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스페이스X가 돈이 없어요"…머스크가 당긴 슈퍼 IPO 방아쇠, 앞으로 일어날 일 [스프]
한동훈 PD
입력 : 2026.06.24 14:18
[교양이를 부탁해]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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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컨트리뷰터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증시에 입성한 첫날, 전 세계 시가총액 7위에 오르며 월가를 달궜던 스페이스X가 첫 회사채 발행에서도 130조 원이 넘는 주문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어요.
그런데 채권 투자자들의 반응은 주식 투자자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스페이스X의 미래 성장성에 무조건 베팅하지는 않았죠. 주문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단기물에 집중됐고, 장기물에는 경쟁 기업보다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며 위험 프리미엄을 분명히 반영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뜨거웠던 기세가 조금은 식은 걸까요? 사실 오늘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스페이스X 자체보다는, 앞으로 남아 있는 앤트로픽과 오픈AI 같은 초대형 AI 기업들이 IPO를 마친 뒤 시장에서 벌어질 일들에 관한 겁니다.
시장 수급 흔드는 초대형 IPO..스페이스X의 진짜 위험은
상장하면서 주식을 발행하는 것을 공모라고 하죠. 그래서 이니셜 오퍼링이라고 합니다. 이 이니셜 오퍼링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나와 있는데, 2000년(왼쪽)은 GDP의 1% 근처까지 갔다가, 파란색 막대(IPO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가 위로 한번 치솟고 나면 다음 해 주식 시장(빨간 선 = 나스닥100 상승률)이 늘 붕괴되죠.
스페이스X에 이어 앤트로픽, 오픈AI까지 들어오면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가 있다. 대표적으로 2021년 어마어마한 IPO가 발생한 후 주식시장 붕괴된 게 한눈에 나옵니다.
Q. 스페이스X가 시장의 자금을 가져가는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매우 부정적이죠.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돈을 못 버는 회사가 들어와서 시가총액을 크게 차지하면 주식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거죠. 스페이스X의 PSR*, 매출액 대비 주가의 배율이 100배 좀 넘거든요.
*PSR(Price Selling Ratio·주가수익비율) : 주가를 주당 매출액으로 나눈 것. PSR이 낮을수록 저평가.
근데 나스닥에서 제일 잘 나가는 나스닥100기업들의 PSR를 측정해 보면 4배 정도 나와요. 아무리 미래 전망이 밝아도 매출액 100배에서 주가가 거래된다는 건 비싸죠. 주식시장의 버블 리스크를 키우는 거죠.
두 번째가 더 중요한데, 2008년 이후 20여 년 동안 미국 주식시장에서 증자(회사가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는 것)가 없죠.
2000년대 초반 저 막대그래프 한 번 크게 튀어 오른 다음에 최근을 제외하고는 증자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주식시장이 기관 투자자의 판으로 바뀌죠. 개인 투자자들이 전체 주식을 50%씩 들고 있었는데 최근 통계를 보니까 30% 정도로 내려가고 그 20%를 이제 누가 차지하냐 하면 한국의 국민연금 같은 기관 자금으로 시장이 쏠려가는 가운데, 기관 투자자들은 증자하는 거 싫어하거든요. '기업이 잘 되면 주주한테 보상을 해야지 자회사를 왜 상장시켜?' 주식시장이 기관 투자자 위주로 편성돼서 시장의 거래량도 크지 않고 잔잔하게 흘러갔습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인 투자자 자금이 들어왔죠. 미국은 밈 주식, 한국은 개미 군단.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2020년에 주가 폭등했고 이번에도 폭등하고 있는데 갑자기 증자.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 경험이 많지 않으니까 대규모 증자나 대규모 IPO가 시장에 나쁜지에 대해서 경험이 없으니까,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짜여져 있던 판에 개인이 들어와서 주가를 올렸던 효과들을 증자로 다 뽑아가는 거죠.
