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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민관 총력전에도 나토 장벽에 고배

민경호 기자

입력 : 2026.07.07 09:47


▲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한국이 고배를 마신 것은 결국 캐나다와 독일의 나토 동맹 관계에 밀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기술적 측면에서는 이번에 잠수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3천600t급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은 이미 실물이 건조돼 운용 중인 플랫폼입니다.

선행 모델인 도산안창호 잠수함(장보고-Ⅲ 배치I)은 진해에서 괌, 하와이를 거쳐 캐나다 서부 해군기지까지 1만 4천㎞를 항해하며 장거리 작전 능력과 캐나다 해군과의 상호 운용성을 입증했습니다.

반면 TKMS가 제안한 212CD형 잠수함은 차세대 전투체계 등이 적용됐지만 아직 실물이 없는 설계 단계였습니다.

납기 경쟁력 역시 한화오션의 강점이었습니다.

한화오션은 2035년부터 연간 1척씩 순차 인도하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TKMS는 2036년부터 인도가 가능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캐나다가 2035년 퇴역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기 전력화 능력은 한국 측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혔습니다.

그럼에도 캐나다가 독일을 선택한 것은 잠수함 성능이나 납기보다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독일과 캐나다는 모두 나토 핵심 회원국으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군사·안보·경제 협력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독일이 잠수함 수주를 위해 손잡은 노르웨이도 같은 나토 회원국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발표문에서 이번 사업의 목표로 캐나다의 주권 수호와 함께 "나토를 포함한 동맹국들과의 집단 안보"라고 명시하면서 이 사업이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나토의 목표를 이행하는 데도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독일은 이번 수주전에서 나토를 통한 오랜 협력 관계와 함께, TKMS의 잠수함 건조 실적을 내세워왔습니다.

나토 회원국 상당수가 독일제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도 연합작전과 정비, 교육훈련 측면에서 독일 측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TKMS는 독일과 노르웨이의 212CD 계열 잠수함을 기반으로 유럽 방산 협력 경험과 나토 운용 경험을 강조했습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캐나다 입장에서는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면 나토 내 상호 운용성과 동맹국과의 관계를 우선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업은 다목적 신형 디젤 잠수함을 최대 12척 도입하는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 방산 구매 사업입니다.

잠수함 계약금액만 약 20조원, 향후 30년간 유지·보수·정비(MRO)까지 포함하면 총사업 규모가 최대 6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국은 이번 수주전을 위해 민관이 총력전을 펼쳤습니다.

한화오션은 2026∼2044년 700억캐나다달러(75조원) 이상의 교역·투자와 연간 2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약속했습니다.

한화 측은 PCL 건설, 블랙베리, 온타리오 조선소 등 67개 현지 기업 및 정부 기관과 MOU를 체결한 상탭니다.

한국 정부도 캐나다에 수소 화물 트럭 생산과 관련 인프라 구축 등 일명 '프로젝트 비버'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안하며 힘을 보탰습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올해 초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특사단과 함께 캐나다를 방문해 잠수함 수주전을 지원했습니다.

강 실장과 김 장관은 최근에도 각각 캐나다를 찾아 잠수함 수주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제조 공장과 충전소 인프라 건설을 포함한 협력 구상도 제시했습니다.

독일도 현지 공급망 구축과 기술 이전, 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내세우며 맞대응했습니다.

TKMS는 캐나다 특수강 업체 발브루나 ASW에 차세대 잠수함용 특수 강재를 발주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독일 국방장관은 TKMS의 제안으로 사업 기간 860억 캐나다달러(92조 원)의 GDP 증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독일과 노르웨이는 자국 해군에 배치할 잠수함 물량을 조정해 캐나다에 먼저 납품하는 방안까지 제안했습니다.

캐나다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성능뿐 아니라 유지보수와 군수지원, 가격, 경제적·전략적 협력 등을 핵심 평가 요소로 제시해왔습니다.

업계에서는 캐나다가 한국과 독일의 경쟁을 활용해 최대한 많은 경제적 이익과 산업 협력 조건을 끌어내려 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다만 이번 수주 실패에도 한화오션의 성과는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프랑스 나발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스웨덴 사브 등 유럽 주요 방산업체를 제치고 TKMS와 함께 최종 결선인 숏리스트에 선정됐습니다.

이는 한국 잠수함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음을 보여준 성과라는 분석입니다.

(사진=해군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