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평소 AI를 얼마나 쓰시나요? 저는 업무적으로 저희 SBS D 포럼을 위해 연사 섭외를 할 때 제가 쓴 섭외 레터보다 더 좋은 설득 포인트가 없는지를 상의하기도 하고, 사소하게는 집에 냉동해 놓은 생선을 에어프라이어에 몇 분을 구워야 하는지 같은 일상적인 생활의 팁을 묻기도 하는데요.[1]
실제 지난 3월 말 과학기술정보퉁신부에서 인터넷을 비롯한 인공지능 서비스 활용에 대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67%가 인공지능 서비스를 경험해 봤다고 답했으며, 그 가운데서도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의 경우에는 44.5%가 써봤다고 했습니다. 특히 사무직에서는 71.9%가 사용하고 있고, 전문·관리직의 경우 20.6%가 유료 구독까지 한다고 합니다. 주 이용 연령층은 20대>30대>10대>40대>50대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1] 하지만 아직까지 내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서는 내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쌈박한 아이디어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인터넷처럼 인공지능의 사용도 거부할 수 없는 대세가 돼 가고 있는 요즘, AI의 사용을 '외로움'이라는 틀로 들여다보는 전문가가 있습니다. '고립의 시대'의 저자 노리나 허츠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의 교수인데요. 2022년 저희 SBS D포럼의 연사였던 노리나 허츠 교수가 지난달 16일, 이데일리 전략포럼 참석차 방한했을 때 만났습니다.

경제학자지만 경제, 정치, 사회, 그리고 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의 화두들을 연구해오고 있는 노리나 허츠 교수는 오늘도 쨍한 빨강 수트를 입고 나타났습니다. 노리나 허츠 교수에게 빨강은 특별한 색인데요. 세계적인 록밴드 U2의 보노가 케네디 가문 출신의 미국 사회운동가이자 변호사인 바비 슈라이버와 함께 2006년 아프리카의 부채 탕감과 AIDS 퇴치 등을 목표로 '프로덕트 레드(Product RED[2])' 프로젝트를 시작했을때, 개발도상국 부채와 AIDS, 기업과 소비자의 윤리적 책임을 연결해 온 노리나 허츠 교수의 문제의식[3]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은 단순한 '친구 없음'을 의미하지 않음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시민으로서 사회에서 단절된 느낌이 이 시대의 '외로움'
Q. 안녕하세요? 2022년 저희 SBS D포럼 연사로 참여하셨을 때는 코로나 등을 겪으면서 '외로움'이 어떻게 포퓰리즘에 우리를 취약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얘기를 해주셨었는데요. 그로부터 4년이 지났고 지금은 AI가 부상한 상황입니다. 외로움의 관점에서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2021년 '고립의 시대'를 썼을 때보다 '외로움'은 더 악화됐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50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 책에서 경고했던 위험들이 실제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의 외로움은 단순히 '친구가 없다', '함께 시간을 보낼 사람이 없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자신이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고 잊힌 존재처럼 느껴지는 감각, 동료 시민과 단절돼 있고 국가로부터 단절돼 있다고 느끼는 감각을 말하는 것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시민과 국가 사이의 이러한 분열과 긴장은 더 가속돼 왔습니다.
영국의 경우에도 정부를 신뢰하는, 정부가 옳은 일을 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14%에 불과합니다.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들 전반을 보더라도 어려운 시기, 정부가 자신을 위해 존재해 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절반이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안타깝게도 AI도 외로움을 악화시키는 요인입니다. 제기 알기로 사람들은 AI에 대해 대체로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은 동시에 AI가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급 일자리의 경우 앞으로 몇 년 안에 절반 정도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가짜뉴스를 생성해 불화와 증오, 반감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저는 '외로움'의 틀에서 볼 때 이런 상황이 걱정이 됩니다. 왜냐하면 제 연구에서 보았듯이 포퓰리즘의 부상을 악화시킨 요인 중 하나는 사람들이 외롭고 사회와 단절돼 있다고 느꼈다는 것이고, 또 다른 동인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기술이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지요.
[2] https://www.red.org/
[3] 노리나 허츠 교수의 2004년 출간 책 'The Debt Threat(부채 위협)'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인터뷰 중인 노리나 허츠 교수 / 신라호텔
Q. 이전 강연에서도 말씀하셨듯이 외로움은 경제적 불안정성과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저희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AI로 부상한 또다른 특징은 사람들이 사람과 이야기하지 않고, AI와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더 가깝게 느끼거나 더 솔직할 수 있다고 느끼더라도 실제로는 기계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잖아요.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보시나요?
'고립의 시대' 책에서 제가 '외로움 경제'의 부상을 강조했습니다. 연결을 위해 설계된 제품, 서비스들의 등장을 말하는 것입니다. AI도 여러 면에서,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그런 역할을 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AI와의 상호작용을 생각해 보십시오 늘 당신이 얼마나 훌륭한지, 당신의 아이디어가 환상적이라고 말해줍니다. 항상 당신 곁에 있고 어떤 식으로든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든 긍정해 주고 아첨하는 친구로 설계되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걱정됩니다. 특히 청년과 관련해서 말입니다.