스페이스X는 7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00조가 넘는 돈을 이번에 증자했는데 아마 곧 또 증자할 거거든요. 스페이스X가 돈이 없어요. 데이터센터에 200억 달러 이상 투자하는 중이니까 이번에 750억 달러 증자했더라도 로켓 부문 등은 적자 사업부이기 때문에, 거기를 지금 빠르게 키우는 중이거든요. 이번에 (IPO로) 자금 조달한 거는 내년 이맘때 다 떨어질 거기 때문에 추가 증자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10년, 20년 뒤에 세계적인 이익을 내는 최고의 기업들로 등장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것은 미래의 희망이고, 당장은 많은 적자 사업부를 끌어안고 있는, 그리고 대중들이 좋아하는 주식이다 보니 증자를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얼마든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는 회사죠.
대신 주주들은 계속 돈을 넣어줘야 되는 구조로 가다 보면 언젠가 시장의 수급이 흔들릴 때가 오지 않겠냐. 2020년, 2021년에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갔는데 다음 해 시장의 수익률은 안 좋았잖아요. 이번에도 그런 일이 반복될 여지가 있지 않은가.
Q. 주주들이 계속 돈을 넣는다는 말은, 넣는 동안에는 주가가 계속 올라간다?마지막이 오픈AI가 될지 앤트로픽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 기업까지의 초반 상승은 나타날 수 있는지?
네. 미국 경제가 아무리 크더라도 시장 전체의 1% 이상의 자금을 계속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자금 유출이 발생하면 새로운 자금 유입에 따른 효과들은 사라지게 될 여지가 생기는 거고, 그게 언제인지 모르죠.
"원래 첫날은 축제" 대형 IPO의 불편한 진실
진한 색 막대가 상장 이후 3년의 성과, 옅은 색 막대가 상장 첫날 성과입니다. 위쪽은 시가총액이 작은 회사들, 아래쪽은 스페이스X·오픈AI·앤트로픽처럼 매출액 5억 달러 이상의 거대 기업들입니다. 첫날 수익률이 매우 좋은데 3년 누적 수익률은 별로 안 좋거든요.
왜 그럴까? '투자의 구루' 워런 버핏처럼 'IPO 상장 공모의 시장의 구루'라 불리는 제이 리터 교수의 1984년~2024년 연구에 따르면, 거의 1만 건에 이르는 투자 경험을 통해서 두 가지 결론이 나오죠.
첫 번째 결론 : 수급. 락업*이 풀린다.
*락업(보호예수) : 주식 상장 후 일정기간 주식 매매를 금지하는 것
락업이 뭐냐? 주식을 상장하면 대주주나 스톡옵션 받은 내부자들, 세콰이어캐피탈 같은 벤처 캐피털 등에 돈이 묶여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주가가 많이 오르면 빨리 풀리고 주가가 덜 오르면 천천히 풀리는 구조인데, 대략 70일부터 팔 수 있습니다. 락업이 풀리는 시기에 내부자 매도가 나오면서 시장의 수급이 당연히 악화되겠죠.
두 번째 결론 : 실적 부풀리기
두 번째가 더 중요한데, 제이 리터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상장할 때 최대한 주가를 높게 받기 위해서 실적을 부풀리더라. 상장 공모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투자를 받는 매력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그 뒤에 실적이 좋아져야 되는데, 상장하던 해의 실적이 최고점인 경우가 많더라.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대규모 상장 공모 이후의 주가 흐름들이 대부분 안 좋아요.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면 좋다.
"지금은 OO의 시대" IPO가 쏟아지는 진짜 이유
상장 공모가 쏟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저금리 시대가 끝난 거죠.
주황색 선은 투자적격등급인 BBB 정도까지의 기업들 회사채 금리, 검정색 선은 주식에 투자했을 때의 기대 수익률. 예를 들어서 어떤 회사를 100달러 주고 샀는데 이 회사가 주당 5달러를 번다면 5% 수익을 기대하고 사는 거죠.
