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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나도 당했다"…400명 울린 'OTT 계정' 돌려막기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7.01 06:40


▲ 계정 보유자 A 씨와 카카오톡 대화 내용

직장인 박 모(26) 씨는 작년 6월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이른바 '4인 파티' 방식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계정 공유 글을 보고 판매자 A 씨에게 연락했습니다.

'4인 파티' 혹은 '분철'로 불리는 이 방식은 OTT 이용요금을 아끼기 위해 최대 4명이 하나의 계정을 공유하는 행위입니다.

계정 보유자가 다른 이용자들로부터 일정 요금을 받고서 계정 내 프로필 3개를 제공합니다.

박 씨는 OTT '웨이브' 계정을 1년간 공유해 주겠다는 A 씨 말을 믿고 3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박 씨 프로필 접속이 차단됐습니다.

박 씨가 항의하자 A 씨는 "기존 계정에 문제가 생겼다"며 남은 기간(3개월)에 해당하는 비용을 차감한 뒤, 2만3천 원가량을 더 내면 1년짜리 아이디를 새로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박 씨가 돈을 더 보냈지만 새 프로필 역시 두 달 만에 먹통이 됐습니다.

다시 연락을 시도했을 때 A 씨는 이미 카카오톡과 전화를 모두 차단하고 잠적한 상태였습니다.

A 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박 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네이버에 개설된 피해자 모임 카페의 회원 수는 지난달 30일 기준 450명에 달했습니다.

카페 개설자 이 모(27) 씨에 따르면 A 씨가 판매한 계정에는 넷플릭스, 라프텔, 왓챠, 웨이브, 애플뮤직, 티빙, 아이치이, 디즈니플러스 등 유명 OTT 상당수가 포함됐습니다.

피해자는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다양했으며 피해 금액 역시 수천 원에서 수만 원대에 이르렀습니다.

금융사기 피해 정보공유 서비스 '더치트'에 따르면 A 씨가 사용한 계좌번호는 총 9개였습니다.

이들 계좌 관련 피해 금액은 약 590만 원이었습니다.

이 씨 역시 OTT 구독 기간이 4개월 남은 지난 5월 A 씨가 잠적하면서 1만 5천 원가량 피해를 입었습니다.

피해자들이 파악한 A 씨 수법은 전형적인 '돌려막기'였습니다.

A 씨는 새로 유입된 가입자들의 돈으로 기존 가입자들의 계정을 연장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자금 회전이 한계에 부딪히자 잠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A 씨는 지난달 23일 일부 피해자에게 자기 능력으로 계정 운영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메시지를 남긴 채 연락을 끊었습니다.

이 씨는 "처음에는 피해 금액이 크지 않아 넘어가려 했지만 같은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SNS에 글을 올렸다"며 "이후 댓글을 올리는 피해자들이 늘어나면서 체계적 대응을 위해 카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피해자들은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이나 관할 경찰서에 A 씨를 사기 혐의로 잇따라 고소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피해자들이 소액이라는 이유로 신고나 대응을 포기하기 쉽다는 점을 악용한 전형적인 사기 범죄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A 씨가 공동구매 문화가 활발한 엑스(X·옛 트위터)를 주 무대로 삼아 피해 규모가 커졌습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온라인 계정 공유 사기는 1인당 피해 금액은 적지만 범인 입장에서는 다수 피해자를 통해 큰 이익을 챙길 수 있다"며 "적발되더라도 처벌 부담이 적다고 생각해 범행이 반복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개인 간 OTT 계정 거래가 사기 위험뿐만 아니라 플랫폼 약관 위반에 따른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김현수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대부분 OTT 업체는 약관을 통해 계정 공유 범위를 가족이나 동일 가구 구성원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이를 넘어선 상업적 재판매된 계정을 이용할 경우, 사기 피해자라 할지라도 계정 정지나 손해배상 청구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사기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A 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A 씨는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돌려막기 및 고의 잠적 여부를 묻는 문자메시지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