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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명 생계가 흔들"…업계 2위 '공중분해' 초유의 위기 [스프]

심영구 기자

입력 : 2026.07.07 09:00|수정 : 2026.07.07 10:06

홈플러스 파산 카운트다운, 2000억 원 마지노선과 대형마트 잔혹사


⚡ 스프 핵심요약

최후통첩: 서울회생법원이 2000억 원의 최소 운영자금 조달 실패를 이유로 홈플러스에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리며 14일의 즉시항고 기한을 부여함.

책임 공방: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 자금 부담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1만 2천 명의 노동자와 4,600여 협력업체의 생계가 위협받음.

구조적 역풍: 이번 사태는 단순 경영 실패를 넘어 온라인 시대로의 급격한 전환과 사모펀드(PEF) 차입매수(LBO) 모델이 안은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2026년 7월 3일,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받았습니다. 남은 시간은 딱 2주. 200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1만 2000명의 직원과 4600여 개 협력업체가 거리로 내몰립니다. 대주주 MBK파트너스(MBK Partners)와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Meritz Financial Group)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만 되풀이하고 있고, 정부는 청산을 전제로 한 대책만 내놨습니다. 1997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홈플러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1. "2000억 원 없으면 끝" 법원이 내린 최후통첩

법원은 왜 회생절차를 폐지했을까요? 서울회생법원은 7월 3일 "회생계획안 수행 가능성이 없다"며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핵심 이유는 단 하나. 회생에 필요한 최소 운영자금 2000억 원을 조달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법원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은 성사됐지만, 나머지 대형마트 사업부는 인수합병이 이뤄지지 않은 채 영업을 지속하며 매출은 감소하고 급여·물품대금 등 공익채권은 급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14일 이내에 자금을 조달해 즉시항고하면 회생절차를 재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2주 안에 2000억 원이 마련되지 않으면 홈플러스는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게 됩니다.

2. MBK와 메리츠,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

2000억 원은 왜 마련되지 못했을까요?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 책임 공방만 벌였기 때문입니다. 메리츠는 "MBK와 김병주 회장의 연대보증을 조건으로 1000억 원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했다"며 "나머지 1000억 원은 MBK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MBK는 "메리츠가 2000억 원 전액을 대출하면 그중 1000억 원에 대해 연대보증할 의사가 있다"며 "이미 수천억 원을 투입했고 추가 재원 마련 여력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법원 결정 직후에도 양측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홈플러스는 "메리츠가 1000억 원의 연대보증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자금지원을 거절하고 있다"고 밝혔고, 메리츠는 "홈플러스 위기는 지난 10년간 MBK가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한 경영의 참담한 결과"라고 맞받았습니다.

3. "2000억 원 추가 증여" MBK 약속은 어떻게?

MBK는 과거 무슨 약속을 했을까요? MBK는 2025년 9월 대국민 사과문에서 "인수인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장래 운영 수입을 재원으로 향후 최대 2000억 원을 홈플러스에 무상으로 추가 증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이 요구한 2000억 원과 정확히 일치하는 금액입니다. 그런데 이 약속이 발표된 지 9개월이 지나도록 실제 집행 여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홈플러스가 최근 공시한 감사보고서상 회생절차 신청 이후 2025년 3월부터 2026년 2월까지 MBK로부터 출자나 무상대여 등 직접적인 현금성 자금지원 내역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는 금융기관 차입으로 약 607억 원을 조달했을 뿐입니다.

이와 관련해 MBK 측은 이미 2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이행했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김병주 회장 개인이 출연한 현금 400억 원, DIP대출 600억 원에 대한 구상권 포기(대위변제)로 이미 1000억 원을 지원했고, 지난 3월에는 김 회장과 경영진이 자택 등을 담보로 긴급 운영자금 1000억 원을 조성해 지원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메리츠금융 대출이 성사되면 1000억 원을 추가로 연대보증하겠다는 조건부 확약도 더했습니다. 다만 이는 애초 약속한 '홈플러스 운영 수입을 재원으로 한 무상 증여'에 해당하는지, 그래서 약속 이행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더 필요해 보입니다.

