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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목소리.
그리고 26년간 짱구를 다그치고 끌어안았던 짱구 엄마 봉미선의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공 성우 강희선 씨가 오늘 새벽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66세입니다.
지병으로 투병 중이던 고인은 오늘 새벽 2시 10분쯤 인제대 상계백병원에서 별세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배우를 꿈꾸다 지도교수의 권유로 성우의 길을 택했습니다.
서울예전 2학년이던 1979년, 만 열여덟의 나이에 TBC 성우 10기로 데뷔했고, 이듬해 방송 통폐합 후 KBS 성우 15기가 됐습니다.
첫 더빙작은 '빨간 머리 앤'이었습니다. '주말의 명화', '토요명화'가 안방극장을 점령하던 외화 전성시대엔 샤론 스톤, 줄리아 로버츠, 우마 서먼 등 당대 최고 여배우들의 목소리를 전담했습니다.
1996년부터는 서울과 부산 지하철의 안내방송도 맡았습니다. 30년 가까이 시민들의 출퇴근길에 스며든 목소리였습니다.
"이번 역은 당산, 당산 역입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단연 '짱구 엄마'였습니다. 1999년부터 26년간 봉미선을 연기했고, 맹구 역도 함께 맡았습니다.
카랑카랑한 짱구 엄마와 느릿한 맹구가 같은 목소리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8년 코레일이 44년간 고수해 온 육성방송 방식을 포기하고 음성 합성 TTS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희선 씨의 목소리는 서울교통공사 등 일부 열차에서만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2019년 SBS 비디오머그와의 인터뷰 당시 함께 기계음을 들어본 고인은 사람의 정서가 없다며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한 고인은 2021년 대장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간으로 전이돼 시한부 2년 선고까지 받았지만, 47차례 항암 치료를 견디며 마이크 앞을 지켰습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날에도 짱구 극장판 녹음을 이어갔고, 지하철 안내방송은 병실에서 녹음한 적도 있습니다.
시민들이 "안내방송 톤이 낮아졌다"고 알아차렸을 정도였습니다.
2024년엔 한 방송에 출연해 "연기를 생명처럼 생각한다"며 "다음 생에도 성우를 할 거냐는 질문에는 하다가 죽어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6일 오전 7시 40분입니다.
[故 강희선 씨 : 안내방송을 들으면서, 제 목소리를 들으면서 오늘 아, 일이 잘 되겠구나 하는 그런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고 더 행복하고 기분이 유쾌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취재 : 여현교, 영상편집 : 나홍희, 디자인 : 이정주,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