는 부분이 아니라서요. 이런 작은 혈관을 동맥 도관을 하다가. 합병증이 이것도 있을 수 있어요. 출혈의 가능성, 그 다음에 감염의 가능성, 이것으로 이제 혈전이 생기면 이 주변부의 조직이 괴사되는 상황도 충분히 올 수가 있거든요.]
자정을 넘겨서도, 600g이 채 되지 않는 태명 튼튼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저희가 이곳에 도착한 지 이제 7시간이 지나서 자정을 넘긴 시간인데요. 보시다시피 밤 같지 않고, 낮 같은 모습 볼 수 있습니다.]
2. 끼니도 수면도 쉽지 않다
24시간 상황을 지켜보고, 필요한 조치를 이어가다보니, 식사를 챙겨먹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전날 저녁은 걸렀고, 이날 저녁은 잠시 짬을 내 병원에 붙어있는 편의점을 찾아 저녁거리를 삽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샌드위치랑 흰 우유랑, 그 다음에 단백질 음료요.]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 (응급 상황이 없는 날이 제일 좋은 거죠?) 제가 희망이 그건데요. 사실은 아기는 언제 태어날지 모르니까, 저희는 사실 항상 대기 상태로 있어야 되는 게 맞는데. 근데 제가 일이 없고 환자도 없는 상태로, 저희는 대기 상태로 있는 게 제일 희망이에요. 그럼 아기들이 안 아프다라는 이야기잖아요. 그게 제일 큰 희망입니다.]
상황이 없는 얼마간, 중환자실 바로 옆 연구실에서 끼니를 때우면서도, 다음 날 아침 의대 강의 준비는 이때 같이 해야 합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 내일 학생 강의를 한꺼번에 4시간을 해야 돼서, 환자 때문에 시간이 좀 벅찬데, 겨우겨우 준비해서 내일 강의를 준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새벽 1시를 넘겨 쪽잠을 청하고도, 1시간 뒤 다시 일어나 다시 환자를 돌봅니다. 밤낮 없이 분주한 건 3교대인 간호사들도 마찬가지. 두, 세 명씩 맡은 아기에게 3시간마다 분유를 먹이거나,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고 보살핍니다.
[윤예린/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 : 알람 울리면 바로 달려가야 하고 항상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라. (화장실 가시거나, 편치 않으시겠어요?) 네. 그래서 주변에 계신 선생님한테 '저 화장실 다녀올 테니까 잠깐 봐 달라' 이렇게 얘기를 드려놓고 다녀와야 돼요.]
3. "목 디스크 때문에 힘들지만 저 없으면…"
스무 병상 환자들만 해도 벅차지만, 병상이 차 있는 상황에서 이따금 병원 밖 응급 상황이 발생해 전원 요청을 받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 (제가 쭉 보니까 간호사분들이 잠시도 쉴 틈 없이 계속 분주하게 움직이시는데, 그럼 사실상 이제 여기서 추가 환자를 받는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좀 어렵지 않을지 싶어서요.) 가까운 데 있는 응급 환자를 저희가 힘들다고 해서 거절을 하는 일은 사실 거의 없습니다. 정말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서 못 받는 거죠. (만약) 우리가 사실 도저히 받을 상황이 안 돼서 못 받았고, (이후) 후속으로 들리는 소문에 항상 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요. 뭔가 이렇게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면 ‘혹시라도 내가 그때 더 받았어야 됐나’, ‘우리가 무리를 해서라도 받았어야 됐나’, 이런 사실 좀 죄책감 아닌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거든요.]
최근 대한신생아학회 자체 전수 조사 결과, 현재 기준 전국에 문을 연 신생아중환자실은 65곳, 신생아전문의는 총 199명입니다. 신생아전문의 65%는 수도권에 몰려 있었고, 세종과 전북, 제주에는 총 2명만이, 경북과 충북에는 각 1명씩에 불과했습니다. 이 교수처럼 주간 진료와 야간 당직을 모두 도맡는 전문의는 154명으로, 78%를 차지합니다. 올 6월까지, 최근 3년간 전국의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전문의 사직이나 전출은 98명이었는데, 향후 1년 내 사직 예정이거나 사직 의향을 밝힌 전문의도 30명에 달해 인력 이탈은 우려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위기가 현실인 겁니다. 현재 인력에서 전문의 1명이 이탈할 경우 중환자실 17곳, 즉 27%는 ‘운영이 불가능해 폐쇄를 검토해야 한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 목이 디스크 때문에 많이 조금 힘들지만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서 회복이 됐으면 좋겠지만 여기서 잘못된다고 하면, 또는 내일 당장 제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여기는 이제 비게 되거든요. 그런 일이 없어야 되는데...]
4. "저와 제 가족은 할 수 없어요"
격무에도 보상은 적고, 아기가 잘못되면 법적 책임까지 질 수 있다 보니, 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도 7년째, 전공의가 없습니다. 2018년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그 직전 해 말 4명의 신생아가 숨지는 일이 있은 뒤 이어진 수사 과정에서, 교수 2명과 수간호사 등 의료진 3명이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향후 법원에선 1심부터 3심까지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신생아중환자실은 대표적인 기피 대상이 됐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 저희가 보는 환자는 실제로 미숙아의 생존율은 100명 중에 10명은 사망을 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1.5kg 미만, 아니면 1kg 미만 이 아기들은 사망률이 점점 높아져요. 저희가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저희가 보는 환자 중에 일부분은 사실은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생존하는 아기들의 또 일정 부분은 합병증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 모를 법적 부담이) 미리 두려움을 느끼는 전공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 신생아 세부 전문의를 지원을 안 하려는 굉장히 큰 이유라고 사실은 생각합니다.]
과거, 마지막으로 함께 일한 전공의가 남긴 말을, 이 교수는 잊을 수 없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 ‘너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어때 같이 해보면 어떻겠어’라고 권유를 했더니, 그 전공의가 했던 말이 ‘저는 교수님 굉장히 존경하고 교수님이 하는 일이 너무너무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거를 저와 제 가족은 할 수 없어요. 그거는 저희들이 하기에는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라고 했습니다.)]
5. 그럼에도 분투를 이어가는 원동력은
그럼에도, 이 교수는, 매일의 분투를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 첫 번째 보람은 아기들이 여기서 잘 커서 태어날 때, 엄마아빠들이 안고 갈 때, 엄마아빠들이 좋아하는 거, 애기들도 사실 좋아하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저는 사실 좀 느낀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이렇게 가끔 편지 써주거나, 저렇게 그림을 그려주거나, 또 저거는 이제 애기 엄마가 태어난 애기 얼굴 넣어서 저렇게 커피, 드립커피 이렇게 만들어줬는데 아까워서 안 뜯고 있습니다.]
14시간의 야간 당직을 마친 이 교수는, 퇴근까지 10시간을 마저 남겨둔 아침, 의대 강의를 위해 서둘러 걸음을 옮겼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 의대 수업 마치고 다시 빨리 들어와서, 오후 회진 돌고 애들 확인하고 또 대기하고 있다가 (혹시) 특별한 일이 있어서 또 처치하고…]
해가 뜨기 전, 유독 깊었던 신생아중환자실의 밤, 이 교수는, 이런 부탁의 말도 남겼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 저희가 뭐 100% 아기들, 100% 산모들을 구할 수 있으면 좋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신은 아니어서, 조금 부족한 면이 있긴 하겠지만 다들 사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시고 계십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시에는 그거를 조금 고쳐주려고 노력하시고, 누군가 조금 비난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응원하는 방향으로 해주시면저희가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취재 : 한성희,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이병주, 영상편집 : 장유진,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