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강원도 인제군 소양호 상류. 그물을 끌어 올리자 하얀 배를 드러낸 붕어가 줄줄이 딸려 올라왔다. 붕어만이 아니라 잉어도, 뱀장어도 떠올랐다. 어민들이 건져 올린 폐사체는 두 달 사이 2만에서 3만 마리에 달했다.
두 달 뒤, 폐사가 가장 심했던 38대교 상류를 다시 찾아갔다. 수면은 잠잠했다. 떼죽음의 흔적은 가셨지만, 인근 어민 49가구의 배는 여전히 묶여 있었다. 어민들은 조업을 멈춘 채 한 가지 답만 기다렸다. 무엇이 물고기를 죽였는가.
멈춰 선 49척
소양호에서 붕어잡이는 3월 말부터 초여름까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올해 어민들은 산란하러 상류로 올라온 붕어가 알도 낳지 못한 채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한 달 넘게 조업이 끊겼고, 손실은 고스란히 어민들의 몫으로 남았다.
어민들은 이를 자연재해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제군 남면·소양호 어업계는 성명을 내고 무관심과 방치가 부른 인재라고 했다. 이들은 민관 합동 조사기구 상설화와 피해 보상, 소양호 바닥 준설을 요구했다. 이들은 소양호에 퍼진 황화수소가 붕어 떼죽음의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물을 흐르게 해 햇볕과 공기가 닿게 하면 황화수소를 줄일 수 있다며 소양강댐 방류도 요청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어민은 잡을 고기가 없어 그물을 정리하고 있었다. 정부 발표가 잘 납득되지 않는다면서도, 어촌계장이 아니라 공식 인터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대신 긴 한숨이 돌아왔다.

어민들의 의심은 독성물질 '황화수소'를 향했다. 이들이 의뢰한 검사에서 붕어 아가미의 상피세포 손상이 관찰됐는데, 이를 독성물질에 의한 전형적인 질식사로 봤다. 폐사 구간이 양구대교에서 38대교 상류까지 10km에 이르는데도 정부가 일부만 조사했다는 불만도 컸다.
대통령이 물었다
사건은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폐사가 처음 보고되자 인제군은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 검사를 의뢰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황화수소가 행정기관의 검사 항목에 들어 있지 않았던 탓이다. 일반적인 수질 지표로는 멀쩡한 호수가, 물고기에게는 살 수 없는 곳이었다.
사태가 전국 현안이 된 것은 5월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5월 12일 국무회의에서 소양호 붕어 폐사를 거론하며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원인 규명을 지시했다. 장관은 사흘 뒤 현장을 찾아 2주 안에 정밀하게 원인을 다시 분석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5월 21일부터 29일까지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폐사 지점에는 이유가 있었다. 38대교 상류는 하천과 호수가 만나는 '전위대'다. 물살이 느려지며 상류에서 떠내려 온 유기물이 바닥에 쌓이는 길목이다. 수심이 얕고 일부 시기엔 물이 빠지는 구간이라, 산란기 붕어가 몰려들기에도 좋았다.
519 대 22
정부 결론의 핵심은 저산소였다. 바닥에 쌓인 유기물이 분해되며 산소를 소모해, 일부 저층의 용존산소가 붕어가 버티기 힘든 리터당 2.0mg 이하로 떨어졌다. 높은 수위와 이례적 고온, 적은 강수량이 겹치며 위아래 물이 섞이지 않는 현상이 봄철에 굳어진 것이 산소 부족을 키웠다. 김경현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연구부장은
"어느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여러 환경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겹쳐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폐사체가 대부분 성체였다는 점을 빈산소로 인한 폐사의 증거로 들었다. 저층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붕어 성체가 산소 부족에 먼저 노출됐고, 몸집이 큰 성체일수록 산소 부족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황화수소가 그만큼 짙었다면 몸집 작은 치어부터 폐사 했을 것"이라고 했다. 황화수소로 인한 폐사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쟁점은 그 황화수소였다. 어민이 의뢰한 강원대 어류연구센터 분석에서 물 시료의 황화수소는 리터당 최고 519㎍, 어류 절반이 죽는 농도의 100배를 넘었다. 호흡기를 망가뜨린 직접 사인이라는 것이다. 반면 정부 조사에서는 황화수소가 퇴적물 사이 바닥층 물에서만 리터당 3~22㎍ 나왔다. 바닥층 위에선 황화수소가 검출되지 않았다. 어민은 물에서 치사농도를 훌쩍 넘는 값을 쟀다는데, 정부는 같은 물에서 검출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차이는 잰 시점에서 비롯됐다. 어민 측은 폐사가 한창이던 때, 정부는 한 달 가까이 지난 5월 하순에 측정했다. 빈산소와 황화수소는 조건이 맞으면 짧게 솟았다가 사라지는 현상이다. 김 부장도 "갑자기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해 연속 측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자신들의 수치가 서울대·한양대·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세 기관의 교차 검증을 거친 것이라고 했다. 황화수소의 재료인 황산염 농도 자체가 낮아, 고농도로 쌓일 개연성도 낮다고 덧붙였다.
