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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갈아엎는 농민·상추 못 주는 식당…유통 비용 줄여 모순 깬다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7.15 08:24


▲ 식당 상추

"상추 가격이 너무 비싸서 이제는 쌈 채소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특히 7∼8월에는 날이 더워 채소 품질이 평소보다 떨어지는데, 가격은 오히려 더 비싸집니다."

14일 오후 4시쯤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소고기 전문점의 점주 A 씨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시장 가격과 현지 생산지 가격 간에 괴리가 너무 크고, 생산지 가격은 널뛰는 데 소비 가격은 계속 올라가기만 한다"면서 농업 유통 구조 개혁을 주문했습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7·7 전국농민대회'에 모인 농민들은 가격이 폭락한 양파와 참외, 양배추 등의 농산물을 현지 출하 가격으로 팔며 농민이 처한 현실을 알렸습니다.

이들은 현실과 설움을 알리기 위해 밭을 갈아엎게 됐다며 농산물을 차도에 내려놓는 '폭락 농산물 반납 투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에 따르면 도시 소비자 가격과 농민 수취가의 격차는 매우 큰 상황입니다.

격차가 적은 편인 양파의 경우 1㎏당 농민 수취가는 650원인데, 소비자 가는 1천700원으로 2.6배의 차이가 났습니다.

격차가 가장 심한 가지의 경우 무려 7배의 가격 차이를 기록했습니다.

농민들은 정부가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수입 농산물을 들여오고, 할인 행사로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등 농민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외식업을 하는 점주들과 소비자들은 폭염과 장마 등 기상 변수까지 겹치면서 식자재비와 운영비 부담이 한층 커졌다고 토로합니다.

외식업주들은 식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장기화한 고물가로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야 해 메뉴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강남의 한 통구이 전문점 사장 B 씨는 "여름철에는 상추나 치커리 같은 쌈 채소 가격이 평소와 비교해 오른다"며 "에어컨 사용으로 전기료 등 고정비까지 늘어나지만, 오른 식자재비는 대부분 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쌈 채소 제공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원가 부담에 대응하는 곳도 있습니다.

한 양념돼지고기 전문점 직원 C 씨는 "예전에는 쌈 채소를 찾는 손님이 많았지만, 요즘은 가격 부담 때문에 처음부터 많이 내놓지 않는다"며 "추가로 요청하는 손님에게 충분히 제공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장바구니 부담도 비슷했습니다.

인근 식자재 할인마트에서 만난 50대 윤 모 씨는 "식비를 아끼려고 일부러 식자재마트까지 찾아오는데도 채소 몇 가지를 담으면 금세 1만 원이 넘는다"며 "상추나 깻잎은 꼭 필요한 만큼만 사고, 너무 비싸면 아예 포기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샤인 머스캣 2㎏의 평균 소매가격은 3만 6천100원으로, 중도매인(중간 도매업자) 판매가격(2만 3천740원)보다 52.1%나 높았습니다.

포도 2㎏ 역시 소매가(2만 9천732원)가 중도매인가(2만 1천340원)보다 39.3% 높게 형성돼 중간 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소비자 부담을 가중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9월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23년 배추·무 등을 기준으로 60∼70%까지 치솟는 농산물 유통 비용 비율을 2030년까지 10% 낮추겠다는 구상입니다.

특히 농식품부는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의 전면 활성화를 통해 산지에서 소비지로 직접 배송하는 대안 경로를 키워 유통 단계를 1∼2단계로 대폭 축소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현재 전체 도매 거래의 6% 수준인 온라인 거래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기존 연간 거래액 20억 원 이상이었던 참여 요건도 삭제해 진입 장벽을 없앴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간 유통 과정에서 과도하게 중간이윤을 취하는 구조를 깨는 것이 핵심"이라며 "기존 도매 경로를 개혁하고, 대안 경로인 온라인 도매시장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 실적이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성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농식품부는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액 1조 5천억 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그러나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의 견고한 거래 관행과 인적 네트워크를 단기간에 온라인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아울러 정부가 직접 플랫폼을 관리·운영하는 과정에서의 시장의 비효율성과 예산 중복 낭비, 플랫폼 활용이 서툰 고령·영세농의 진입 장벽, 비대면 거래 특성상 실물 품질을 사전에 검증하기 어려운 한계 등도 존재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