표를 보면, 주식의 기대 수익률은 계속 내려가죠.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까. 반대로 회사채 발행 금리는 계속 올라가죠. 역전됐죠. 시장 자금 차입 비용보다 주식 기대 수익률이 더 낮다면 주식이 비싸다는 뜻이잖아요. 그러면 주식을 시장에 파는 게 이익이죠.
요즘은 개미 위주로 시장이 재편돼서, 개미들은 증자에 거부감이 없다. 내가 사랑하는 회사 팬클럽이니까. 테슬라가 2020년 한 해에만 증자 세 번 한 거 기억해야 됩니다. 새로 들어오는 이들은 일종의 팬클럽 또는 밈 투자를 하는 이들이니까 증자에 별로 거부감이 없다 보니, 회사채 금리가 올라가고 주식 기대 수익률이 내려가는 시기에 증자가 쏟아진다, IPO가 쏟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경영자라도 증자하지 채권 발행 안 한다.
Q. 이렇게도 볼 수 있나요? (기업이)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것보다 주식을 발행해서 주식 시장의 돈을 끌어오는 게 이득이다.
이득이다. 이 기업들은 배당도 안 주니까요. 테슬라가 배당 주는 거 본 적 있으세요? 아마존이 배당 주던가요? 없단 말입니다. 주주들한테 나가는 비용은 거의 없는데 자금은 쉽게 조달할 수 있으니까. 옛날에 증자하면 주가 바로 폭락했는데 요즘은 잘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식 발행 규모가 늘고 있다.
"한국에서 돈 빼서 미국 간다"..외국인 이탈, 코스피 영향은
주식 발행이 늘면 기업은 좋은데, 자금이 기업에 빨려 들어가니까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겠죠. 우리나라 시장에서 외국인이 왜 이렇게 많이 팔까? 대규모 IPO에 돈을 넣어야 되니까요. 지금 IPO 주식을 받으려면, 앤트로픽을 사려면, 오픈AI를 사려면 미국 계좌에 돈을 넣어야 되잖아요. 그러면 열심히 팔아서 가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매도의 상당 부분이 미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자금 원천을 위한 현금 유출을 경험하고 있다.
Q. 대형 IPO가 2개 더 남았잖아요. 지금 저 정도 수준에서 외인들이 팔고 나간 환율이 1500원대인데..
더 올라갈 수도 있죠. 2~3년 전 대비해서 환율은 200원 올랐는데 주가는 3배 올랐으니까. (외국인이) 우리를 미워해서 파는 거라기보다는 리밸런싱 차원이라고 볼 수 있죠. 예를 들어 목표했던 한국 주식 비중이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2%였는데 지금 4%가 됐다면, 2% 정도 팔아서 스페이스X 투자하고 앤트로픽 투자한다. 그래서 주가가 오를수록 외국인 매도는 더 커지고 환율 상승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Q. 결국 유동성 자금을 가지고 미국 기업이냐 한국 반도체냐 싸움에서 미국이 쓸어 가는 거네요?
그런 면이 있죠. 미국과 우리가 다른 게, 우린 지금 증자가 잘 없잖아요. 우리가 그동안 미국보다 주식 공급 측면에서 수급이 좋았는데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면 우리의 이점이 좀 사라지는 면은 있다. 그러나 우리 개인 투자 자금의 유입 속도가 더 빠르니까 시장의 수급이 크게 흔들린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Q. (주가 상승) 여력은 좀 더 있다고 보시나요?
그럴 수도 있죠. 스페이스X·앤트로픽·오픈AI가 2천억 달러 정도 증자를 하는데, 그 돈이 다 인공지능 개발에 들어가거든요. 반도체 가격이 더 오르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장기 고정 거래 계약들이 계속 체결되는 거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생산성의 향상이 빠르니까 매년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거든요. 그러면 가격은 고정돼 있는데 원가만 떨어지니까 이익은 더 날 수도 있는 구조라고 볼 수 있죠.
"IPO 하나만 실패해도 터질 것"..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 Q. 하이퍼스케일러들도 데이터센터에 수백조 원을 쏟아붓고 있고 채권까지 동원해서 자금을 끌어 당기고 있는데요. 시장이 이 규모를 앞으로도 계속 소화해낼 수 있다고 보시나요?
