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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사업 대역전극…6년 9개월 취재와 정의구현 [취재파일]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입력 : 2026.06.15 10:06|수정 : 2026.06.15 10:51


▲ 한화오션의 KDDX 조감도

지난주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의 제안서 평가에서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의 후신)이 HD현대중공업을 0.5867점 차이로 이겼습니다. 한화오션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합니다. HD현중은 자사에 부과된 보안감점 1.2점이 승부를 갈랐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보안감점 적용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지만 HD현중은 KDDX 상세설계 사업에서 패하자 보안감점 적용을 막아달라며 즉각 항고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기준은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이미 드러났습니다. HD현중이 항고한들 승소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그동안 KDDX 사업을 놓고 벌어졌던 난장판을 생각하면 마지막은 법원 문 노크 없이 깨끗하게 승복하고, KDDX 사업 성공을 위해 힘을 모으는 편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습니다.

HD현중은 역대급 기밀 탈취 사건을 저질렀고, 여러 기관들은 HD현중에 면죄부를 주고 또 줬습니다. 21세기 K-방산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답답했던 적이 한두번 아닙니다. 아주 늦었지만 다행히도 '기밀 탈취 범죄 불문하고 수의계약으로 사업 넘기는 관행'이 깨지고 있습니다. SBS는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6년 9개월 동안 KDDX 사건을 쫓았습니다. 우여곡절 참 많았습니다.
 

HD현중의 2012년~2015년 범죄들

HD현중의 기밀 탈취 범죄는 14년 전인 2012년 10월부터 시작됐습니다. 기무사의 정보망에 포착된 시기는 2015년이었습니다. 여기저기 입단속이 잘돼서 덮이는가 싶었겠지만 2020년 9월 21일 SBS 보도로 HD현중의 기밀 탈취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법원 판결로 확정돼 SBS에서 보도된 HD현중의 기밀 탈취 내역들만 대충 나열해도 K-방산 최대 기밀 탈취 사건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없습니다. 2012년 10월 특수전 지원함과 특수침투정 개념설계 기술지원 용역 최종 보고서, 2013년 4월 KDDX 개념설계 검토자료, 5월 장보고-Ⅲ Batch-Ⅱ·Ⅲ의 성능목표와 연구개발 방안 및 로드맵, 잠수함용 대용량 추진전동기 개발 계획 등이 포함된 2013~2027 국방과학기술진흥 실행 계획 등을 훔쳤습니다.

HD현중의 절도는 2014년에 집중됐습니다. 1월 장보고-Ⅲ Batch-Ⅱ 개념설계 중간 추진 현황, 2월 KDDX 개념설계 보고서, 3월 장보고-Ⅲ Batch-Ⅱ 사업추진 기본전략 수정안과 장보고-I 성능개량 사업추진 기본전략안, 장보고-Ⅲ Batch-Ⅱ·Ⅲ 신규 중기전력 소요제기 및 작전운용성능안, 훈련함 사업추진 기본전략안, 장보고-Ⅰ 성능개량 사업 선행연구 최종보고서 등을 빼돌렸습니다. 해가 바뀌고 2015년 11월 HD현중은 장보고-Ⅲ Batch-Ⅱ 사업추진 기본전략안을 탈취했습니다.

HD현중 임직원들은 해군 함정기술처를 방문해 기밀 자료들을 동영상으로 찍는 수법으로 기밀을 훔쳤습니다. 동영상을 찍는 동안 해군 장교들은 자리를 비워줬습니다. 해군 장교가 울산의 HD현중으로 찾아가서 자료를 넘긴 사례도 있습니다. HD현중 임직원 9명이 실형을 선고받았고, 해군 장교도 여럿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2020년 9월, HD현중이 국회에 배포한 설명자료
HD현중은 공공연하게 "해군이 기밀을 '제공'해서 '획득'했다"는 기가 막히는 논리를 폈습니다. 또 "훔쳤을 뿐 활용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활용 안 했다면서 기밀 탈취 이후 KDDX 기본설계 사업을 비롯해, 특수전 지원함과 특수침투정 기본설계 사업, 장보고-Ⅲ Batch-Ⅱ의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사업 등에 꼬박꼬박 뛰어들었습니다. 기밀 훔치고 사업 참여했으면 청렴서약 위반으로 부정당 제재가 당연하지만 방사청은 완전히 눈을 감았습니다. 방사청의 HD현중 면죄부 주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또 면죄부, 또또 면죄부, 또또또 면죄부…

HD현중은 애초에 KDDX 상세설계의 전 단계인 기본설계 사업에 참여할 수 없었는데 잇따라 기적이 일어나서 기본설계 사업을 따냈습니다. 방사청을 필두로 기무사, 울산지검의 보이지 않는 손이 HD현중의 추락을 어떻게 막았는지 SBS 보도로 낱낱이 밝혀졌습니다.

SBS가 가장 주목한 것은 2019년 9월 방사청의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 개정입니다. 방사청은 "입찰 등록 마감일 전일 기준 최근 2년 이내 부정당업자 제재" 조항에 "부정당업자 제재 및 과징금 부과는 '대한민국 정부기관'으로부터 받은 모든 제재를 포함" 문구를 추가했습니다. 덕분에 HD현중은 한국전력 산하 한국수력원자력 뇌물 사건의 여파로 2021년 말까지 받아야 했던 보안감점 0.8점의 굴레에서 벗어났습니다. 개정된 지침에 따라 "한국전력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아니어서 부정당 제재는 없다"고 해석돼 KDDX 기본설계 사업의 감점을 회피한 것입니다.

