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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의 악성 민원과 폭언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기간제 교사의 유족이 학교법인과 학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했습니다.
교육청 감사로 학부모의 폭언이 확인되고 업무상 재해까지 인정됐지만, 법원은 민사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22단독 송승용 부장판사는 상명대부속초등학교 기간제 교사였던 고 오모 씨의 유족이 학교법인 상명학원과 학부모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유족 측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고인은 지난 2022년 담임을 맡던 중 학생 간 다툼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로부터 "경찰에 신고하겠다"거나 "교단에 못 서게 하겠다", "콩밥을 먹게 하겠다"는 내용의 협박과 폭언을 들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주말과 퇴근 후에도 개인 휴대전화로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고인은 정신과 치료를 받다 지난 2023년 1월 끝내 숨졌습니다.
학교가 학부모에게 고인의 개인 전화번호를 가르쳐준 탓에 고인은 하루 평균 10건 넘는 학부모 연락에 시달렸고, 지난 2022년 3월부터 6월까지 학부모가 고인에게 연락한 건수만 1천 500건이 넘는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후 교육청 감사에서 학부모들이 협박성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됐고, 이듬해 근로복지공단에서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학교가 주말이나 퇴근 후 민원 응대를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학교법인의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학부모들에 대해서도 "폭언의 행위자가 특정되지 않았고, 그 피해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학교와 학부모들이 고인의 극단적 선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겁니다.
유족 측 대리인은 "학교의 명시적 지시가 없었다는 이유로 교사 본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라며 "실제 학교 현장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를 원했던 것인데 어떤 절차에서도 사과는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취재: 이현영, 영상편집: 이다인, 디자인: 이정주, 제작: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