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이 미국과 이란이 막을 내리고 있는 전쟁의 최대 승자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 시간) 전쟁 때문에 대체 에너지 확보전이 불붙었다며 에너지 전환의 과실을 중국이 누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번 전쟁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는 중동산 화석연료 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걸프국 에너지 시설을 폭격해 세계 경제는 전례 없는 에너지 공급난과 가격 급등을 겪었습니다.
올해 초 전쟁 발발 전까지만 해도 급성장세를 가리키던 전망치는 사라지고 저성장, 고물가가 현실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특히 NYT는 중동 전쟁 위험을 회피하려는 국제사회의 대응 때문에 글로벌 에너지 질서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재편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너지 생산국들이 주도권 유지나 확대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소비국들은 중동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분투한다는 얘기입니다.
NYT는 이 같은 추세에 따라 각국의 '에너지 믹스'(소비 에너지원 구성비)와 에너지 시장의 주역이 바뀔 것이라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충격을 받은 아시아, 유럽 국가들이 대체 에너지 탐색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원자력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영국의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의 단 발터 연구원은 전기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효율성 개선 덕분에 에너지 전환이 수월하다는 환경을 주목했습니다.
그는 "이번이 거대한 전환점"이라며 "5년 전만 해도 (가격) 경쟁력이 거의 없던 것들이 이제는 이미 거의 확실하게 더 싸졌다"고 설명했습니다.
NYT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촉발된 이 같은 에너지 전환기에서 중국이 가장 큰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종전 후에도 장기적으로 지속될 에너지망 재구축과 다변화 추세에서 전방위적 공급자로서 가장 준비가 잘된 곳이 중국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은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 배터리, 변압기, 고압 케이블, 관련 소프트웨어 등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는 역할을 키워가면서 자국의 전략적 영향력도 함께 증강할 여건이 무르익은 셈입니다.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인 우드 매켄지는 "중국이 명명백백한 승자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미국과의 글로벌 패권 다툼 맥락에서도 이번 전쟁이 중국에 상당한 호재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공급망 쟁탈전에서 중국 견제를 추진하던 미국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재편 추세 때문에 자가당착에 빠진 형국이라는 얘기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를 저지하면서까지 화석연료 산업의 부흥을 위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그 때문에 대체 에너지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에서 사실상 이탈해 중국에 산업적, 기술적 우위를 헌납하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NYT는 "경제적 이점은 지정학적 이점으로 한층 강화되는 법"이라며 "이번 전쟁 때문에 미국은 오랜 동맹인 유럽과 갈등이 심해졌고 그 결과 중국은 국제사회를 주도할 역할을 확대할 기회가 생겼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