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과 루비오 장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해상봉쇄를 재개하고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선박에서 통행료를 받겠다고 선언하면서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는 국제법상 통행료를 받을 수 없는 천연 수로인 데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이런 지적이 제기돼온 만큼 실제 집행하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선박에 선적된 화물의 20%를 통행료로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앞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 국면에서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받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이란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인 지난달 20일에는 이란은 통행료를 받을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최종 종전 합의가 타결되지 않으면 미국은 중동 국가에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통행료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란은 안되지만, 미국은 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주장은 JD 밴스 부통령이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측근들이 그간 밝혀온 입장과도 배치됩니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달 18일 이란과 종전 MOU 관련 기자회견에서 "국제수로에는 통행료가 부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루비오 장관도 비슷한 시기 이란의 통행료 부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어떤 국가도 국제수로에서 통행료나 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 이것이 현행 국제법"이라고 밝혔습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달 걸프협력회의(GCC)에서도 "국제 수로는 특정 국가의 소유가 아니며 이는 세계의 근본 원칙"이라며 이란의 통행료 부과 시도에 국제사회가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지적처럼 호르무즈에서 통행료를 받는 행위는 국제법의 명시적 조항이나 수백 년간 이어진 관습법에 어긋날 가능성이 큽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르면 해협 내 수로가 특정국의 영해라고 하더라도 연안국의 주권보다 '통과 통항권'이 우선인 까닭에 선박이 통과를 목적으로 중단없이 신속하게 목적을 향해 나아갈 때 방해하면 불법으로 간주됩니다.
통과를 이유로 통행료를 부과하는 행위는 명시적 금지되지만 도선사 안내, 구난 구조, 기뢰 제거 등 구체적 서비스의 대가로 수수료는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에 서명하지 않았고 이란은 서명했지만 비준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유엔해양법협약이 1982년 제정되기 전부터 전 세계에는 공해(公海)를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다는 지배적인 국제 관습법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협약에 서명하거나 비준하지 않은 국가라고 하더라도 공공의 바다를 통한 자유로운 통상과 항행을 보장하는 게 인류가 마땅히 준수할 법이라는 얘기입니다.
미국은 그간 이란이 호르무즈에서 통행료를 받겠다고 나섰을 때 이런 국제법 조항과 관습법을 들어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그런데 종전 MOU가 사실상 붕괴하고 전쟁 재개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지금 미국은 통행료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이 밴스 부통령이나 루비오 장관 등이 그간 공개적으로 밝혀온 입장과 통행료를 받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주장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