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유튜버를 활용한 프로모션 마케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임사가 유튜버에게 지급한 마케팅 비용이 게임 내 결제로 이어지면서 앱마켓 매출 순위에 반영되는 구조를 두고 공정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구독자 23만여 명의 유튜버 A씨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솔: 인챈트' 출시 첫날 유료 화폐인 '다이아' 약 1천만 개를 결제했습니다.
이는 게임 내 패키지 가격 등을 통해 추산했을 때 2억7천만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또 다른 구독자 26만여 명의 유튜버 B씨도 게임이 출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22일 1천800만 원어치 다이아를 결제하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이들 유튜버는 자기 계정으로 거액의 유료 재화를 구매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유료 광고 포함'을 명시, 게임사로부터 프로모션을 받았음을 명시했습니다.
게임사로부터 프로모션을 받아 거액을 결제한 유튜버와 이들을 보고 게임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솔: 인챈트'는 출시 첫날 구글 플레이 매출 1위를 기록했습니다.
프로모션은 게임사가 인터넷 방송인에게 마케팅비를 지급하고, 방송인은 이를 게임에 재투자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게임업계의 관행입니다.
캐릭터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확률형 아이템을 주된 BM(수익모델)으로 삼고, 이용자 간 적대적 경쟁 구도를 강조하는 한국형 MMORPG에서 자주 보이는 방식입니다.
넷마블은 앞서 서비스한 MMORPG '뱀피르'에서도 비슷한 프로모션을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넥슨, 엔씨, 위메이드 등 다른 국내 게임업체들도 MMORPG에서 프로모션 제도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넷마블 관계자는 "스트리머가 활동할 수 있는 서버와 그렇지 않은 서버를 명확히 구분·안내하고 있으며, 프로모션에 참여하는 스트리머도 그밖에 다른 혜택을 제공받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프로모션 운영이 매출 등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게임사들이 유튜버 프로모션에 거액의 비용을 집행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앱 마켓의 매출 순위 때문입니다.
구글·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는 일정 기간의 게임별 매출액을 집계해 실시간으로 순위를 매깁니다.
모객과 대세감 유지가 중요한 경쟁형 MMORPG나 소셜 전략(SLG) 게임은 앱 마켓, 이 중에서도 구글 플레이 매출 1위를 했는지 여부가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이자 흥행 보증 수표가 됩니다.
실제로 MMORPG를 비롯한 여러 게임은 매출 1위를 달성하면 곧바로 마케팅 문구에 반영할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출시 전에 미리 준비해 둔 게임 재화를 선물로 배포하기도 합니다.
게임사가 유튜버에게 지불한 광고료는 곧장 매출로 들어가 순위에 영향을 미칩니다.
앱 마켓은 이렇게 재투자되는 매출액의 20∼30%가량을 고스란히 수익으로 가져갑니다.
음반 산업에서는 일찍이 음악 차트 순위를 높이기 위해 음반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음원 사재기'가 문제가 공론화되며 2016년 음악산업진흥법에 사재기 방지 조항이 생기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게임 분야에서는 이런 업계 관행을 현실적으로 제재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법정 분쟁으로 번진 엔씨의 '리니지2M'에서 발생한 프로모션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이용자들은 엔씨가 게임 약관을 어기고 게임 생태계에 개입, 원고들이 불필요한 아이템을 구매하도록 유도했다며 2022년 9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게임사가 유튜버에게 프로모션 계약 대가를 지급한 것은 게임 광고의 대가이며, 게임에 결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다면서 게임사 손을 들어줬습니다.
게임사 프로모션을 받으며 방송하는 일부 유튜버들은 방송 중 게임머니 불법 충전 사이트를 광고하기도 합니다.
주로 '대리결제'라고 불리는 게임머니 불법 충전은 게임 시스템상의 허점을 이용, 게임사가 판매하는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3자에게 지불하고 게임머니를 넘겨받는 거래입니다.
이렇게 거래되는 게임머니는 대부분 '소액결제깡'으로 불리는 불법 대출을 통해 공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급전이 필요한 신용 취약계층이나 미성년자 등이 게임머니나 상품권을 구매해 업자에게 넘기고, 업자는 여기서 이자를 떼고 현금을 넘겨준 다음 확보한 게임머니를 게임 이용자에게 되파는 식입니다.
특성상 대부분의 게임업체가 약관상 금지하고 있으나,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는 공공연하게 광고되고 있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 지원을 받아 방송하는 유튜버들이 정작 게임사 매출을 잠식하는 불법 충전을 홍보하는 꼴"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게임업계가 유튜버를 통한 앱 마켓 매출 순위 부풀리기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법령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 회장은 "게임산업법 개정 이후 확률형 아이템 정보가 게임 내부와 광고물에 의무 표시되듯이, 프로모션을 받은 계정을 게임 내에 표기하거나 프로모션 진행 사실을 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