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연예

'1977년 브라질 헤시피'를 주목하라…'시크릿 에이전트'를 관통하는 시공간

입력 : 2026.07.01 15:13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가 '1977년 브라질 헤시피'라는 구체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오늘의 현실까지 비추는 독특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 다섯 편의 작품만으로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시네아스트로 자리매김한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의 영화를 이야기할 때, 그의 고향인 브라질 북동부 도시 헤시피를 빼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브라질의 베네치아'라 불리는 항구도시 헤시피는 강렬한 햇빛과 바다, 오래된 도심과 현대적 개발이 공존하는 곳으로, 감독은 이 도시의 소음과 거리의 질감, 계급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풍경, 사람들의 집단적 기억을 자신만의 영화 언어로 꾸준히 포착해 왔다.

'네이버링 사운즈', '아쿠아리우스', '바쿠라우', '유령들의 초상' 등에서 다양한 장르의 토대 위에 현실과 기억을 독창적으로 다뤄 온 그는 신작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다시 한 번 헤시피를 영화의 중심으로 불러낸다.
시크릿 에이전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시크릿 에이전트'는 1977년 브라질, 이름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온 한 남자와 그를 조여오는 추적을 그린 유일무이한 프리미엄 스릴러. 영화 속 헤시피는 오래된 극장과 거리, 기록보관소와 공중전화 부스, 습기 어린 공기와 군중의 열기까지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감각으로 구현되며, 아름다움과 위협, 기억과 불안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되살아난다.

영화가 만들어내는 이 공간의 생생함은 1977년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맞물리며 더욱 선명한 의미를 갖는다. 1977년은 브라질 군사독재 시기 가운데서도 겉으로는 통제 완화와 개방이 이야기됐지만, 실제로는 검열과 감시, 폭력의 논리가 여전히 사회 전반을 지배하던 때다.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은 이 시대를 영화의 단순 배경으로 사용하지 않고, 그 시대를 움직이던 보이지 않는 공기와 논리를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뜨거운 열기, 사람들의 시선, 소문과 괴담, 기록에서 지워진 흔적과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은 시대의 공포를 선명히 드러낸다. 특히 영화는 카니발의 열기 이면에 존재하는 국가폭력의 그림자를 한 화면 안에 공존시키며 시대의 이중성을 강하게 보여준다.
시크릿 에이전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시크릿 에이전트'가 특별한 이유는 과거를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간을 오늘과 연결하기 때문이다. 감독이 '스스로 기억상실증을 택한 국가'처럼 보인다고 말했을 정도로 군사독재의 기억을 온전히 직면하는 데에 실패한 브라질 사회, 그리고 보우소나르 정권 하에 다시 고개를 든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의 위기는 이 영화를 단순한 시대극이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작품으로 만든다.

여기에 더해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조로 구축하여 관객이 극중 인물들과 함께 오래된 녹음, 문서, 사진, 증언을 더듬게 만들며, 과거를 '이미 끝난 일'이 아니라 '지금 다시 해석되는 사건'으로 경험하게 한다.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사회는 현재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가', 그리고 '기록되지 못한 시간은 미래 세대에게 어떤 공백으로 남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시크릿 에이전트'는 "영화가 좀처럼 가닿지 못하는 곳까지 당신을 데려갈 것이다"(RogerEbert.com), "과거를 현재로 불러들이는 놀라운 영화적 체험"(Empire) 등 해외 유수 매체의 극찬을 한몸에 받았다. 뿐만 아니라 제78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4관왕을 차지했다. 이어 골든글로브 2관왕, 아카데미 4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브라질 북동부 도시 헤시피와 1977년 군사독재 시기를 생생하게 복원하는 동시에, 과거와 현재를 함께 비추는 동시대적 의미까지 담아낸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는 오는 7월 8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