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미래에셋증권 서울 한 지점.
사상 최대규모 기업공개(IPO)였던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 과정에서 이른바 '코리아 트렌치' 배정 물량이 돌연 '0'이 된 것과 관련,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 상장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12일 상장을 앞두고 진행한 최종 배정 과정에서 한국 투자자 몫을 전량 삭감했습니다.
당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 20여 곳과 함께 인수단으로 참여한 미래에셋증권이 클래스A 보통주 231만 4천815주를 인수하는 것으로 기재됐습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폭증하면서 물량을 재배정할 필요가 생겼다며 상장 직전 한국 투자자들을 위한 물량을 삭감했습니다.
삭감을 통보하는 방식도 배정 물량을 '0'으로 기재한 이메일 한 통을 일방적으로 보내는 것에 불과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직면한 미래에셋증권은 앞서 진행한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국내 개인·법인 전문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들이 납입한 청약 증거금을 부랴부랴 전액 환불 처리하는 등 비상이 걸렸습니다.
개별 통지인 까닭에 인수단으로 참여한 다른 IB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의 물량을 받았는지는 일부를 제외하면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당초 미래에셋증권과 동일하게 231만 4천815주가 배정될 예정이었던 일본 미즈호증권은 오히려 7배 이상 많은 물량을 받았으며, 인수단에 참여한 IB 중 배정물량이 '0'이 된 사례는 미래에셋 이외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페이스X의 상장을 맞아 전 세계 투자자가 축제 분위기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은 오히려 금융감독원 검사를 받을 처지가 됐습니다.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자들에 배정 무산 가능성 등 투자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알렸는지와,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확보한 스페이스X 공모주를 관련 지수상장펀드(ETF)에 편입하려던 자산운용사 고객들의 손실 가능성 등을 집중적으로 살필 예정입니다.
사실상의 '코리아 패싱'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업계에선 골드만삭스가 청약 규모뿐 아니라 장기 보유 가능성이 높은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을 우선 고려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스페이스X 공모주를 국내 투자자에게 배정하는 방안이 추진되다가 무산되는 등 한국과 미국의 공모체계 차이로 인한 장벽 역시 문제가 됐을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상 한국에선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받을 경우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절차를 밟아야 하며 통상 3주 이상이 걸립니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미국내 규정에 따라 상장 한 주 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기에, 미래에셋증권은 일반투자자 공모 대신 전문투자자 대상의 사모로 방향을 틀었는데 이것이 '0주 배정'의 빌미가 됐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양국의 IPO 관련 규정 차이 때문이라곤 해도 금융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절차가 진행된 것 자체가 약점이 됐을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