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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공짜로 쓰던 ATM기가 멈췄다"…돈 회수 나선 일본이 불러올 후폭풍, 미 국채 금리 상승의 진짜 비밀 [스프]

한동훈 PD

입력 : 2026.06.18 09:27|수정 : 2026.06.18 09:27

[교양이를 부탁해]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서은숙 컨트리뷰터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전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

미국과 일본의 금리 흐름이 동시에 심상치 않습니다. 오늘 새벽 케빈 워시 체제에서 열린 첫 연준 회의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신호 대신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그 여파로 미 국채금리는 다시 급등세를 보였죠. 엊그제 일본은행도 정책금리를 1%로 올리며 31년 만의 고금리 구간에 들어섰습니다.

문제는 이 두 사건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전 세계에 풀렸던 엔화 자금이 회수되기 시작하면 미국 장기 국채금리까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의 미국 국채금리 쇼크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30년 동안 세계 금융시장의 돈줄 역할을 해온 일본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는 겁니다.


미국 국채금리 쇼크, 시작은 플라자 합의였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와 일본 국채금리 데이터를 보면, 미국의 3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섰죠. 2007년 이후 19년 만에 5%를 넘어선 겁니다.

일본의 10년물도 2.8%까지 올라갔어요. 일본의 2.8%는 굉장히 의미가 있는데 29년 만에 처음입니다. 흔히 일본 경제를 '0% 금리 시대를 30년 동안 경험한 나라'라고 하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10년물 국채금리가 2.8% 이상 올라간 것은 유의해서 봐야 되는 데이터라고 볼 수 있고요.

일본의 국채금리를 이해하려면 역사를 봐야 돼요. 1985년 9월 22일 플라자 합의*.

*플라자 합의(1985) : G5의 재무장관들이 외환시장 개입에 의한 달러화 강세를 시정하도록 결의한 조치

플라자 합의가 뭐냐면, 지금 G5인 미국·일본·영국·서독·프랑스가 모여서 합의를 이루었어요. 그 당시 미국이 재정 적자도 심했고 무역 적자도 심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러 가치를 하락시키고 엔화 가치를 강제적으로 높게 만드는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미국 무역 적자의 37%가 일본에 대한 적자였어요. G5가 모여 미국은 유리하게, 일본은 불리한 경제상황으로 몰고 가는 플라자 합의가 엔화 가치를 굉장히 높였어요.

원래 1달러 250엔이었는데 1년 만에 150엔, 2년 만에 120엔, 반으로 줄어들었어요. 엔화 가치가 비싸지면 일본 기업들은 힘들어지죠. 물건을 파는 게 어려워집니다. 기업이 물건을 못 팔게 되면 경제가 안 좋아지고, 경제가 안 좋아지니 일본 정부가 경기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쓰기 시작했죠. 그래서 일본의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립니다. 기업에 돈이 들어가서 경제가 활성화되기를 원했는데, 이 돈이 부동산과 주식으로 다 갔어요. 그 당시에 일본 황궁을 팔면 캘리포니아를 살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부동산 가격과 주식 가격에 버블이 굉장히 심했습니다.

Q. 일본 버블경제 호황기라고 하는 게 플라자 합의 이후에 생긴..

85년 이후 90년까지 버블이 굉장히 심해진 거죠. 결국 1990년 1월에 버블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주식 가격이 70% 정도 떨어지고 그에 따라서 부동산 가격도 굉장히 떨어지죠. 예를 들어 돈을 빌려서 100억짜리 건물을 샀다면 이게 30억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버는 돈 전부를 이자 갚는 데 써야 됩니다. 개인들은 소비하지 않고 빚 갚기 시작하고, 기업은 투자하지 않고 빚 갚기 시작하고, 이렇게 되니 경기가 좋지 않게 되겠죠. (소비) 수요가 줄어들겠죠. 소비가 줄어들면 다시 공장이 돌아가는 것은 중단될 거고, 그러면 임금은 다시 동결될 거고, 그래서 흔히 얘기하는 일본 디플레이션 시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오기 시작하죠.


"뭘 해도 안 잡힌 디플레" 일본이 내린 마지막 처방
인플레이션이 더 위험하다고 얘기하지만, 디플레이션도 인플레이션만큼 경제를 위축시키는 이슈다. 일본 정부도 할 수 있는 건 다 합니다. 경제가 돌아가도록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돈을 살포하기 시작했어요.

