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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인의 문제적 유럽] "에어컨 설치비만 1천만 원" '경악'…"한국서 사 오는 게 빨라" 어떻길래

권영인 기자

입력 : 2026.07.14 18:04|수정 : 2026.07.14 18:09

동영상

00:00 인트로 
00:35 에어컨 설치 당장 못하는 프랑스, 왜?
03:11 에어컨 한 대 설치에 '1천만 원'
06:13 실외기 없는 에어컨, "씨가 말랐다"…난투극도
07:40 에어컨 설치로 정치적 분열까지 

파리입니다. 오늘은 에어컨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올여름 프랑스는 최악의 폭염을 겪고 있습니다. 이미 역사상 가장 더운 6월을 보냈습니다.

[타냐 카사레지오/관광객 : 물이라도 많이 마시려고 하는데, 상점에 가도 물이 없습니다. 정말 너무 덥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42도, 43도란 걸 여기서 경험을 해봤습니다. 중동 사막도 아니고, 아프리카도 아니고 여기 파리 온도가 그랬습니다. 오늘도 덥다고 합니다. 37도, 36도 왔다 갔다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는 지금 에어컨이 없습니다.

1. 에어컨 설치 당장 못하는 프랑스, 왜?
파리는 지금 에어컨을 설치하고 싶어도 설치할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냥 선풍기로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도 더워서 파리시가 이 센강에 공공수영장 세 곳을 개방을 했습니다. 한번 가봤는데, 문 닫는 시간 한 시간 전까지도 밖에서 수십 미터 줄을 서서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늘 수질문제가 따라다니는 센강 수영장인데도 그러고 있었습니다. 왜냐, 집보다 훨씬 시원하니까, 집에는 에어컨이 없으니까 그렇습니다.

[엘리야스/파리 시민 : 집에 선풍기가 있는데 바람이 불어도 약하고 심지어 더운 바람이에요. 그러니 열기를 식히는 데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아요.]

집은 그렇다 치고, 병원에 에어컨이 없어서 산모가 신생아랑 40도 무더위를 그냥 몸으로 견디는 일도 흔했습니다.  도대체 왜 에어컨이 없는지, 왜 설치를 못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좀 알아봤습니다. 우리 입장에선 좀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자 먼저, 에어컨을 달려면 시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신청서를 내면 그냥 내주느냐, 아닙니다. 건물 바깥에 실외기가 건물 미관을 해치지 않는다는 걸 예상 구조도, 현장 사진 설치계획 등을  제출하고 증명을 해야합니다. 어디에 어떤 높이에 어떻게 설치할 건지 정확히 제출해야 합니다. 만약 집이 문화재 근처라면 심사 절차는 더 까다로워집니다. 이건 허가를 못 받아도 2차, 3차 시도를 하면 됩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시청 허가를 받고 나면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주택 입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1/3도 아니고 절반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건 원 스트라이크 아웃입니다. 게다가 주민 총회와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해서 두세 달은 족히 걸립니다. 이미 지난달에 40도 폭염 경험하고 "아, 이거 안 되겠다, 에어컨 달자!" 라고 해봐야 올여름은 이미 틀렸다는 얘기입니다. 내년 여름을 생각하고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합니다. 그래서 아예 리스크를 감수하고 주민동의를 건너뛰고 무단으로 설치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거절당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중에 철거당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필립/파리 시민 : 이웃들이 그냥 이유 없이 반대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차라리 물어보지 않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2. 에어컨 한 대 설치에 '1천만 원'
그런데 운 좋게 작년이나 올 초부터 미리 준비를 해서 동의를 구한 사람들, 어렵게 어렵게 준비가 끝났지만 이 사람들은 또 한 번 좌절을 맛보게 됩니다. 바로 에어컨 설치 공사비입니다. 파리 건물들은 100년 넘은 집들이 대부분입니다. 새로 지은 집이라고 해도 40년, 50년씩 됐습니다. 에어컨 배관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벽을 뚫어서 에어컨 배관을 넣고 실외기 설치 기준에 맞춰서 공사를 하고 또 느릿느릿 공사하는 일정에 맞춰서 하다 보면 공사비가 1천만 원이 훌쩍 넘어갑니다. 에어컨 하나 다는데 공사비가 1천만 원인 겁니다. 그것도 우리 거실에 놓는 스탠드형 같은 대형을 설치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건 처음부터 실외기가 커서 소음 기준을 통과하지도 못합니다. 그냥 방에 다는 벽걸이용 에어컨 설치비가 그 정도인 겁니다. 문제는 그것도 이미 대부분 설치업체가 올여름 예약 만료입니다. 10월이나 돼야 공사가 가능합니다. 자, 허가와 동의를 거쳐서 경제적 부담도 극복을 하고 에어컨을 설치를 하면 '이제 시원한 바람맞으면서 지내기만 하면 되는 건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마지막 관문은 또 있습니다. 실제 에어컨 소음 기준입니다. 프랑스 공공보건법에 따르면 에어컨 실외기 설치로 인해서 추가되는 소음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철거를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준이 얼마냐, 낮에는 5데시벨, 밤에는 3데시벨입니다. AI한테 5데시벨이 어느정도 소음이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주 조용한 밤하늘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보다 작은 소리"랍니다. 사람 숨소리가 10데시벨이라고 합니다. 이거 말 다 했습니다. 물론 이게 기존 소음에서 추가되는 소음이어서 기준이 약간 다르긴 합니다. 그래도 그 정도로 소음을 보는 기준이 엄격한 겁니다. 그래서 프랑스에선 실외기 소음 때문에 이웃 주민들이 소송을 걸어서 철거당한 사례가 많습니다. 심지어 소음 때문에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보상해준 케이스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까 프랑스에선 실외기가 있는 에어컨이 설치가 어렵습니다. 지금 에어컨 보급률이 25% 수준이라는데 이건 프랑스 전체 수치입니다. 이 더운 지중해 남부 수치까지 합한 겁니다. 그래서 파리는 체감상 10%가 될까 말까 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에어컨 설치가 까다로울까?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원래 파리는 덥지 않았습니다. 위도로 치면 여기는 북한보다도 북쪽입니다. 게다가 여름이 건조해서 간혹 30도가 넘는 더위가 와도 그늘에선 견딜 만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에어컨 없이 살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 온도가 사람 체온을 넘어서기 시작하고 40도가 넘어가니까 그늘도 소용없었습니다. 그동안 별 문제없었던 에어컨 규제가 이제는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겁니다.

