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방비 증액에 소극적인 스페인을 향해 '무역 단절' 가능성을 거론한 데 이어 실제 금수 대상이 될 수 있는 스페인산 상품 선별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관세를 넘어 특정 국가 제품의 수입 자체를 막는 새로운 통상 압박 수단이 현실화할지 주목됩니다.
현지 시간 8일 로이터통신과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와 함께 금수 조치가 적용될 수 있는 스페인산 상품 목록을 며칠 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거부한 스페인을 비판하며 "더 이상 무역하고 싶지 않다"고 직격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됩니다.
다만 미국이 스페인과의 교역을 전면 중단할 경우 스페인뿐 아니라 자국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미국 내 대체 공급처가 있으면서 스페인에는 치명적인 품목을 고를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캘리포니아 올리브 생산업계의 요청에 따라 스페인산 블랙올리브에 3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전례가 있습니다.
한 소식통은 스페인에 대한 무역 정책을 언급하면서 "지난해 10월에도 검토 작업이 일부 진행됐었다"며 "그때 만들어 둔 자료를 다시 꺼내 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상대국을 압박하기 위해 고율 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왔지만, 이번에는 아예 특정 국가의 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금수 카드'까지 꺼내 들며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무역 금수는 그간 미국이 쿠바나 이란 등 적대국을 상대로 활용해 온 제재 수단으로, 동맹국을 상대로 금수 조치를 검토하는 건 이례적입니다.
일각에서는 미국 법원이 상호관세 등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건 상황에서 새로운 '전술'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국가별 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금수 조치를 활용한 통상 전술이 현실화할 경우 향후 미국의 안보·외교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다른 동맹국들에도 새로운 압박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통상 압박 수단 역시 여러 법적 장애물을 맞닥뜨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정 국가에 대한 무역 금수나 경제 제재 조치를 내리는 데에도 IEEPA를 활용할 수 있지만, 이를 발동하기 위해서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해당 국가가 미국의 안보나 경제에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을 가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피터 셰인 뉴욕대 법학 교수는 "32개 나토 회원국 중 한 곳이 평시 국방비 목표를 GDP의 3%포인트 미달한 것이 미국에 비상사태를 가져왔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당시 '비상사태' 자체의 성격은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상사태를 선포할 권한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금수 조치가 시행될 경우 불거질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체결한 무역협정과의 충돌 가능성입니다.
미국과 EU는 지난해 7월 EU로 수입하는 미국산 공산품 관세를 철폐하는 대신, EU산 제품과 자동차에 미국 관세 상한선을 일괄 15%로 제한하는 무역합의(턴베리 합의)를 맺었습니다.
해당 협정은 EU 집행위원회가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체결했기 때문에 스페인산 제품에 대한 일방적 금수 조치는 미국과 EU 간 합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습니다.
폴리티코는 해당 협정에 어느 한쪽이 합의 내용을 위반할 경우 EU가 협정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