4. 1만 2000명 실직, 10만 명 연쇄 타격 불가피

홈플러스가 청산되면 누가 피해를 볼까요? 우선 직고용 노동자 1만 2000명과 간접고용 1000명, 총 1만 30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여기에 납품업체 4600여 개, 입점 소상공인, 배송기사, 전단채 투자자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최대 10만 명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홈플러스 납품 중소기업·소상공인 150곳이 받지 못한 납품대금은 업체당 평균 7억 7400만 원입니다. 전단채 투자자들의 피해액도 4000억 원대에 달합니다. 폐점된 홈플러스에 입점한 한 자영업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매장 시설물 설치에 들인 수억 원을 회수도 못 했는데, 언제까지 영업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어 막막하다." 노동계는 "직·간접고용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 소상공인과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30만 명의 생계가 달렸다"고 주장합니다.

5. 정부 대책은? 청산 전제로 한 임시방편뿐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정부는 7월 3일 관계기관 전담반 회의를 열고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임금체불 피해 근로자에게 1인당 최대 2100만 원 대지급금 지급, 최대 1000만 원 저리 융자, 저소득 재직자 대상 최대 2000만 원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입니다. 협력업체에는 총 44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 방안도 논의됐습니다. 그런데 정부 대책은 모두 "청산을 전제"로 한 사후 지원입니다. 회생을 위한 긴급 개입이나 공적자금 투입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마트산업노조는 "국가마저 거대 자본의 '쩐의 전쟁'을 방관한 결과"라며 "정부는 14일 내 공적자금 투입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긴급조치를 통해 회생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2주 안에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6. 홈플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형마트 업태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홈플러스 위기는 경영 실패 때문만일까요? 한국 대형마트 업태 자체가 구조적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 소매시장에서 온라인 유통 비중은 60.3%인 반면, 하이퍼마켓(대형마트) 비중은 7.9%에 그쳤습니다. 대형마트 매출 부진은 2024년 2분기 이후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온라인 확산은 대형마트의 범용적 수요를 흡수하는 반면, 근거리 상권 기반 SSM·편의점에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이중 구조를 만든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오프라인 전체가 무너지는 게 아니라 특히 넓은 매장·대량구매·차량이동을 전제로 한 하이퍼마켓 포맷이 가장 직접적 타격을 받는다는 겁니다. 홈플러스의 실패를 "특정 경영진의 실수"로만 좁혀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7. 규제는 보호였나, 족쇄였나

대형마트 규제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2013년 학술논문은 한국의 대형점포 규제가 전통시장과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정책적 근거를 가졌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2026년 KDI 보고서는 지금의 시장환경에서는 이 제도를 온·오프라인 규제 불균형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온라인 유통이 소비의 다수를 차지하는데도 규제는 주로 오프라인 대형마트에 집중돼 있어 경쟁조건이 달라졌다는 지적입니다. KDI는 향후 정책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의 유연한 재설계, 오프라인의 O2O 연계와 디지털 전환 지원을 제안했습니다. 규제가 홈플러스를 직접 파산시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회복 여지를 좁힌 환경요인이었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8. 2015년 MBK 인수, 무엇이 잘못됐나

MBK는 홈플러스를 어떻게 운영했을까요?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테스코(Tesco)는 2015년 홈플러스를 61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에 MBK파트너스 주도 컨소시엄에 매각했습니다. 당시 MBK 컨소시엄은 향후 2년간 1조 원 투자 계획을 밝혔습니다. 출발점 자체가 "값싸게 산 후 단기 차익만 노린 거래"로만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 10년 동안 오프라인 대형마트 업태의 구조적 악화, 부동산·임대차 구조, 차입 기반 자본구조, 재투자 우선순위가 결합되며 기업의 체력이 약해졌다는 점입니다.

