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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 1대 맞고 넘어져 뇌출혈·골절…상해 책임 놓고 '뒤집힌 판결'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7.21 05:46


▲ 폭행

뺨 1대를 맞고 넘어지면서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골절과 출혈이 생겼다면 가해자에게 중상해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1심은 또 다른 충격 등 제3의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며 폭행과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국과수 감정 등을 토대로 인과성을 인정해 원심을 뒤집고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중상해 혐의로 기소된 A(62)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습니다.

A씨는 2024년 7월 홍천 한 술집 주차장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 B(50)씨가 자신에게 욕을 하며 멱살을 잡았다는 이유로 홧김에 B씨 뺨을 한 대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튿날 B씨는 대학병원에서 왼쪽 전두엽 부위의 두개골 골절과 뇌내출혈 등 약 70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일로 A씨를 중상해죄로 기소한 검찰은 B씨가 A씨에게 왼쪽 뺨을 맞고 넘어져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이 같은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A씨 측은 폭행 사건 이후 다른 원인으로 B씨가 부상을 입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1심은 A씨의 폭행 부위·강도와 B씨의 상해 부위가 일치하지 않고, 사건 이후 B씨와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던 지인이 'B씨가 넘어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토대로 B씨가 다른 원인으로 다쳤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고 A씨에게 단순 폭행 혐의만을 적용해 벌금 500만 원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입은 상해의 원인은 A씨의 폭행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심은 B씨의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 형태가 넘어지면서 단단한 바닥에 머리 오른쪽 뒷부분을 부딪쳤을 때 나타나는 의학적 소견과 일치한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에 주목했습니다.

또 B씨가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직후 일어난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거나 스스로 걷지 못해 지인들에게 부축받은 점, 당시 머리 부위에서 발생한 출혈 등도 인과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라고 판단했습니다.

A씨 측은 "사건 직후 B씨가 스스로 걷고 지인들과 흡연하는 모습 등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며 제3의 원인으로 인한 상해 가능성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두개내출혈 증상이 반드시 즉시 나타난다고 단정할 의학적 근거는 없다"고 봤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 부위에 직접 상해를 가할 고의까지는 없었다 하더라도 폭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균형을 잃어 바닥에 넘어질 수 있고, 그럴 경우 머리 부위에 상해를 입을 수 있다는 가능성 정도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고의로 상해를 입히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중상해죄가 아닌 폭행치상죄를 적용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