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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 미국 텍사스 휴스턴 교외 주택가에서 테슬라 차량이 집을 그대로 뚫고 들어가 집 안에 있던 76살 마사 아빌라 할머니가 숨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의 이름은 마이클 버틀러 배달 앱 '도어대시' 기사로 일하며 배달을 도는 중이었습니다. 버틀러는 구조대원에게 차가 '오토파일럿' 상태였다고 말했는데요. 차간 거리와 차로를 유지해 주는 주행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을 쓰다가 사고가 났다는 보도가 나오자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 사고가 화제가 됐습니다. 테슬라의 주행보조 시스템 때문에 사람이 숨진 것 아니냐, 이게 정말 안전한 게 맞느냐는 의심이 터져 나온 것이죠. 심지어 조사 과정에서 오토파일럿이 아니라, 신호등을 읽고 교차로 회전까지 맡아 목적지까지 스스로 움직이는 Full Self-Driving, 이른바 'FSD' 기능을 쓰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더 컸습니다. 이름은 '완전자율주행'이지만 법적으로는 운전자가 계속 지켜봐야 하는 레벨2 주행보조 기능입니다.
1. "정신을 잃었다"…블랙박스로 드러난 진실
그런데 2주 뒤, 이 사건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사고를 낸 버틀러가 우리로 치면 과실치사보다 무거운, 최대 징역 20년까지 가능한 중범죄인 '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겁니다. 버틀러는 FSD 모드로 달리다가 터치스크린에서 음악을 바꾼 것까지만 기억나고 그다음은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사고가 나 있었다고 주장했는데요. 수사팀이 차량 블랙박스와 카메라, 휴대전화까지 뒤져보니 전혀 다른 그림이 나왔습니다. FSD가 켜져 있던 건 맞습니다. 그런데 버틀러가 가속 페달을 직접 밟아 FSD의 속도 제어를 스스로 풀어버린 겁니다. 사고 직전 6초 동안 페달을 바닥까지 밟았고, 주택가 제한속도의 두 배가 넘는 시속 117km까지 속도를 냈습니다. 마지막 1분 동안 브레이크는 단 한 번도 밟지 않았고요. '정신을 잃었다'는 주장도 무너졌습니다. 검사 결과 술도, 약물도, 발작이나 심장 이상 소견도 전혀 나오지 않은 겁니다. 결정타는 휴대전화였습니다. 사고 몇 주 전부터 구글에 "테슬라 FSD 너무 소심하다", "FSD가 도심 주행에 충분히 공격적이지 않다"고 검색한 기록이 줄줄이 나온 거죠. 검찰은 이 검색 기록을 버틀러가 일부러 속도를 올렸다는 증거로 쓰고 있습니다.
2. 속도는 인간이, 운전대는 기계가 잡았다
그러니까 이렇게 정리됩니다. 자율주행 기능이 사고를 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람이 페달을 밟아 속도를 올렸다가 사람을 죽게 했다. 테슬라도 그렇게 반박합니다. 머스크는 "FSD는 주택가에서 천천히 달린다"고 했고, 테슬라 AI 총괄은 "운전자가 페달을 100% 밟아 시스템을 무력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버틀러에게만 잘못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습니다. 테슬라 FSD는 가속 페달을 밟으면 '속도'만 운전자에게 넘어가고, 핸들과 차선 유지, 길 찾기는 시스템이 계속 맡는 구조입니다. 즉, 충돌하는 그 순간까지, 속도는 인간이 냈지만 운전대는 기계가 잡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운전자들이 왜 페달에 발을 올려두게 됐는지도 생각해볼 지점입니다. FSD는 정지 표지판마다 완전히 멈춰 서서 답답하다는 불만이 많은데, 정작 '매드맥스'라는 주행 모드에서는 제한속도를 훌쩍 넘겨 달립니다. 어떨 땐 기어가고, 어떨 땐 폭주하니 운전자가 페달로 '보정'하는 습관이 생긴다는 거죠. 그래서 숨진 아빌라 할머니의 유족들은 버틀러뿐 아니라 테슬라를 상대로도 소송을 냈습니다. FSD 설계에 결함이 있고 위험 경고가 부족했다며 100만 달러가 넘는 배상을 청구한 건데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NHTSA와 연방교통안전위원회 NTSB도 자율주행 시스템이 이 사고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동시에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3. 운전자 67 : 테슬라 33…3천억 판결의 이유는?
그럼 버틀러와 테슬라는 앞으로 어떤 처분을 받게 될까요. 힌트가 될 만한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지난 2019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오토파일럿을 켠 채 달리던 남성이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줍는 사이, 길가에 주차된 차량과 그 옆에 서 있던 연인을 그대로 들이받았습니다. 20대 여성이 숨지고 남자친구는 크게 다쳤죠. 몇 년을 끈 재판 끝에 지난해 8월 마이애미 연방법원 배심원단이 내린 결론은, 운전자 책임 67%, 테슬라 책임 33%. 오토파일럿 사망 사고에서 테슬라의 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연방 배심원 평결이었습니다. '운전자의 부주의'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인데 이에 대한 안전장치가 부족했고, 경영진이 시스템을 실제보다 안전한 것처럼 공격적으로 마케팅해 과도한 믿음을 심었다는 겁니다. 테슬라는 전체 배상액의 3분의 1인 약 4천 300만 달러에 징벌적 손해배상 2억 달러를 더해 2억 4천만 달러가 넘는 돈을 물게 됐습니다. 우리 돈 3천억 원이 넘는 규모죠. 물론 테슬라는 이 평결에 불복해 다투고 있습니다. 다만 두 사건이 똑같지는 않습니다. 마이애미가 운전자가 '한눈을 판' 사고였다면, 이번엔 운전자가 6초 간 페달을 끝까지 밟은,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고입니다. 운전자가 한눈판 것까지 대비했어야 한다는 논리가 일부러 가속 페달을 밟은 발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그게 이 재판의 진짜 관전 포인트입니다.
