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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8NEWS] 선거 끝나니 슬그머니 '복직 러시'…월급 줄 돈 모자라 '혈세 돌려막기'

손형안 기자

입력 : 2026.06.26 17:48|수정 : 2026.06.2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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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5 여기저기 옮겨 쓴 예산…255건·305억여 원
02:18 필요 예산이라 해 놓고…인건비로 8할 전용
03:12 "보수 부족" 사태는 연말 복직자 때문? 
04:47 승인 안 받은 예산도 수두룩…법 위반 논란? 
06:01 "무너진 시스템" 질타…불붙은 '개헌' 논의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관리 부실 문제, '참정권 침해'에 분노하는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는 데다가, 그간 선관위의 느슨했던 업무 관행에 대한 날 선 검증들이 이뤄지면서 연일 뉴스의 머리기사로 소화되고 있습니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의 공고했던 지위 때문에 감시와 통제, 견제가 그간 이뤄지지 않았던 게 지금의 사태로 이어진 거 아니냐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윤상현/투표용지 부족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장 : 헌법이 보장한 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은 국민들에게 책임을 지라는 것이지 참정권을 침해하고도 면죄부를 받으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

현재 국회에선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고, 명확한 책임자 규명과 처벌을 위한 특검 도입 문제도 여야가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SBS는 그간 선관위 검증 국면과 관련해선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 부부의 동반 외유성 출장 의혹, 그리고 본투표 당일 추가로 송부된 투표용지의 70%가 무번호였고, 무번호 투표용지에 일련번호를 기입하는 문제 때문에 선거 당일 긴급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구조적 문제까지 그 실태를 생생히 단독 보도해 왔습니다. 나아가 이번에 SBS 취재팀이 확인한 건, 선거관리위원회의 예산 운용 문제입니다. 선관위는 매년 8월쯤, 그 이듬해 예산을 편성하고 국회 심사를 거쳐 예산을 배부받습니다. 당연히, 나랏돈이 드는 예산은 그 목적에 맞게 쓰여야 하는데,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예산을 이전하고 전용한 실태가 이번에 드러나게 된 겁니다.

1. 여기저기 옮겨 쓴 예산…255건·305억여 원
SBS가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근 3년간 예산 이·전용 현황'입니다. 연도별로 조금 더 살펴보면 2023년에 4건 36억 7천여만 원, 2024년엔 154건 241억여 원, 25년엔 97건 26억 3천여만 원입니다. 모두 합해선 255건 305억 원쯤 되는 돈입니다 수치를 쭉 봐도, 2024년에 예산을 옮겨 쓴 규모와 빈도가 훨씬 많죠. 그해 4월엔 전국 단위 선거 중 규모가 가장 큰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세출 목적 외 예산, 급히 필요하다면 옮겨서 쓸 순 있겠죠. 다만 앞서 서술했듯이 빈도와 규모가 커 예외적 상황이라고 볼 순 없다는 게 저희 취재팀이 가진 문제의식이었습니다. 그리고 더 알아보니까 예산 이·전용의 대다수가 '인건비' 문제 때문으로 드러났습니다.