최근 영국에서 18에서 22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연구를 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가장 강하게 드러난 것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AI를 사용하는 정도였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 말다툼을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님이 이런 메시지를 보냈는데 어떻게 답해야 할까?" 제 연구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대학 교육을 받은 청년들이었습니다.
AI 시대, 청년들의 상호작용에 대한 자신감↓
부모, 교사, 친구보다 AI에 조언 구하기↑
그런데 저를 충격에 빠뜨린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청년들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해석하고 해결하는 자기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는 정도였습니다. "제가 왜 그런 것을 AI에게 묻나요?"라고 물었을 때, "AI가 우리보다 더 정확하게 해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하고 답하더라고요. 이미 AI가 자신들보다는 유능하다고 믿고 있었어요.
둘째 제가 걱정했던 것은 그들이 슬플 때, 불안할 때, 화날 때 인간이 아니라 AI에게 털어놓는 쪽을 선택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번 주 한국 와서 나눈 한국 청년들의 대화에서도 상당수가 자기도 그렇다고 제게 말해 주었습니다. 부모나 교사, 또래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기보다 AI에게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AI가 신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 내가 무엇을 믿든 그저 긍정해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또 AI는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 통제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저는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시한폭탄 같이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SDF 2022 당시 라이브로 연결해 강연하고 있는 노리나 허츠 교수 모습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같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중요
Q. 2022년 SDF 강연에서도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끼리 더 많이 이야기하고 만나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요즘은 더 가까워지기보다 더 멀어지고 분리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서로 간의 다리는 어떻게 이을 수 있을까요?
연구들이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이 함께 무엇인가를 하고 같이 만들고 함께 일할 때 서로 간의 차이보다 공통점에 더 집중하게 되고 어떻게 서로를 도울 수 있는지를 보게 된다고 합니다.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방식, 특히 함께 모이고 함께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에 정부가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일명 '공동체의 인프라'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사람들이 와서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땅에 발 붙일 수 있는 구체적인 장소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사람을 모을 수 있을지는 위에서 아래로가 아니라 평범함 시민들이 스스로 이니셔티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자주 쓰는 표현인데요.
"우리가 만들면 그들이 올 것입니다. (If we build it, they will come.)
하지만 그들이 만들면 머물 것입니다.(But if they build it, they will stay.)"
시민들이 함께 새로운 공동체의 기반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우리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Q. 정말 좋은 표현이네요. 올해 SDF는 '대체지능시대, 생각주권을 묻다'라는 제목 아래 AI에게 어디까지 의사결정을 맡겨야 하는지, 우리의 사고가 AI에 외주화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AI와 같이 살아가야 하는 시대 인간이 지켜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두와 관련해서는 무엇이 시급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인지주권의 문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꺼뜨리지 않는 것, 알고리즘을 그저 맹목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것은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SBS D포럼의 주제로 이런 화두를 선택한 것에 찬사를 보냅니다.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I로부터 답을 얻는 편리함을 그저 받아들이고 기꺼이 자신의 생각주권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이 분야는 막 성장하고 있는 초기 연구 영역이고, 저도 지금 이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연구자 가운데 하나입니다. 연구들은 우리가 사고를 AI에 더 많이 외주화 할수록 비판적 사고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AI를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AI를 사용하면서 꼭 실천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AI를 쓰지 않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AI를 사용하지 않고도 스스로 쓰고 생각하도록 우리 자신을 계속 밀어붙이는 시간 말입니다. 두 번째는 AI를 우리가 더 깊이 생각하도록 자극하고 넛지[4] 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를 모색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실제로 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은 제가 쓴 글이 왜 훌륭한지를 묻는 게 아니라 이렇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이 글이 네가 본 것 중에 가장 끔찍한 글인 이유 10가지를 말해줘" 이렇게 하면 AI가 저를 다른 관점에서 보도록 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생각해보게 할 수 있습니다. 또 이런 방법도 있습니다. AI에게 답을 달라고 묻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 방식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4] 넛지란 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노리나 허츠 교수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는 AI 시대에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질문 중 하나는 'AI가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고 했습니다. 현재 압도적으로 젊은 층, 특히 여성의 일자리가 대체되고 있는데 정치인들의 레이더에는 충분히 포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려할 것은 AI로 인해, 큰 규모의 화이트 칼라 일자리가 대체될 수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만약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규모의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붕괴를 맞게 된다면, 그 문제는 생계의 차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일자리가 없어지는 시대, 사람들은 무엇을 할 것인지, 소득은 어떻게 얻을 것인지, 국가는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더 나아가 '일=나'라는 산업혁명 시대의 프레임이 무너지면 우리는 어디서 의미와 목적, 소속감을 찾을 것인지 같은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이 이 문제를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AI로 인한 일자리의 변화와 그 이후의 삶을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분열은 더 깊어질 것이고, 화이트칼라의 분노와 저항이 폭발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노리나 허츠 교수는 경고했습니다.
(글: 이정애 기자, calee@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