3. 실외기 없는 에어컨, "씨가 말랐다"…난투극도
그래서 이런 규제를 안 받는 실외기 없는 에어컨이 인기입니다. 실외기가 없으니까 시청 허가받을 필요도 없고 벽을 뚫어서 공사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면 바로 틀 수 있는데 문제는 이게 씨가 말랐습니다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습니다. 아마존에 들어가면 한 달 안에 받을 수 있는 물건이 없습니다. 이미 오프라인 매장은 지난달부터 텅텅 비어 있습니다. 저도 하도 더워서 매장에 사러 갔습니다. 지난달에 갔는데 직원이 농담 삼아 기다리는 것보다 한국 가서 사 오는 게 훨씬 빠를 거라고 말합니다. 미리 사두지 못한 걸 지금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가격도 지금 두 달 전보다 두 배, 세 배 비싸졌지만, 살 수가 없습니다. 얼마 전에 한 대형마트가 원래 가격, 그러니까 지금으로 치면 반값에 이동형 에어컨을 풀었습니다. 새벽부터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난장판이었습니다. 밀고 뜯고 때리고 그야말로 전쟁터였습니다. 힘이 약한 여성이 잡은 에어컨을 그냥 남자가 힘으로 뽑아가는, 뺏어가는 일도 있었고요. 에어컨도 아니고 선풍기 하나 잡는 데 난리 난리였습니다.

[아지즈/대형마트 인근 상인 : 정말 전쟁터 같았어요. 난장판이었어요. 싸우는 사람들 속에서 엄마들은 쓰러지고, 사람들은 서로 밀고, 아빠들은 때리고, 태어나서 그런 광경은 처음 봤어요.]

이렇다 보니까 냉방 시설 때문에 사람들이 화가 안 날 수가 없습니다.

4. 에어컨 설치로 정치적 분열까지 
결국 여기 야당이 폭염대책 마련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정부 불신임까지 냈습니다. 물론 지난 6일에 부결은 됐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열받아 있는 겁니다. 집은 그렇다 치고 최소한 병원하고 학교 같은 필수 공공시설에는 에어컨을 좀 달기 쉽게 법을 바꾸자라는 목소리가 큽니다. 근데 이게 이상하게 정치 쟁점이 돼서 우파는 에어컨을 적극적으로 달자고 하고 좌파는 환경을 고려해야 하니 좀 더 중장기적으로 고민해보자고 합니다. 실제로 파리엔 환경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에어컨 설치 쪽으로 의견이 빨리 모이지 않습니다. 어쨌든 법을 바꿔야 하는 상황인데 어차피 올여름은 틀렸고, 내년 여름엔 좀 바꿀 수 있을지 아님 프랑스의 전통은 그대로 남아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취재 : 권영인,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김시내, 영상편집 : 장유진, 디자인 : 육도현, 출처: X(@europa, @inst_Actu, @french_report78,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