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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제3자 뇌물' 2심 공소기각 파기…"이중기소 아닌 별건"

권민규 기자

입력 : 2026.07.10 16:17


▲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쌍방울 800만 달러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공소기각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원고법 형사2부(김건우 임재남 서정희 고법판사)는 오늘(10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의 공소기각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외국환 관리 질서와 국제 수지 균형 및 통화 가치의 안정이라는 국가·경제적 법익인 반면, 이 사건 뇌물 공여죄의 보호 법익은 직무 집행의 공정성과 국가 기능의 공정성에 관한 것으로 양 죄의 입법 목적이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외국환거래법 위반죄는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지 않고 외국환을 지급한 자를 처벌하는 것이고, 이 사건 뇌물 공여죄는 직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대가로 공무원이자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한 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전자는 부작위, 후자는 작위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이 상대방에게 외국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실행 행위가 일부 중첩됐더라도 구성 요건과 보호 법익을 달리하는 별개의 공소 사실을 두고 법률상 한 개의 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아울러 "피고인이 뇌물을 공여하는 주된 범행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외국환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별건 외국환거래법 위반 범행이 그 수단으로 수반됐다고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구성 요건에 동일성이 있거나 (양 죄가) 목적 및 수단 관계에 있더라도 행위 태양(형태·양상)과 보호법익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와 이 사건 뇌물공여죄는 입법 목적과 보호법익 행위, 주체, 태양, 상대방 등이 모두 다르므로 형법 제40조에 따라 양 죄의 불법성과 책임을 하나의 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양 죄는 '상상적 경합'이 아닌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고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에 대한 공소 제기 효력은 나중에 기소된 뇌물공여죄의 공소사실에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실체적 경합은 한 사람이 여러 개의 행위로 여러 죄를 저지른 것을 뜻합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도지사인 이재명 대통령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대신 지급했다는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돼 2024년 7월 1심에서 징역 2년 6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정치자금법 위반)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진행 중입니다.

1심 선고 직후 검찰은 쌍방울의 대북송금이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 등을 위한 제3자 뇌물이라고 보고 김 전 회장을 추가 기소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를 이중 기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김 전 회장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과 이 사건 공소사실의 범행 일시와 장소, 지급 대상 등이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과 특가법 뇌물 사건에서 북한에 돈을 지급한 행위는 중첩되지만 처벌 법령의 입법 목적과 범죄 구조가 상이하며 처벌 주체도 달라 각각 독립적 범죄로서 실체적 경합"이라고 반박해왔습니다.

2심에서 원심의 공소기각 판결이 파기된 데 따라 사건은 원심 법원인 수원지법으로 환송돼 실체적 심리가 다시 진행될 예정입니다.

한편,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김 전 회장의 1심 공소기각 판결을 근거로 자신에게도 면소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다른 쟁점이 많다"는 취지로 면소 여부는 계속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향후 이 사안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같은 사건 공범으로 기소된 이재명 대통령의 제3자 뇌물 혐의에 대한 재판 절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통령의 재판은 지난해 대통령 취임 이후 모두 중단된 상태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