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프랑스에서 정부의 탄소 감축 속도가 둔화하고 일부 환경 정책도 후퇴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프랑스 기후고등위원회(HCC)는 현지 시간 9일 발표한 연례 평가 보고서에서 현재의 기후 정책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기후 위험의 급격한 악화를 막기에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고 일간 르몽드가 전했습니다.
위원회에 따르면 프랑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이후 34%, 2015년 이후 22% 감소했지만, 감축 속도는 최근 둔화하고 있습니다.
2024년 배출량은 3%, 지난해에는 2.1% 감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4.8%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지만, 이는 상당 부분 온화한 날씨의 영향으로 분석됐습니다.
위원회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탄소 흡수원인 산림의 기능이 계속 약화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습니다.
기후변화와 벌목의 영향으로 숲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모두에서 "정책 규모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위원회는 사회와 경제의 기후변화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모두 82개 권고안을 제시했습니다.
폭염 대책으로는 시원한 공공장소와 무료 물놀이 시설 확대, 일정 기온 이상에서 작업을 중단하는 기준 마련 등이 포함됐습니다.
수년간 논란이 이어진 에어컨 설치와 관련해 위원회 소속 폴 리들리 교수는 "병원이나 학교와 같은 특정 장소에서는 필요하지만, 무분별하게 모든 곳에 보급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신 위원회는 도시 녹지 확대와 차양 설치, 창문 셔터 보급, 지역 냉방망 구축, 이동식 에어컨보다 고정식 냉방시설과 냉난방 겸용 열펌프 보급을 권고했습니다.
다만 위원회는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누적된다면 어떤 적응 정책도 충분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프랑스의 평균 기온은 20세기 초 이후 이미 2.2도 상승했습니다.
현재 세계 각국의 기후 정책이 유지될 경우 2100년에는 평균 기온이 4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폭염 발생 일수도 현재의 10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올해 들어 3차 폭염을 겪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이날 본토 96개 데파르트망(광역 자치권) 중 72곳에 폭염 주황 경보가 발령됐습니다.
프랑스 기상청은 이날 낮 최고 기온이 전국적으로 35∼39도,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41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보했습니다.
여기에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 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AFP통신이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들어 첫 8일 동안 프랑스에서는 7천800㏊가 산불로 소실됐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