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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가장 핫했던 인물, 혹시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바로 지난 5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입니다. 한국에 깜짝 선물을 들고 왔다며 입국 인사를 건넨 젠슨 황 CEO는 닷새간 말 그대로 광폭 행보를 보였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PC방으로 달려가 e스포츠의 전설 페이커를 만났고,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는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이른바 '형님 회동'을 하고, 그리고 예능 출연에 야구 시구까지. 방한 마지막 일정으로는 국내 주요 기업들을 차례차례 방문해 AI 동맹을 다지며 AI 팩토리와 피지컬 AI 등에서 협력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수천억 달러 규모의 잠재적 사업을 가져왔다며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비즈니스 선물이라고 강조했죠. 젠슨 황이 주고 간 선물 보따리를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1. AI 팩토리 사업, 왜 한국에?
이번 방한에서 가장 강조한 건 바로 'AI 팩토리' 사업입니다.
[젠슨 황/엔비디아 CEO : AI 팩토리 건설은 매우 중요합니다. 수익성이 있다면 누구든지 더 많은 AI 팩토리를 원할 겁니다. ]
AI 팩토리, AI를 위한 차세대 데이터센터입니다. 단순히 수많은 데이터의 저장고 역할을 하던 데이터센터를 넘어, 이 데이터들을 활용해 AI가 학습하고 추론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로봇, 자율주행차 등 실제 시스템에 쓰일 맞춤형 AI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젠슨 황은 AI 팩토리를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로 규정하고 사실상 엔비디아의 현재와 미래의 먹거리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AI 팩토리 사업을 왜 한국에 들고 왔을까요? AI 팩토리를 짓고 운영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바로 한국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AI 팩토리엔 막대한 전력과 데이터를 처리할 반도체가 필수입니다.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선 통신망도 중요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AI 팩토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서비스도 필요하죠. 최종적으로는 AI 팩토리에서 만들어질 맞춤형 AI들이 쓰일 산업이 필요합니다. 그 산업이 바로 피지컬 AI입니다. 로봇과 모빌리티, 그리고 제조업 전반에 다양한 피지컬 AI들이 자리잡을 걸로 보이는데 한국은 피지컬 AI가 자리잡을 제조업이 가장 풍부한 나라입니다. 이번에 젠슨 황이 만난 기업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SK는 반도체와 통신, LG는 로봇과 데이터센터 기술, 현대차는 로봇과 모빌리티, 네이버는 클라우드 등 모든 기업들이 AI 팩토리에 꼭 필요한 산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시구에 나선 두산도 피지컬 AI와 소형모듈원전 등 전력 분야 협력으로 AI 팩토리 동맹의 핵심입니다.
[젠슨 황/엔비디아 CEO : 로보틱스부터 앞으로의 AI 팩토리까지, 우리는 하나의 거대한 팀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
2. 한국에 정말 깜짝 선물일까?
그럼 AI 팩토리 산업은 정말 깜짝 선물일까요? 우선 선물은 맞습니다. AI 시대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와 미래 먹거리를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것만도 큰 기회죠. AI 팩토리에 들어갈 핵심 공정을 담당하게 되고, 엔비디아의 GPU 등을 우선 공급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선물은 사실 젠슨 황과 엔비디아 본인에게 더 소중합니다. AI 팩토리엔 결국 엔비디아의 GPU가 필수입니다. 최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칩 개발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은 겁니다. AI 팩토리를 같이 짓자면서 엔비디아 GPU의 미래 공급처를 확보한 셈이죠. 수천 억 달러의 선물이라고 했지만, 그 과실의 가장 많은 부분은 젠슨 황 본인 몫입니다. 그래도 여기까진 윈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려할 점은 그 다음입니다.
[젠슨 황/엔비디아 CEO : 엔비디아가 한국에 한 가장 큰 기여는 AI 산업을 발명하고, AI 생태계를 만든 것입니다. ]
3. 젠슨 황이 진짜 노리는 건?
젠슨 황이 노리는 건 AI 생태계를 엔비디아가 완전히 장악하는 겁니다. 엔비디아가 세계 최고 기업이 된 비결은 바로 생태계 전략입니다. 엔비디아의 GPU, AI 칩은 최근까지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AI 산업 발전은 곧 엔비디아의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었죠.
[장영재/카이스트 석좌교수 : 엔비디아가 이렇게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그러한 생태계 전략이 있었고, 피지컬 AI 쪽에서도 자신들만의 생태계, 그리고 결국은 이걸 락인(종속)을 시키겠다(라는 것입니다.)]
최근 AI 칩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는 이번엔 피지컬 AI에서 또 한번 생태계 전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로봇과 모빌리티 등에 쓰일 AI 모델을 먼저 선점하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현장에서 쓰일 로봇, 모빌리티 등에 대한 데이터가 핵심이죠. 그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한국 기업들입니다. 한국의 피지컬 AI 기업들과 손을 잡고, 실제 모델을 학습하고 발전시키고 결국은 PC의 윈도우,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와 같이 이번엔 로봇과 모빌리티 등 피지컬 AI의 엔비디아를 표준 모델로 만드려는 노림수입니다. 우리 기업들, AI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지만, 엔비디아의 생태계에 종속되는 위험도 분명히 존재하는 겁니다.
4. 한국에 필요한 전략은?
투트랙 전략이 필요합니다. 엔비디아로부터 얻을 수 있는 건 얻으면서 종속되지 않도록 우리만의 모델 등 독자적인 연구개발에도 힘을 실어야 합니다. 젠슨 황이 떠난 다음날 우리 정부는 피지컬 AI 독자기술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는데, 정부와 기업이 지금 시기를 놓쳐서는 안될 걸로 보입니다. 젠슨 황 CEO는 방한 기간 어디를 가든 구름 인파를 몰고 다니며 아이돌 급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룹 회장들을 거리로 불러냈고, 삼겹살을 직접 굽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어깨동무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친숙한 이미지를 쌓는 것 역시 젠슨 황 CEO의 고도의 전략이란 평가입니다. 한국 문화를 즐기는 모습과 함께 한국의 AI 생태계를 치켜세우면서 엔비디아와 협력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든 겁니다. 젠슨 황 CEO는 한국에 선물 보따리를 들고 왔지만, 그의 친숙한 이미지 뒤엔 엔비디아의 경제적 이윤과 치열한 생존 전략이 깔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거 같습니다.
(취재 : 정성진,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조창현, 영상편집 : 홍진영, 디자인 : 양혜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