2. 필요 예산이라 해 놓고인건비로 8할 전용
최근 3년간 선관위가 인건비 충당을 위해 예산을 옮겨쓴 건 212건, 전체 대비 83% 73억 원으로 파악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원활한 선거 준비를 위한 필요한 예산인 '선거관리 및 물품관리' '위탁선거관리' '선거방송토론' '정당사무지원' '선거정보 및 기록물 관리' '국제교류 사업'과 ODA 사업인 '한국선거제도해외전파' 예산 등이 인건비로 사용됐습니다. 예산을 타낼 땐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받아낸 것들이잖아요. 24년 12월엔 국회의원 선거관리 항목 얘산 23억 원을 내부 인건비로 충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인건비 예산 이·전용은 24년이 가장 많았고 그 액수는 5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래서 선관위에 물어봤습니다. 왜 이렇게 예산을 많이 옮겨 썼으며 특히 인건비로 많이 돌려 쓴 이유를 질의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연말 복직자 수가 많아서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3. "보수 부족" 사태는 연말 복직자 때문?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선관위 직원들의 적지 않은 휴직 실태, 매년 국회에서 지적받았던 문제입니다. SBS가 입수한 2024년 선관위 휴직자 실태를 보면, 총선이 치러졌던 4월을 전후해서 휴직자가 176명까지 늘어납니다. 이후 8월 말 119명, 9월 말 114명까지 줄다가 12월 말엔 조금 늘어 12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선거 임박해서 휴직자 늘고, 끝나면 슬그머니 복직하는 실태를 두고 선거 관리에 차질을 주는 '도덕적 해이'라는 질타가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복직자가 4~50명 늘어나니까, 연가보상비 성과 연봉 등 비롯한 연말 인건비 규모가 커졌고 이를 채우기 위한 예산 이·전용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 예산은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것이니만큼 국회가 심사한 목적에 부합하도록 사용해야 하는 데도 통제받지 않은 선관위는 마치 호주머니 쌈짓돈처럼 자기 마음대로 운용했던 것입니다. ]

이에 대한 선관위 설명도 충분히 들어봤습니다. 24년과 25년엔 공무원 보수 부족이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24년의 경우 특수성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총선 개표 때 수검표 과정이 들어갔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개표 사무원을 추가로 위촉하고 기계도 추가로 임차하는 바람에 기존에 편성해놓은 인건비를 먼저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에 복직자 수가 늘어나다 보니까, 다른 항목의 예산을 인건비로 전용해 썼다고 밝혔습니다. 또, 인건비 예산 등을 너무 많이 책정하면 국회 심사 과정에서 통과가 안 될 가능성이 있는 사정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4. 승인 안 받은 예산도 수두룩법 위반 논란? 
선관위가 이렇게 예산을 여기저기 옮겨 쓰는 과정에서 관련 법 조항을 어긴 거 아니냐, 이런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국가재정법을 한 번 보면, 예산 이·전용을 하기 위해선 기획예산처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선관위가 기획예산처의 승인을 받은 건 219건 153억 원, 그러니까 전체 305억여 원의 절반 규모였습니다. 나머진 안 받고 자체 전용을 했단 얘기죠. 여기에 대한 입장도 물었는데, 선관위는 관련법 제46조 2항을 근거 삼아서 자체 이전용 내역은 기획예산처로부터 위임받은 예외 범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선관위도 '자체 이용권 위임 범위'라는 제목의 6페이지짜리 내부 규정도 갖춰놓고 있었습니다. 해당 규정을 보면 인건비의 경우 자체 전용이 가능은 하지만, 상용 임금, 연가보상비, 기타직 보수의 경우 기획예산처와 협의가 필요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자체 이·전용 액수가 150억여 원 규모에 달하는 만큼 법 위반이 아니더라도 예외 조항 적용을 선관위가 최소화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지적도 피할 순 없어 보입니다. 일각에선 "국민 혈세를 안일하게 이용했다"며 "꼼수"란 비판이 제기된 만큼 선관위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업무 관행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5. "무너진 시스템" 질타불붙은 '개헌' 논의 
이 문제 다루고 따져보는,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회의가 지난 23일 처음 열렸습니다. 여야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촉발시킨 데에 선관위의 부실한 보고와 관리 체계, 방만 경영과 내부 기강 해이 등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한 목소리로 냈습니다. "해체 수준의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말, 많이 나오잖아요. 특위는 '전문가 예비 조사단'을 꾸리고 전면 개혁방안을 마련키로 했습니다. 아울러, 선관위는 필요하다면 "원 포인트 개헌도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는데, 국민의힘 소속 윤상현 특위 위원장은 "그보다 선관위에 중립적인 상설감사위원회를 만들고 국회에 보고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며 개헌 논의를 두고 온도차를 드러냈습니다. 국정조사특위 2차 회의와 기관보고는 다음 달 1일 열립니다.

(취재 : 손형안,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최호준, 영상편집 : 홍진영,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