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부랑자 떠돈다" 신고 접수…"3년간 노예" 충격 내막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6.25 08:34|수정 : 2026.06.25 15:44

염전 노동, 끊이지 않는 착취…전남서 또 노동자 폭행·감금


▲ 자료사진

직업소개소를 통해 고용한 경계성 지능인 등 노동자들을 감금, 폭행하고 지배한 염전 운영자 등이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우연한 112 신고로 범죄 혐의점이 드러난 이들은 임금조차 정당하게 지급하지 않은 정황이 있어 노동 당국이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전남 영광경찰서는 폭행·감금·준사기 등 혐의로 구속한 염전 업주 A(60대·남) 씨, 종사자 2명(50대·남녀) 등 총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오늘(25일) 밝혔습니다.

영광군 모처에서 염전을 운영·관리하는 이들은 직원 3명에게 손찌검하거나, 정신적으로 지배(가스라이팅)해 사업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통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자 3명은 50∼60대 남성들로 직업소개소를 통해 이 염전에서 길게는 약 3년(2명), 짧게는 두 달 보름 정도 일했습니다.

폭행 빈도는 피해자마다 다르며, 업주 또는 종사자로부터 각각 최소 1차례 이상 맞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해자 가운데 B 씨의 경우 후천적 질환 탓에 홀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지적인 판단력과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송치된 종사자 중 1명은 B 씨에게 지급된 기초생활수급비 수백만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도 받습니다.

경찰은 지난달 하순 '부랑자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는 112 신고를 토대로 이번 사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시민이 신고한 부랑자는 B 씨였는데, 경찰은 면담 중 그가 염전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았음을 인지했습니다.

임금도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은 정황이 있어 광주지방고용노동청 특별사법경찰이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별도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노동청은 업주와 피해자 간 금융 거래 명세,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파악 중입니다.

이번 사건 피의자 중 1명은 과거 전남 서해안 다른 지역의 염전에서도 동종 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적장애인이나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혹독한 환경에 가두고 임금 등 대가 없이 부리는 이른바 '염전 노예' 사건은 사회적 공분에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20여 년 전 한 방송사의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공론화되기도 했고, 이후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사과 성명과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전수조사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인권 유린과 노동 착취는 근절되지 않았고, 2014년 유사 사건 적발과 사후 조처가 판박이처럼 반복했습니다.

2014년 사건을 계기로 전남 섬 지역 인권 유린 사범 129명이 경찰에 적발됐고, 천일염 생산자 단체는 '자정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7년간 하루 1∼2시간만 자면서 노동 착취와 폭행 등에 시달린 지적장애인이 탈출하는 사건이 또다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에는 지능지수 42 수준인 지적장애인이 '소금독'에 중독돼 치아와 발톱이 대부분 빠질 정도로 장기간 참혹하게 착취당한 사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지방검찰청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등 지역 노동단체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행정기관의 형식적인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노동 단체가 참여하는 노동권 증진 거버넌스를 만들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