방사청은 2019년 9월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에서 "기무사의 기밀유출 보안사고 통보시 보안감점 부여" 조항도 삭제했습니다. 조항 삭제를 노렸는지 2019년 2월 기무사는 기밀 탈취 사건과 관련해 HD현중 직원 12명, 장교 3명 등 25명을 검찰에 송치하고도 방사청에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조항 삭제 전에 통보했다면 HD현중은 보안감점을 받았을 텐데 기무사는 시간을 끌었고, 방사청은 아주 적절한 시점에 조항을 없앴습니다.

2019년 2월 기무사의 송치 사건을 맡은 기관은 울산지검이었습니다. 울산지검은 수사를 참 오래 깔고 앉았습니다. 만약 송치 1년 반 후인 2020년 7월, KDDX 기본설계 입찰 등록 전까지 울산지검이 기소 또는 기소유예 등의 조치를 했다면 방사청은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된 것으로 간주해야만 했고, HD현중은 KDDX 기본설계 사업에서 0.5점 감점을 받았을 것입니다. 울산지검의 기소, 기소유예 처분은 SBS의 첫 보도 사나흘 후인 2020년 9월 말에야 내려졌습니다. HD현중은 또 한번 위기를 넘겼고, 당시 울산지검장은 HD현중 지주회사의 사장급으로 스카우트됐습니다.

HD현중은 기밀 탈취 범죄를 딛고 KDDX 기본설계 사업을 0.056점, 종이 한장 차이로 따냈습니다. 방사청, 기무사, 울산지검의 행위들은 모두 HD현중의 기본설계 수주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우주의 기운이 HD현중을 도왔다고 보는 편이 더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아무리 비판하는 기사 써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습니다. 그들의 짬짜미 추정 행적들은 더 있지만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돌아온 방사청…KDDX 대역전 정의구현

부정한 방법들이 동원됐다 할지라도 KDDX 기본설계 수주해서 수행했으니까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은 관행대로 수의계약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 HD현중의 주장이었습니다. 방사청도 2024년 7월 9일 사업분과위원회를 열어 HD현중에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넘길 참이었습니다. 한화오션은 포기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이때 SBS는 『임박한 방사청 KDDX 사업분과위…KDDX 사업의 '정의'는?』(6월 28일), 『KDDX 수의계약·경쟁입찰 논란의 뿌리…기밀유출과 사업관리의 진상』(7월 4일), 『KDDX 운명의 한 달…남은 절차들이 넘을 산은?』(7월 8일), 『KDDX 도덕성 이슈에서 방사청이 눈 감은 것들』(7월 26일) 등 취재파일을 연속 보도했습니다. HD현중의 범행과 기관들의 방조가 다시금 환기됐습니다. 방사청은 HD현중 수의계약 결정 시도를 중단했고, 마침내 사업방식을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바꿨습니다.

아울러 SBS 취재파일은 2025년 9월 14일 『KDDX '수의계약'?…'23년 12월 판결'마저 덮나』를 보도했습니다. HD현중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자는 9명인데 8명의 유죄는 2022년 11월에, 나머지 1명인 K 씨의 유죄는 2023년 12월에 각각 확정된 점을 짚었습니다. 사건번호가 다를 뿐 아니라, 범행의 주체와 대상, 시간, 장소도 모두 다른 별개 사건임을 강조했습니다. 즉, 보안감점도 2022년 11월 판결과 2023년 12월 판결에 따로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놀랍게도 방사청이 호응했습니다. 보도 후 약 2주 만에 방사청은 보안감점 부과 방침을 정했습니다. 방사청 측은 "법무 검토 결과, K 씨 사건은 나머지 8명의 사건과 범행의 주체와 대상, 일시, 장소 등이 모두 달라 독립적 사건으로 판단됐다", "이에 따라 확정 판결 후 3년인 2026년 12월 7일까지 HD현대중공업에 1.2점 보안감점을 부과한다"고 SBS에 밝혔습니다.

종국적으로 1.2점 보안감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해 HD현중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제안서 평가에서 한화오션에 0.5867점 차이로 졌습니다. 링 위에 오를 자격도 없었던 한화오션의 대역전승입니다. 위에서 상술한 2012년 10월부터 벌어진 일들을 곱씹어보면 HD현중의 패배는 사필귀정입니다. 이제 와서 보안감점 1.2점이 부당하다며 항고한들 실익이 없다는 것을 HD현중은 잘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 단 한번이라도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SBS는 KDDX 기밀 탈취 사건을 둘러싼 부조리의 진상을 밝혀보겠다고 애를 썼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자와 경찰관들 마음고생 심했습니다. 한화오션의 로비와 언론 플레이가 작동한다는 음해는 기본이었고, 몇 차례에 걸쳐 내사와 감찰도 당했습니다. 모두 사실무근으로 드러났습니다. 괜한 오해 부를까봐 어떤 이는 한화오션은커녕 한화의 다른 계열사 사람들과도 접촉을 끊었고, 다른 이는 대폿집에서 친구들과 한잔 해도 한화와 엮을까봐 정 술 마시고 싶으면 집에서 혼자 캔맥주 깠습니다. 음해, 내사, 감찰의 뒷작업을 어디에서 했는지 뻔히 짐작 되고, 증거도 있습니다. 이번 제안서 평가를 계기로 SBS가 좇았던 KDDX 사업의 정의가 구현됐기 때문에 그들의 뒷작업은 더 이상 캐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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