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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뽑을 때마다 헛발질…무능과 불통의 축구협회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6.30 09:20


▲ 대한축구협회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최상의 대진표에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홍명보호를 두고 '예견된 참사'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2024년 7월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때부터 공정성 논란이 일었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감사와 징계 요구, 이에 반발한 대한축구협회의 행정소송 제기 등이 뒤따르면서 오롯이 월드컵 준비에 전념해도 모자랄 판에 한국 축구는 혼돈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협회는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 그동안의 비난을 잠재우고 싶었겠으나 홍명보호가 1승 2패, 조 3위라는 참담한 성적으로 32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그동안 참고 기다려준 축구 팬들의 분노는 폭발했습니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이 새로 뽑힐 때마다 잡음은 늘 있었습니다.

그러나 4년 넘게 대표팀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이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물러난 뒤로 위르겐 클린스만과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는 협회의 무능과 부실, 폐쇄성이 정부 감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홍 감독 선임 이후 넉 달 가까이 협회를 감사했던 문체부에 따르면 2023년 2월 클린스만 감독 선임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기능이 무력화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력강화위는 협회 정관상 대표팀 감독 선임을 주도하고 자문하는 기구입니다.

협회는 전력강화위원들이 위촉되기 전 감독 후보군을 추렸고, 최종 후보자 2명에 대한 최종 면접은 전력강화위원장이 아닌 정몽규 협회장이 직접 진행했습니다.

이사회 선임 절차도 누락됐습니다.

세계적 스타 플레이어였던 클린스만 감독은 이름값에서는 역대 대표팀 사령탑 중 최고이고, 2006 독일 월드컵 때 독일을 3위로 이끄는 등 감독으로도 성과를 냈으나 현장 지도자로 공백이 길었고 전술적 역량에도 의문 부호가 따라다니던 중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뽑은 클린스만 감독은 결국 전술 부재, 재택근무 논란, 선수단 관리 능력 부실 등으로 경질 여론에 시달리다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2024년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져 탈락한 뒤 해임됐습니다.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계약 기간이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였던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면서 협회는 거액의 잔여 연봉까지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뼈아픈 실패를 겪고도 협회는 후임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할 때도 실책을 되풀이했습니다.

문체부에 따르면 당시 정해성 위원장 체제의 전력강화위가 1순위로 추천한 홍명보 감독부터 만나 협상해야 했으나 정몽규 회장이 '외국인 후보자도 만나보라'고 지시하면서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정 위원장이 돌연 사임하자 권한이 없는 이임생 당시 기술총괄이사가 최종적으로 감독 후보를 추천하고, 면접 과정도 불투명·불공정하게 이뤄지는 등 제대로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으나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뒤 사퇴했던 홍 감독은 이렇게 논란 속에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에 두 번이나 나서는 지도자가 됐습니다.

협회의 잘못은 이뿐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천안 코리아풋볼파크) 건립 업무 과정에서 문체부 승인 없이 대출받고 보조금을 허위 신청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또한 협회는 2023년 3월 우루과이와의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사회를 열어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기습적으로 사면하기로 해 축구 팬들의 불신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사면 발표는 우루과이전을 불과 1시간 앞두고 이뤄졌고, 이후 논란이 커지자 협회는 사흘 만에 이 결정을 전면 취소했습니다.

징계 인사 사면은 상급 단체인 대한체육회 규정에도 없는 것으로, 문체부는 정 회장의 '사면권 부당 행사'로 판단했습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문체부는 이 같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 회장 등에게 자격정지 이상 중징계를 요구했습니다.

협회는 이에 불복해 문체부를 상대로 징계 요구를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4월 1심은 문체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협회는 항소한 상황입니다.

홍명보호는 이미 월드컵 예선부터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불안감을 드리웠습니다.

그러더니 월드컵 본선에서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패해 조 3위에 처진 뒤 사흘 동안 다른 조 경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다 허무하게 짐을 싸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그나마 갖춰진 시스템마저 관행으로 무력화하고, 폐쇄적 의사 결정 구조로 축구 팬들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린 협회의 연이은 헛발질이 한국 축구를 오히려 후퇴시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