미국 국가경제연구소(NBER) 연구는 사모펀드 바이아웃 이후 근로자 1인당 보상이 1.7% 감소했고, 특히 비상장화(public-to-private) 거래에서는 큰 폭의 일자리 손실과 더 높은 파산위험이 나타났다고 보고합니다. 홈플러스처럼 산업 자체가 역풍을 맞는 경우에는 사모펀드의 운영개선 논리보다 레버리지와 현금흐름 압박이 더 크게 부각될 수 있습니다.

9. 협력업체 충격은 왜 이렇게 큰가

협력업체 피해는 왜 이렇게 심각할까요? KDI Journal of Economic Policy에 실린 2025년 논문에 따르면 대형마트 부문(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에 약 1500개 거래공급업체가 연결돼 있었고, 해당 부문이 조사대상 전체 유통거래액의 23%를 차지했습니다. 대형슈퍼마켓의 주요 거래방식은 직매입(특히 가공식품 55%) 중심입니다. 이는 상품대금 정산 지연이나 영업중단이 발생할 경우 충격이 단순 매장 내부에서 끝나지 않고 납품업체 재고·운전자본·현금흐름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음을 뜻합니다. 정부가 협력업체 지원책으로 4400억 원+α의 긴급 유동성과 폐업·전환지원까지 제시한 것도, 홈플러스를 하나의 "소매법인"이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 연쇄현금흐름의 결절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10. 앞으로 어떻게 될까: 세 가지 시나리오

홈플러스의 운명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첫째, 14일 내 자금조달 성공. 홈플러스가 2000억 원을 확보해 즉시항고하면 회생절차가 재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법원이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 만큼, 단순 브리지론이 아니라 중장기 사업계획과 신규자금 구조가 함께 제시돼야 설득력이 생길 겁니다. 둘째, 항고 실패 또는 자금조달 실패. 이 경우 홈플러스는 사실상 청산 또는 파산 수순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근로자·협력업체 지원 패키지를 내놓은 것도 이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응으로 보입니다. 셋째, 제3의 구조조정. 이론적으로는 일부 점포·온라인 자산·물류망을 묶은 부분 매각 또는 업태분할형 재편도 가능합니다. 다만 현재 시장환경에서 하이퍼마켓 자산만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기업 하나의 실패가 아닙니다. 온라인 전환으로 약해진 하이퍼마켓 모델이, 사모펀드형 자본구조와 회생금융의 제약 속에서 버티지 못한 사건입니다. 2000억 원이라는 숫자 뒤에는 1만 명 넘는 노동자와 수만 개 협력업체의 생계가 걸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지금, 딱 2주 안에 결정됩니다. 확실한 건, 이제 홈플러스를 만만한 파트너로 봐선 안 된다는 겁니다. 아니, 이미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Deep Dive Q&A
Q1. 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A1. 핵심은 '2000억 원 규모의 최소 운영자금 조달 실패'입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에는 성공했으나 본체인 대형마트 사업부의 인수합병(M&A)이 난항을 겪었고, 그 사이 고정비(급여, 물품대금 등)인 공익채권이 급증하면서 법원이 "회생계획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Q2. 글로벌 외신 및 경제 학계에서는 홈플러스 사태의 배경이 된 사모펀드(PEF) 인수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A2. 로이터(Reuters) 등 외신과 미국 국가경제연구소(NBER)의 분석을 종합하면, 사모펀드의 차입매수(LBO) 모델은 산업 구조가 급격히 온라인으로 변하는 시기에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냅니다. 과도한 부채 중심의 자본구조가 현금흐름을 압박하고 재투자를 제한하여 파산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입니다.

Q3. 향후 14일 이내에 자금 조달이 실패할 경우 어떤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나요?

A3. 직·간접고용 노동자 1만 3,000명의 실직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유통 특성인 '직매입(가공식품 55%)' 구조로 인해 4,600여 개 협력업체의 미수금 및 재고 부담이 가중됩니다. 이는 연쇄적인 중소 납품업체의 도산과 소상공인 붕괴 등 최대 10만 명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