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유럽연합(EU)이 내달 1일, 즉 내일부터 무관세 철강 수입 물량을 대폭 줄이지만,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은 최악의 결과는 피하게 됐습니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현지시간 30일 브뤼셀 EU 본부에서 기자단을 상대로 브리핑을 열어 국가별 무관세 할당량을 포함한 역내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한 새로운 수입 관리 조치를 공개했습니다.
EU는 내달부터 수입 철강 제품에 적용하는 무관세 할당량을 현재 3천382만t(톤)에서 1천835만t으로 약 47% 줄이고, 그 외 수입 물량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2배 올리기로 해 각국은 국가별 무관세 수입 쿼터(TRQ) 확보를 위해 그동안 사활을 걸고 EU와 막바지 협상을 벌여왔습니다.
이런 까닭에 이날 브리핑을 앞두고 다른 국가와 경쟁 없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국가 쿼터가 어느 정도로 정해질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일단 한국을 비롯해 EU와 FTA를 맺은 나라들은 최악의 상황은 피하며 한숨을 돌리게 됐습니다.
한국의 경우 기존 한국 쿼터인 258.1만t 대비 약 19.7% 감소한 207.3만t을 확보했습니다.
이같은 축소율은 EU 전체 파이가 47% 줄어든 것에 비하면 상당히 선방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론적으로 국가별 무관세 할당량이 반토막 가까이 나는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하며 EU의 발표를 기다리던 국내 철강 업계로서도 다행스러운 결과입니다.
한국이 20%를 하회하는 감소폭으로 방어한 것은 다른 FTA 체결국과 비교해서도 눈에 띄는 것입니다.
FTA 체결국일 뿐 아니라, 양질의 철강 생산국인 데다 공급망을 교란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해온 통상 당국의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반면, EU와 FTA를 맺고 있지 않은 중국의 경우 기존 쿼터 234만t에서 79.9만t로 무관세 쿼터가 쪼그라들었습니다.
EU의 새로운 철강 수입 관리 조치는 유럽 시장으로 저가 철강 제품을 대량 수출해온 중국을 사실상 겨냥하는 것이란 점에서 중국의 감소폭은 의미심장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전날 EU를 방문해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 안보 수장과 회동한 왕원타오 중국 상무장관은 EU 측이 철강과 관련한 중국의 요청을 배려하지 않았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U는 현재까지 한국을 비롯해 튀르키예, 인도, 브라질, 영국, 스위스,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우크라이나 등 13여 개국과 철강 수입 무관세 할당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국가는 EU 전체 철강 교역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EU는 일본 등 나머지 미합의 국가들과의 협의도 계속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EU의 새 철강 법안이 FTA 위반이라고 반발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EU를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됩니다.
EU는 새로운 보호 조치를 통해 현재 67%까지 낮아진 역내 철강 산업 가동률을 80%까지 높여 철강 생산과 관련된 역내 일자리 250만 개를 지키겠다는 복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