① 1999년 제로 금리 정책

1999년 2월 세계 최초로 제로 금리 정책을 시작해요. 사람들이 돈을 빌릴 때 이자를 하나도 안 낸다. '일단 갖고 가서 좀 써, 투자도 하고 소비도 하고'. 그래도 디플레이션이 안 잡혔어요.

② 2001년 양적 완화(QE)

금리를 0% 이하로 내릴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은 돈을 푸는 거예요. 시중에 있는 채권을 사들여서 돈을 푸는 정책을 쓰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왔죠. 명목 GDP가 1995년 수준에서 2012년까지 17년 동안 하나도 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것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다가 2013년에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을 합니다. 이때 세 개의 화살*이라고, 경제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①돈을 더 푸는 대담한 금융 정책, ②확장적인 재정 정책(정부도 채권을 발행해서 돈을 풀겠다), ③구조 개혁 하겠다는 거예요.

*세 개의 화살 :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핵심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3가지 요소

③ 2013년 양적 질적 완화(QQE)

그리고 2013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를 임명합니다. 이분이 왜 유명하냐면 취임 직후에 발표한 게 QQE*가 있어요. 양적 질적 완화(Quantative Qualatative Easing)예요.

*QQE(양적 질적 완화) :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자산 종류를 국채 외에 회사채, 주식까지 위험자산으로 다변화하는 것

유동성을 나타내는 M2가 있어요. 중앙은행이 돈을 풀고 그 돈이 더 시중에 돈이 풀리게 하는 이 M2를 두 배로 늘리겠다. 그리고 매년 50조 엔씩 채권을 사 들이겠다. 너무 강력해서 시장이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는 것은 본원 통화가 시중에 풀리는 것이기 때문에 돈이 계속 풀리는 거죠. 그 정도 돈을 막 쏟아 부은 거죠. 디플레이션이 잡혔을까요? 못 잡았습니다. 그렇게 돈을 풀었는데도 안 됐어요.

④ 2016년 마이너스 금리

그래서 2016년 1월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합니다.
구로다 하루히코 | 당시 일본은행 총재 (2016년 1월)
필요한 시점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해 양적 질적 완화를 계속할 것입니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수수료 다 내주겠다. 그래도 안 잡혔어요. 이 시점에서 2016년에 구로다 총재가 뭐라고 얘기했냐면 '할 만큼 다 했다. 우리가 가진 모든 수단을 다 사용했지만 디플레이션을 잡지 못하겠다'.


전 세계에 풀린 '이자율 0%' 엔화의 힘
30년간 제로 금리, 양적 완화, 양적 질적 완화, 마이너스 금리까지 다 풀었는데도 안 됐잖아요. 그래서 2016년 9월에 마지막 카드를 씁니다.

⑤ 2016년 YCC 정책

그 유명한 YCC(Yield Curve Control)*예요. 수익률 곡선을 통제하는 겁니다.

*YCC(장단기 금리 조작) 정책 : 장단기 금리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에 맞춰 채권을 매수·매도하는 정책

이 수익률 곡선을 통제하는 것이 국채금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끝까지 안 돼서 한 제도니까 극단적이겠죠. 기존의 QE는 돈의 푸는 양을 얼마만큼 풀 것인지 정하는 정책이에요.

근데 YCC는 10년물 국채금리를 0%에 고정시키겠다. 그러니까 무한정 채권을 사는 거죠. 금리가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중앙은행이 무한정 채권을 살 거니까, 시중에 주는 시그널이 뭐겠어요? '금리 이제 안 올라가. 그러니까 지금 다 써'.

일본이 그때 GDP 대비 부채가 200%가 넘었어요. 금리가 조금만 올라가면 재정 파탄이 나는 정도예요. 금리 1%로 오르면 GDP의 거의 6%가 이자로 날아가는 정도. 그동안 이렇게 돈을 풀었으니 얼마나 재정 적자가 심하겠습니까? 그래서 양 대신 가격, 금리를 직접 컨트롤하겠다, 무조건 0%로 맞추겠다고 한 거죠. 일본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구명조끼 같은 거였죠.

