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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헤어지는 법 배웠다"…75년 노포가 남긴 울림

여현교 기자

입력 : 2026.07.11 07:25|수정 : 2026.07.11 08:09

동영상

<앵커>

도쿄의 작은 골목에 있던 가게가 문을 닫는 모습이 SNS에서 화제가 돼 많은 사람을 울렸습니다. 일종의 폐점 세리머니였는데요. 시작만큼 마무리도 소중히 여기는 일본 특유의 정서가 담겼다고 합니다.

여현교 기자가 비디오머그로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 6월 30일 도쿄 가구라자카의 상점 '슈퍼 키무라야'가 75년 만에 문을 닫습니다.

1951년 문을 연 이래 동네 주민들의 밥상을 책임져온 노포였습니다.

마지막 날, 단골손님들이 몰려들었고 직원들은 가게 앞에 나와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습니다.

마침내 셔터도 천천히 내려갔습니다.

이 장면, 같은 상권에 다른 가게가 촬영해 올렸는데 SNS에서 550만 회 넘게 재생되며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이런 이별은 키무라야만이 아니었습니다.

나고야의 71년 역사 메이테츠 백화점.

백화점 앞 '나나짱' 동상으로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던 이곳은 올해 2월 문을 닫았습니다.

마지막 날 사장과 경영진은 먼저 온 손님 2천 명에게 꽃을 건넸습니다.

그중에는 50년을 이 백화점에서 일한 직원도 있었습니다.

저녁 7시, 영업이 끝나자 사장은 직원들과 함께 깊이 허리를 숙였습니다.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졌고 "수고했어요", "고마웠어요"라는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120년 된 노포 식당을 닫는 노부부까지.

이들 모두 마지막 순간 손님들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넸습니다.

일본에서는 가게가 문을 닫을 때 단순히 '영업 종료'로 끝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손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작은 행사, 이른바 '폐점 세리모니'입니다.

특히 오래 사랑받은 가게일수록 마지막 날 손님들과 감사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따로 마련합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가게 셔터가 천천히 내려가는 순간입니다.

시작만큼 마무리도 소중히 여긴다는 일본 특유의 정서가 담겨 있습니다.

또 이 정서의 뿌리에는 '오미오쿠리'라는 일본 특유의 배웅 문화도 있습니다.

손님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는 접객 방식인데요.

여관이나 백화점에서 직원들이 총출동해 손님을 배웅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일본을 찾은 외국인이 가장 감동하는 순간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올해 들어 이런 일본 가게들의 이별 장면이 부쩍 늘어났는데요.

그만큼 문 닫는 가게가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부야 거리의 대표 백화점이었던 세이부 백화점도 올 9월까지만 영업을 하고 59년 만에 문을 닫습니다.

참고로 일본 백화점 매출은 1991년 9조 7천억 엔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5조 7천억 엔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 백화점들과 오래된 상점들은 더 버티기 힘들어 줄줄이 셔터를 내리는 '폐업 러시' 한가운데 있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이별 뒤에는 저출생·고령화와 상권 쇠퇴라는 씁쓸한 배경이 깔려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현재 내수 침체 장기화로 폐업 사업자가 100만 명에 육박하는 수준을 유지 중입니다.

자식만큼 소중했던 가게도, 오로지 손님만 바라보며 끝까지 버티던 가게들도, 어느 날 그냥 조용히 사라지는 게 우리 현실.

그래서 일본의 이 장면이 마지막을 소중히 여기는 이 문화가 더 눈길을 끄는지도 모릅니다.

잘 헤어지는 법을 알려준 가게들의 마지막 인사.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에 울림으로 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