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산 원유 수출 한시 허용 (자료사진)
미국이 이란 전쟁을 끝내기 위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이란산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면서 이란 경제가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번 조치로 이란이 60일의 기간 동안 최대 30억 6천만 달러(약 4조 7,100억 원)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돼, 전쟁으로 고사 직전에 몰렸던 이란 경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라는 관측입니다.
현지 시각 23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지정학 리스크 자문 업체 옵시디언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브렛 에릭슨 대표는 이란이 하루 약 3,740만~5,100만 달러(약 576억~785억 원)를 추가로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에릭슨 대표는 이란이 보유한 판매 가능한 원유를 모두 처분할 수 있다고 가정할 경우, 60일간의 제재 유예 기간 동안 총 22억 4천만~30억 6천만 달러(약 3조 4,500억~4조 7,100억 원)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전날 이란산 원유의 생산, 인도, 판매를 허용하는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발급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8년 재임 당시 이란 핵 합의(JCPOA)를 폐기한 이후 고강도 제재로 이란의 목줄을 죄어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존 압박 일변도 정책에서 180도 선회한 것입니다.
이란은 그동안 미국의 제재로 인해 중국 등 극소수 국가에만 원유를 수출할 수 있었고, 이마저도 막대한 할인과 복잡한 우회 경로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다만, 에릭슨 대표는 이를 단순한 '재정적 횡재'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릭슨 대표는 "정치적 수사만 보면 이란이 로또에 당첨된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라며 "이란은 이미 석유를 팔고 있었으나 그동안 이른바 '그림자 선단' 운영, 불법 자금 세탁, 중개인 비용 등 일종의 '제재 세금'을 대가로 치르고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제재 유예가 새로운 수입원을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수입원의 수익을 극대화해 준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 이전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약 66달러(약 10만 1,640원)였지만, 이란은 약 10달러(약 1만 5,400원) 할인된 가격에 원유를 판매해 왔습니다.
이란은 이번 조치로 시장 가격에 근접하게 판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그림자 선단' 이용 비용, 무보험 리스크,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자금 세탁 비용 등 배럴당 약 7달러(약 1만 780원)에 달하던 우회 비용이 절감되면서 이란이 실제로 손에 쥐는 실질 수익은 배럴당 총 11달러(약 1만 6,940원)가량 늘어난 셈입니다.
에릭슨 대표는 공급 가능 물량의 70%인 하루 평균 230만 배럴만 판매하더라도 제재가 유지됐을 때보다 약 15억 달러(약 2조 3,100억 원)를 더 벌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현재 이란은 약 1억 8천만 배럴의 원유 재고를 확보했습니다.
전쟁 여파로 하루 230만 배럴까지 떨어졌던 생산량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서, 60일 유예 기간 안에 최대 2억 150만 배럴까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기 수익 증가가 장기적 경제 이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에릭슨 대표는 "이번 달에 재고를 모두 털어내고 나면 다음 달 생산량은 전쟁 전 수준에 못 미치기 때문에 수익이 급감할 수 있다"며 제재 유예 조치가 60일이 아닌 1년간 이어지더라도 연간 최대 추가 이익은 100억 달러(약 15조 4천억 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벤 케이힐 선임연구원 역시 중요한 것은 '60일 이후의 향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케이힐 연구원은 "중요한 대목은 이란이 중국 외 국가들에도 더 많은 원유를 판매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핵심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별도로 서명한 양해각서(MOU)의 이행 여부입니다.
해당 MOU에는 이란산 석유 제재를 궁극적으로 해제하기 위해 미국과 이란이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케이힐 연구원은 만약 이번 60일 한시 조치가 영구적인 정책으로 정착된다면 이란 경제에 크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케이힐 연구원은 "이란이 2015∼2017년 수준의 수출량을 회복하고 유가를 배럴당 70달러(약 10만 7,800원)로 잡았을 때, 이란은 매년 350억 달러(약 53조 9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석유 수출 수익을 추가로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이란은 제재 일시 면제를 계기로 원유 수출을 재개하고 해상에 대기 중인 물량을 처분하기 위해 한국 등 아시아 국가 정유사들과 접촉을 개시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 관계자들은 미국의 제재 면제가 공식 발표되기 전부터 한국과 인도, 일본 등의 정유사들과 접촉해 왔고, 발표 이후에는 그 움직임이 더 빨라졌습니다.
하지만, 아시아 정유사들은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설명했습니다.
대부분 이미 대체 공급원을 확보해 충분한 재고를 갖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