조사 범위와 사인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어민은 아가미 손상을 독성 질식사의 증거로 봤지만, 검사기관 소견은 "독성물질 또는 유해 환경 요인에 의한 손상"으로 어느 하나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38대교 일대만 조사했다는 주장에 대해 고대걸 기후부 원주지방환경청 과장은 "폐사가 가장 집중된 구간 등 5군데를 어민과 같이 선정했다"라고 맞섰다.
바닥은 아무도 안 봤다
전문가는 숫자 싸움보다 그 아래를 봤다. 허우명 강원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표층 물만으로는 호수 바닥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층 물 조사만으로는 바닥까지 알 수 없다. 퇴적물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바닥에 쌓인 유기물의 출발점으로 녹조를 지목했다. 여름마다 번진 남조류가 죽어 가라앉고 분해되며 저층 환경을 악화시켜 왔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그 바닥을 들여다본 눈이 충분치 않았다는 데 있다. 정부도 소양호 퇴적물 측정망이 5개 지점뿐이어서 정작 폐사가 일어난 곳과 어긋났다고 인정했다. 2주라는 조사 기간에 쫓겨, 오염원을 가리는 동위원소 분석 같은 정밀 기법은 손대지 못했다.
허 교수는 이것이 소양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우리나라 호수들은 만들어진 이후로 퇴적물 관리를 한 번도 안 했다"는 것이다. 유기물은 수십 년간 쌓였고, 바닥은 산소 없는 혐기 상태로 굳어졌다. 정작 그 출발점인 녹조를 줄일 대책은 이번에도 비켜갔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녹조 대책을 뺀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지난 4월 소양호 상류 수질오염 개선·녹조 저감 대책을 따로 마련해 추진해 왔고, 이번에 속도와 예산을 대폭 늘린다는 설명이다. 상류에서 인과 유기물을 줄이는 일이 곧 녹조의 먹이를 줄이는 일이라는 것이다.
준설이 답이 아니라면
그렇다고 호수를 통째로 파낼 수도 없다. 허 교수는 준설한다고 수질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가 주목한 곳은 일본이다. 우리보다 댐이 오래돼 퇴적물 문제가 더 심각한 일본은, 바닥 유기물을 자연적으로 분해·산화시키는 시범사업을 벌여 효과를 내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바닥을 파내는 대신, 바닥이 스스로 숨 쉬게 만드는 접근이다.
정부 대책은 다른 곳을 향한다. 핵심은 상류에서 들어오는 유기물을 줄이는 것이다. 비에 흙과 인이 쓸려 내려오는 고랭지 밭을 계단식으로 바꾸거나 작물을 전환하고, 개별 처리하던 가축 분뇨를 공공 처리로 돌린다. 폐사가 집중된 38대교 상류의 육상 퇴적토도 걷어내겠다고 했다.
피해 회복과 재발 감시도 담겼다. 인제군은 어구·어망을 반값에 지원하고 생태계 교란종을 수매하며, 한국수자원공사는 산란지 조성과 치어 방류로 어업 재개를 돕는다. 용존산소를 상시 측정하고, 물을 위아래로 섞는 물 순환 장치를 돌려 저층 산소 부족을 미리 잡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바닥에 쌓인 유기물을 어떻게 되돌릴지, 그 출발점인 녹조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비어 있다. 들어오는 것을 줄이는 대책은 있어도, 가라앉은 것을 되살리는 대책은 없다.
다시 봄이 오면
정부는 이번 폐사를 '복합 요인'으로 결론지었다. 틀린 분석은 아니다. 그러나 원인이 여럿이라는 말은, 책임질 주체가 또렷하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조희송 기후부 물관리정책실장은 "특정 물질에 의한 오염이 아니라 저층부의 빈산소화와 여러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어민의 보상과 전면 재조사 요구가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허우명 교수는 이번 폐사를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호수 생태계가 보내는 경고 신호"로 봤다. "여름에 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용존산소 부족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소양호는 수도권 최대의 식수원이다. 같은 일이 다른 호수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다.
붕어가 떠오른 자리는 다시 잠잠해졌다. 그러나 바닥은 그대로다. 다음 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누가 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