당장은 괜찮은데 결국은 터질 거라고 봅니다. 왜 걱정하는가? 하이일드 회사채, 이게 투기등급 회사채입니다.
*하이일드 채권 :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 고수익·고위험 채권
우리나라는 BBB등급만 가도 기업의 신용등급이 낮다고 채권 발행이 안 되는데, 미국은 BB나 B등급의 투자부적격등급을 받아도 채권 발행이 잘 되는 나라입니다. 얼마 전까지 테슬라가 B등급이었어요. 우리나라 자동차 판매량 1위가 테슬라의 모델Y잖아요. 그만큼 매출이 성장하고 있지만 이익을 내는 건 어려운 회사죠, 끝도 없이 투자를 하니까.
이런 식의 투자를 하는 회사들이 많아서 미국에서는 테크 기업들이 신용도가 안 좋은데, 하이일드 전체 회사채에서 기술 섹터 기업의 비중이 9.3%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이일드(High Yield; 높은 수익)는 금리가 높잖아요. 고금리 채권을 발행한다. 돈줄이 조여오고 있다. 테크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잘 안 했는데 이제는 발행하고 있는 거죠. 누군가 쓰러지는 기업이 나오겠죠.
리스크 1. IPO 실패
이러다가 IPO가 한 번만 실패하면 큰일 나는 거죠. 계획했던 공모 자금을 조달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나올 수도 있죠. 예를 들어 오픈AI가 1천억 달러 주식 발행하겠다고 했는데 잘 안 돼서 500억 달러밖에 자금 조달이 안 된다면 추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채권을 발행하거나 증자를 해야 될 때 신뢰가 깨질 수 있죠.
리스크 2. 시장 금리 상승
한국은행이나 미국·유럽 은행이 대출 금리를 인하하면 버틸 수 있는데, 금리를 올리면 채권 발행이 잘 안되겠죠. 시장 금리가 더 올라와 버리면 어떡하나.
문제는, 지금 돈을 누가 벌고 있나? 전 세계 빅5 AI 모델은 구글의 제미나이, 오픈AI의 챗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딥시크, 큐웬. 여기에 도전하는 스페이스X의 그록을 비롯한 수많은 모델들이 존재합니다. (AI 모델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이 중에 중국 모델들은 오픈 소스, 공짜입니다. 물론 보안 문제가 있으니까 쉽게 쓰기는 어렵겠죠. 그러나 '비싼 클로드, 챗GPT 써야 돼? 중국 모델 써보자, 잘 관리하면 되잖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이런 경쟁 구도에서 가격을 올려서 AI 개발 비용보다 더 많은 과금 체계를 만든다? 독과점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거죠. 승자독식 자본주의. 클로드나 오픈AI나 제미나이나 그록이 왜 자주 모델을 바꾸고 계속 신기술을 내놓고 가격도 저렴하냐? 경쟁자를 망가뜨리기 위해서 하는 거예요. 돈을 누가 벌고 있나? 제가 봤을 때 버는 데는 없다. 어디 하나가 망해서 독점이나 과점 구조로 가면 돈을 벌겠죠. 근데 그날은 아직 멀었잖아요.
Q.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결국 계속 투자해야 되니까 금리가 굉장한 영향을 미치겠네요.
(시장의) 기대를 유지시킬 수 있으면 계속 증자도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런 식으로 공격적인 IPO와 끝없는 유상증자가 반복되면 시장의 수급이 꼬이는 날이 오지 않겠나. 주가가 오르고 시장이 달려가면 행복하지만, 차익을 실현해서 2000년 스타일의 주식 시장의 붕괴가 올 때는 채권이 최고더라, 채권도 좀 사두는 게 어떠냐. 2008년 스타일의 주식 시장 붕괴가 왔을 때는 금이 최고였잖아요. 이런 자산들에 대해서 일정 자산 배분을 해두자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