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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할 때까지 태울 수 있어"…유족이 전한 폭언들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7.10 13:27|수정 : 2026.07.10 17:43


▲ 간호사

"나는 신규(신입 간호사) 들어오면 ○○할 때까지 태울 수 있어." 지난달 2일 자택에서 숨진 간호사 고 강 모(27)씨가 경기 광주의 한 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선배 간호사로부터 들었다고 유족이 전한 폭언입니다.

강 씨의 어머니 김 모 씨는 지난 7일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딸이 겪은 '태움' 피해를 설명하며 눈물을 쏟았습니다.

태움은 간호사 업계에서 선배가 신입을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과 그런 문화를 지칭하는 은어입니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표현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는 "딸이 전산 입력을 하던 중 뒤에서 휴대전화 게임을 하던 선배가 태움으로 인한 ○○을 언급하며 마치 딸에게 들으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며 "그날 퇴근한 딸은 몸을 벌벌 떨며 '어떻게 일을 마쳤는지도 모르겠다'고 오열했다"고 말했습니다.

강 씨가 처음부터 병원 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 김 씨에 따르면 강 씨는 2023년 2월 병원에 입사한 뒤 응급실에 배치됐습니다.

업무 습득이 빠르고 현장 적응력도 좋아 선배들로부터 칭찬을 들었다는 게 유족의 설명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 탐색 일환으로 현직 간호사의 강의를 듣고 나서 간호사의 꿈을 갖게 된 강 씨는 간호대학에 진학했고, 졸업 직후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김 씨는 "딸이 워낙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어서 교수님들도 병원에 취업 추천서를 써줬고, 실제 병원 입사 이후에도 일을 잘해 선배들로부터 '에이스 들어왔다', '앞으로 이렇게만 해'라는 등의 칭찬을 들었다"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즐겁게 일했던 시기"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유족은 강 씨가 입사한 지 2개월쯤 지난 시점에 태움을 겪기 시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는 당직의가 간호사들에게 음료수를 돌리겠다며 막내인 강 씨에게 주문을 받아달라는 일이 발단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강 씨가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등받이 없는 동그란 형태의 보조 의자에 앉은 상태로 선배들의 주문을 받은 것을 두고 한 선배가 문제 삼았다는 것입니다.

김 씨는 "평소 태움을 주도했던 이들 중 한 명이 '쟤 짬(경력)에 저기 앉는 게 말이 되냐?'라고 하면서 눈치를 준 게 처음 괴롭힘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강 씨를 향한 태움이 본격화했다고 김 씨는 주장했습니다.

김 씨는 "딸은 음료 주문 사건 이후 선배들에게 인사를 해도 무시당하기 일쑤였다고 했다"며 "서로 다른 업무처리 방식을 두고 지적을 받는 일이 잦았는데,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질문해도 혼이 나거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고 고민을 토로했다"고 전했습니다.

강 씨는 같은 해 5월부터 간호사들의 리더격인 수간호사에게 여러 차례 피해를 호소했지만, 두 달가량 근무 조정이 된 것 외에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유족은 설명했습니다.

김 씨는 "딸은 '평소에 잘 할 수 있는 일도 그 선배(태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 앞에서는 주눅이 들어 못하겠다'며 우울해했다"면서 "그러다가 '신규 들어오면 ○○할 때까지 태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딸에게 퇴사를 권유하기도 했으나, 강 씨는 "엄마, 나는 잘못한 게 없잖아. 난 이 일이 정말 좋아. 간호사를 계속하고 싶어. 그리고 도망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고통 속에서도 병원 생활을 이어가던 강 씨가 사표를 낸 것은 지난해 3월 환자 처치 중 약물 용량을 틀렸다는 이유로 선배에게 크게 질책받은 뒤였다고 유족은 전했습니다.

강 씨는 병원을 그만두고 노동당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냈습니다.

김 씨는 이후 강 씨가 심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고, 가족들이 돌보는 상황에서도 ○○ 시도가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강 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폐쇄병동에 입원하기도 했다고 유족은 전했습니다.

김 씨는 "간호사가 되기 전엔 정신과 치료 한번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고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노동당국은 같은 해 9월 강 씨에 대한 태움 가해자로 지목된 3명 중 1명에게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병원 측에 시정을 지시했습니다.

다만 노동당국은 괴롭힘 여부를 판단했을 뿐 구체적인 시정 수위는 병원이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강 씨는 지난 3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도 업무상 질병(중증도 우울 에피소드)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강 씨는 피해를 회복하지 못한 채 지난달 2일 숨졌습니다.

인터뷰 내내 눈물을 흘리던 김 씨는 "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다시는 태움 사건이 나지 않도록 제발 도와달라"며 "아이는 '내 인생은 망가졌는데, 가해자들이 행복하게 살다니'라고 억울해하며 침대 위에서만 생활하다가 죽음을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광역범죄수사대에 강 씨 사건을 전담하는 20명 규모의 수사팀을 편성했습니다.

경찰은 고인이 남긴 1년 치 일기장을 분석하고, 유족과 친구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