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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에 서명한 가운데 3천억 달러, 우리 돈 450조 원 규모로 알려진 '이란 재건 기금'을 둘러싸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거액의 기금을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과 민간 기업에 떠넘기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패전국으로 보이지 않도록 '민간 투자 기금'이라는 외형을 빌렸지만, 전쟁 피해 배상을 요구해 온 이란 입장에서는 사실상 배상금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큽니다.
동맹국과 상의도 없이 전쟁을 시작하고, 동맹국을 압박해 청구서를 내미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국 내부의 반발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에 현금 다발을 건넸다"며 맹비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정작 확실한 비핵화 성과도 없이 대대적인 자금 지원을 허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식적으로는 MOU 서명의 대가로 당장 이란의 동결 자금을 해제해 줄 수 없단 입장이지만, 이란은 동결 자금을 일부 해제해 줘야 후속 협상에 돌입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에 본협상은 시작되기도 전에, 미국은 벌써부터 이란의 석유 판매 제재를 면제해 주는 '당근'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이라면 핵 포기와 관련한 이란의 구체적인 조치가 이행돼야 제재 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 주장과 어긋나는 조치입니다.
CNN 방송은 지난 2015년 오바마 시절 해제된 이란 동결 자금은 500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지금 트럼프 정부는 그보다 6배나 많은 3천억 달러를 거론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공화당 강경파들 사이에서도 누구의 돈으로든 테러 국가의 자금줄을 풀어줘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언자로 알려진 마크 티센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란에 3천억 달러를 주는 건 재앙"이라며 "나치가 권력을 잡고 있는 독일에 재건하라고 마셜플랜을 제시하는 것과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미국 돈은 한 푼도 안 들어간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변명 뒤에서 퍼주기식 굴욕 협상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은 거세질 걸로 보입니다.
(취재 : 이현영, 영상편집 : 장유진, 디자인 : 이정주,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