근데 YCC를 0%로 잡는다는 뜻은, 0%의 이자율로 돈을 빌려서 전 세계에 투자할 수 있는 거예요. 전 세계에 일본의 대출 0% 금리의 자금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0%의 일본 돈을 빌려서 미국이 채권 발행하는 거 다 사주고, 신흥국에서 자금 필요하다고 하면 다 빌려주고 투자해 주고, 엔캐리 트레이드*가 여기서 나옵니다.

*엔캐리 트레이드 : 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것

일본 중앙은행을 '금융시장의 닻'이라고 하거든요. 저금리를 유지하게 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게 이 YCC 정책이에요. 일본이 30년간 '전 세계 ATM'이었다. 핵심은, 2024년에 일본의 0% 금리가 끝났습니다.


"세계 ATM이 멈추기 시작했다" 일본 긴축이 불러온 변화
일본의 YCC가 왜 끝났는가? 30년 만에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2%가 넘었어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공급 비용이 높아지면서 수입 가격이 비싸지다 보니까 일본 기업들이 임금을 올리기 시작하고, 이렇게 경제가 외부 충격에 의해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인플레이션이 2%를 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엔화 가치가 30%가 떨어졌어요. 이것을 방어할 필요가 생기고, 돈을 회수해서 엔화 가치를 올려야 되는 거죠. 2024년 3월 17일에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YCC를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일본의 정책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요. 그래서 0%에서 풀려났습니다.

Q. 일본 경제가 정상 구도로 가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 거죠?

그렇죠. 금리를 0%에 맞출 필요가 없게 되잖아요. 그리고 7월에 양적 긴축을 발표합니다. 양적 긴축은 '이제 통화를 좀 해소하겠다'라고 하는 거죠. 원래 일본 국채를 한 달에 거의 5.7조 엔씩 사들였는데, 절반인 2.9조 엔으로 줄였어요. 양적 긴축을 한다는 뜻은 채권을 더 이상 만료가 되면 사지 않는다, 투자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채권을 사지 않기 시작하면서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10년 국채물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해서 지금 2.88%까지 올라간 거예요. 더 중요한 건, 일본은 지금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일 겁니다. 미국 국채에 투자한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자금 회수 속도가 붙기 시작했어요. 이게 미국 금리가 올라가는 것과 연계가 돼요.


"일본 자금 회수에 전쟁까지" 경고등 켜진 미국 국채금리
쉽게 설명하면, 미국 국채가 5%로 수익률을 줘서 일본이 투자하려고 했는데, 일본 엔과 달러와의 환율 비용(헤지 비용)이 5%가 넘어요, 환율 변동 폭이 크다 보니까. 미국 국채를 갖고만 있어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해요. 그래서 미국 국채를 팔기 시작합니다. 1분기에만 일반 투자자들이 약 5조 엔(약 47조 원)의 미국 국채를 매도했어요. 2022년 이후 최대 매도 규모입니다.

일본이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으로 1조 2천억 달러 정도를 들고 있거든요. 이 큰손이 매도하기 시작하면 미국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미국 장기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중동 전쟁이 기름을 부었죠. 브렌트유가 한때 120달러를 넘어섰고 이게 CPI와 PPI, 도매물가지수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까 지금 발표된 도매물가지수가 약 6%까지 올라갔어요. 물가가 올라간다는 뜻은 결국 장기 국채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Q. (최근) 미국 베센트 재무장관이 일본에 갔던데, 일본의 어떤 국채금리가 올라가는 이게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올라가는 연결 구조가 같기 때문에 진정시키러 갔나요?

그런 얘기도 있고요. 사실 미국이 어떻게 보면 지금 굉장히 어려운 시기잖아요. 왜냐하면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는 모기지 금리와 연동돼요. 대부분의 미국 사람은 90% 이상이 렌트, 모기지 대출을 받아서 살기 때문에 그 비용이 큰 부담으로 가고 있어요. 물가도 올라가고 있는데 모기지 비용이 늘어나면 불만이 급증하겠죠. 중간 선거를 앞두고 굉장히 민감한 이슈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렸으면 좋겠는데 물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으니 내릴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거기에다가 지금 일본이 엔캐리 청산을 하고 있는 상황 때문에 중장기 국채금리가 더 올라가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거죠. 그러면 일시적인 현상이냐, 좀 지나면 괜찮지 않겠냐? 이 얘기를 길게 설명한 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가 없는 거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https://youtu.be/Y3otQoBcI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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