4. 페달을 없애자 vs 카메라가 못 본다
자율주행 기능을 쓰던 중에 사람이 개입해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은 누가 얼마나 져야 하는가. 이 질문 앞에서 미국 정부는 지금 놀라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5일, NHTSA가 '사람이 절대 운전하지 않도록 설계된 차'에 대해서는 브레이크 페달 장착 의무를 없애겠다고 나선 겁니다. 어차피 시스템이 운전하는 차라면 사람이 실수로든 고의로든 페달을 밟는 게 오히려 시스템을 방해해서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버틀러의 사고를 떠올려보면 묘하게 들어맞는 논리이기도 하죠. 사람의 개입이 사고를 만들었으니까요. 아직 확정은 아니고 이달 말까지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지만, 자율주행 시대에 '인간의 개입'을 안전장치가 아니라 위험 요소로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인 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같은 NHTSA 안에서도 정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진행 중입니다. 결함조사국 ODI는 테슬라 FSD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역광이나 안개로 카메라가 앞을 못 보게 됐을 때, FSD가 '내가 지금 못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운전자에게 경고도 하지 못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로 인해 보행자 1명이 숨진 사고를 포함해 9건의 사고가 파악됐고, 조사국은 약 320만 대의 테슬라 차량을 리콜 결정 직전 단계의 조사에 올려놨습니다. 물론 이렇게 반박할 수 있습니다. 페달을 없애는 규칙은 아예 운전석이 없는 무인 전용 차량 얘기고, 조사받는 건 일반 소비자 차량이니 서로 다른 얘기 아니냐고요. 하지만 그 무인 차량의 두뇌가 바로 지금 조사받고 있는 FSD의 발전형이고, 세상을 보는 눈도 똑같은 카메라입니다. 한쪽에서는 "기계를 믿어라, 사람의 개입이 위험하다"며 페달을 없애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기계가 눈이 안 보이는 것도 모른다"는 증거를 쌓고 있는 셈입니다.
5. 모델Y 판매 1위, 한국의 시간표
테슬라는 그동안 FSD가 인간보다 10배 안전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이 통계의 계산법을 두고도 논란이 진행 중입니다.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 (화면출처 : 유튜브 Tesla) : 사실 테슬라의 FSD가 안전성 면에서 단순히 인간과 '동등한'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인간보다 10배 더 안전해질 것입니다.]
테슬라는 자기 차에서는 에어백이 터질 정도의 심각한 사고만 세고, 다른 차들은 견인차를 부를 정도의 가벼운 사고까지 전부 센 통계와 비교했는데, 같은 기준으로 다시 재보니 10배라던 차이가 3배 수준으로 줄었다는 로이터의 검증 보도가 나온 것이죠. 더 뼈아픈 건 내부의 목소리입니다. FSD 주행 영상을 매일 들여다보며 AI를 훈련시키던 테슬라의 전직 직원 9명 중 7명이 "이 시스템에 내 목숨은 못 맡긴다"고 답했습니다. 확실한 건, 그 검증이 끝나기 전에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율주행이 먼저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겁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테슬라 일부 모델에서 FSD를 쓸 수 있게 됐고, 지난 5월에는 테슬라 모델Y가 국산차, 수입차를 통틀어 국내 판매 1위에 올랐습니다. 수입차가 1위를 한 것도, 전기차가 1위를 한 것도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하반기부터는 광주 도로에 자율주행차 200대가 실제로 투입될 예정이고요. 도로 위의 차들이 하나둘 자율주행으로 바뀌어 갈 때, 예상 못 한 사고는 반드시 벌어집니다. 자율주행차끼리 사고가 나면 책임은 누가 질까요? 한쪽은 자율주행, 한쪽은 사람이 몰고 있었다면요? 그래서 지난달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처음으로 이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렸습니다. 시스템이 요청하면 운전자가 즉시 개입해야 하는 지금의 레벨3 단계에서는 사고 책임의 중심이 여전히 운전자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운전대조차 잡지 않는 레벨4부터는 탑승자가 아니라 제조사와 운영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된 겁니다. 전방을 주시할 의무가 남아 있는 운전자는 정말 아무 책임이 없는지, 통신망이 끊기거나 해킹당했을 때 시스템 운영사는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 따져야 할 질문이 한둘이 아닙니다. 브레이크 페달을 없애겠다고 발표하면서 NHTSA 국장은 "모델T 이후 가장 위대한 기술 혁명의 문턱에 서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초로 컨베이어벨트를 도입해 '누구나 차를 모는 시대'를 열었던 포드의 모델T로부터 100여 년, 이번 혁명은 반대로 '아무도 차를 몰지 않는 시대'를 향하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우리 사회를 덮치기 전에, 인간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먼저 필요해 보입니다.
(취재 : 김태원,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박우진·김상윤, 영상편집 : 류지수, 디자인 : 양혜민, 도움 : 김혜주·서병욱, 제작 : 디지털뉴스부, 화면출처: 유튜브 Tesla, C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