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글로벌인사이트] "이건 전장의 성배" 타이완 위기 직감?…미군이 700억 쏟아부은 '비밀 무기'

김태원 기자

입력 : 2026.06.20 17:02|수정 : 2026.06.20 21:08

동영상

지난 2022년, "설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진짜 침공하겠냐"던 시기. 미국이 전쟁이 임박했다는 결정적 단서를 찾았다며 공개한 게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군의 '혈액 비축'이었습니다. 미국이 정보 자산으로 러시아가 대량의 혈액을 쌓아두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건데, 침공 준비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신호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 미 국방장관 (2022.2) : 흑해에서 전투 대비 태세를 날카롭게 가다듬고, 심지어 혈액까지 비축하고 있습니다.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거라면, 이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

전쟁을 준비하는 나라는, 혈액부터 준비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은 어떨까요. 오늘은 미 국방부가 수천만 달러를 들여 연구하고 있는 것, '인공 혈액'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전쟁에서 '피'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전쟁에서는 무기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피'입니다. 특히 미군은 출혈을, 전장에서 막을 수 있는 사망 원인 1위로 꼽고 있는데요. 부상자에게 제때 수혈만 돼도 더 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거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전사자를 분석한 미국의 연구를 보면, 전사자의 87%가 의료시설에 도착하기도 전에 숨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골든 타임' 안에 피를 수혈해서,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리자는 겁니다.

2. 헌혈 받은 피만으로는 부족할까?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들죠. 그럼 헌혈 많이 받아서 전쟁터에 잔뜩 보내면 되지 않나? 그런데 이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습니다. 일단 사람들이 갈수록 헌혈을 잘 안 해서 피 자체가 부족하고요. 어렵게 구한 피도 냉장 보관을 해야 하는 데다, 유통기한이 고작 40일 정도입니다. 그래서 미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DARPA가, 지난 2023년 'FSHARP'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Fieldable Solutions for Hemorrhage with bio-Artificial Resuscitation Products'. 이 문장을 직역하면 '생체 인공 소생 제품을 활용한 현장 투입용 출혈 대응 솔루션'인데, 쉽게 말해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인공 혈액을 만들어서 전장에 쓰겠다는 겁니다. 이게 액체가 아니라 분말 형태예요. 평소엔 가지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식염수와 섞어서 그대로 부상자에게 수혈하는 방식이죠. DARPA는 이 인공 혈액을 개발하는 대학·기업 컨소시엄에 4,6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입했고, 최근엔 동물실험에서도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3. 미군이 보고 있는 '큰 그림'
미군이 이걸 '실전'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고 있다는 힌트도 분명히 보입니다. 지난달,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선 해군·해병대의 전투함과 병력, 예산을 놓고 청문회가 열렸는데요. 여기서 DARPA의 인공 혈액 개발이 콕 집어 거론됐습니다.

[테드 버드 / 미 상원의원 : 최근 DARPA를 방문해 인공혈액 프로그램에 대해 들었습니다. 해군은 대규모 작전이나 태평양에서의 전투 상황에서 충분한 혈액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대릴 코들 / 미 해군 참모총장 : 저도 최근 DARPA를 방문해 같은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FSHARP입니다. 인공혈액과 합성 혈소판 개발은 전장 생존성, 특히 광범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골든 아워'를 확보하는 데 핵심입니다. 그래서 인공혈액 제품에 제가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 실전 배치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국방보건청(DHA)도 이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저와 스미스 사령관 모두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해군 병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짚을 대목이, '인도-태평양에서 골든 아워를 확보하는 게 핵심'이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흔히 골든 타임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골든 아워죠. 인공 혈액이 어느 전장에서나 도움이 되겠지만, 하필 타이완이 있는 인도-태평양을 콕 집었다는 건, 미·중이 충돌할 경우'까지 염두에 뒀다고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 주석은 타이완 문제를 두고 "잘못 다루면 충돌로 갈 수 있다"며 미국에 경고를 날렸죠.

4. 타이완 해협에서 전쟁이 나면?
만약 정말 타이완 해협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미군은 병력과 혈액을 공중이나 해상으로 실어 날라야 할 텐데, 중국이 하늘과 바다를 틀어막으면 제대로 싸우기도 어렵겠죠. 병력 보충도 마음대로 안 될 테니, 40일밖에 못 버티는 혈액이 아니라, 오랫동안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인공 혈액이 절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미군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보며 공중보급의 한계를 절감한 터라, 이 부분을 더 챙길 수밖에 없겠죠.

5. "인공혈액은 전장 의료의 성배"
미군은 지난달, 동물실험 단계를 넘어 임상시험과 대량생산을 위한 다음 프로젝트 'RAPIID'에 들어갔습니다. 앞선 FSHARP의 성과를 토대로, 빠르면 2029회계연도, 그러니까 2028년 10월 이후부터 실제 현장에서 부상자에게 쓸 수 있도록 FDA 승인을 받는 게 목표입니다. 이 청문회에서 인공 혈액의 중요성을 강조한 인물 중엔, 2004년 이라크에서 적의 매복 공격에 총상을 입었던 에릭 스미스 해병대 사령관도 있었습니다. 전장에서 출혈로 죽음의 문턱까지 가봤던 지휘관이, 상온 보관 혈액을 '전장 의료의 판도를 바꿀 기술'이라고 평가한 거죠.

[에릭 스미스/ 미 해병대 사령관 : 상온 보관 혈액 제품은 전장 의료의 '성배'입니다. 지난 2004년 제가 부상당했을 때 거의 과다출혈로 사망할 뻔했지만, 바그다드 병원에서 수혈을 받아 살아났습니다. 만약 현장에서 상온 혈액 제품을 쓸 수 있었다면 훨씬 더 나았을 것입니다. 이 기술은 전장 의료의 진정한 '성배'입니다.]

과연 미국은 정말로 '전장 의료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 '새로운 피'가, 앞으로 벌어질 세계 각지의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취재 : 김태원,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박우진·차승환, 영상편집 : 김혜주, 디자인 : 육도현, 출처 : DVIDS, KaloCyte, 제작 : 디지털뉴스부)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