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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억 달러 돈 전쟁터가 된 'AI 전력 경제학'…누가 살아남을까? [스프]

심영구 기자

입력 : 2026.06.09 09:01|수정 : 2026.06.09 09:36


⚡ 스프 핵심요약

AI 기업 평가 기준이 모델 성능에서 '와트당 토큰 가치'로 전환되면서,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과 맞물린 '전력 경제학'이 생존의 핵심 화두로 부상했습니다.

알파벳의 800억 달러 유상증자와 테크 기업들의 연이은 IPO로 월가가 사상 최대 자금 조달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과열 및 유동성 압박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AI 행정명령이 첨단 모델을 국가 안보 자산으로 규정함에 따라, 글로벌 AI 질서는 미·동맹 중심의 '신뢰 생태계'와 중국의 '독자 트랙'으로 이중화될 전망입니다.

01. "와트당 토큰 가치" 전력 효율이 곧 기업 가치다

"경제적 가치를 가장 잘 만들어내는 기업이 결국 승자가 될 겁니다."

AI 검색 기업 퍼플렉시티의 CEO 아라빈드 스리니바스가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던진 한마디가 업계를 관통합니다. 그가 말한 핵심 지표는 바로 "사용자 1명당·와트당 토큰 가치"입니다. 토큰은 AI 모델이 처리하는 데이터의 기본 단위. 챗봇이 질문 하나를 받으면 그 문장을 수백 개의 토큰으로 쪼개 처리하는데, 각 토큰마다 전기가 필요합니다. 즉, 똑같은 전력을 쓰더라도 더 정확하고 빠르게,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뽑아내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이긴다는 겁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AI 스타트업 미스트랄 CEO 아르튀르 멘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우리 비즈니스는 전자를 토큰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제 AI 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모델 성능이 아니라, GPU 접근성·컴퓨팅 파워 확보·토큰 생산 효율 전체를 아우르는 '전력 경제학'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당장은 비싼 모델로 매출이 높아 보여도, 장기적으론 전력 대비 가치 창출 효율이 낮으면 도태된다는 경고입니다.

이는 데이터센터 건설 붐과도 직결됩니다. 최근 개최된 프랑스 'Choose France 서밋'에서 소프트뱅크는 프랑스 북부에만 최대 750억 유로(약 100조 원대)를 쏟아부어 총 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초대형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이 중 1단계로 450억 유로(약 67조 원대)를 투입해 3.1GW급 AI 인프라를 2031년까지 짓겠다고 발표했고, 인텔과 엔비디아는 대만 컴퓨텍스 행사에서 '에이전트 컴퓨터(agent computer)' 시대를 선언하며 전력 효율을 강조했습니다.

전력이 곧 경쟁력인 시대, AI 기업들은 이제 '전기 먹는 하마'를 누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로 승부를 가립니다.

02. "5,000억 달러 조달 전쟁" 월가가 본 IPO 쓰나미의 민낯

골드만삭스 CEO 데이비드 솔로몬은 CNBC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탐욕이 공포로 바뀌는 건 아주 빠르게 일어납니다." 지금 시장은 분명 '탐욕' 모드입니다. S&P500은 7,6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일본 니케이225도 연일 신고점을 찍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엔 경고음이 울립니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경기침체가 아닌 상황에서 이 정도 속도로 S&P가 오른 건 1987년 주식시장 붕괴 직전이 마지막"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시장을 압박하는 건 자금 조달 쓰나미입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AI 인프라 확장 및 재무 구조 정비를 위해 무려 800억 달러(우리 돈 약 108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습니다. 이 중 절반인 400억 달러가 순수 AI 인프라에 직접 투입될 예정입니다. 100억 달러는 워런 버핏의 뒤를 이은 그레그 아벨 CEO 체제의 버크셔 해서웨이에 배정됩니다.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공동 CEO 앤서니 거트먼은 "이건 전례 없는 영역"이라며 "알파벳 발행 규모만 해도 역대급"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자금의 흐름입니다. 스페이스X는 나스닥 시장이 아닌 비공개 시장(Private Market)에서의 구주 매각 등을 통해 1조 7,500억 달러(약 2,370조 원) 밸류에이션을 목표로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며, 오픈AI와 앤트로픽 역시 올해 IPO를 예고했습니다. 미국 CNBC의 간판 앵커인 짐 크레이머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짧은 기간 안에 5,000억 달러(약 675조 원)가 조달돼야 할 수도 있다"며 "알파벳처럼 주식을 파는 회사가 늘면 테크 섹터 전체에 압박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이 IPO 참여를 위해 유동성을 확보하려 대체자산을 정리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탐욕이 정점에 달한 지금, 시장은 정말 이 거대한 자금 조달 물결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03. "국가 안보 자산이 된 AI" 미·중 기술 냉전, 모델 검증 전쟁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2일 서명한 AI 행정명령은 표면적으론 규제 완화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본질은 다릅니다. 이 명령은 "첨단 AI 모델을 국가 안보 자산으로 본다"는 선언입니다. 명령의 핵심은 '보호 대상 프론티어 모델(covered frontier models)' 식별 체계 구축과, 기업과 연방기관 간 자발적 협력 강화입니다. 행정명령에 따라 재무부, 국가안보국(NSA),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CISA)이 공동 주도해 고도 사이버 능력을 가진 AI 모델에 대한 비밀 평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기업들은 모델 공개 전 최대 30일 동안 정부에 조기 접근 권한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 절차로 설계됐지만, 실질적으론 정부 검증을 받지 않으면 연방 조달·국방망·신뢰 파트너 지위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중국 AI 기업들입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인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창업자 출자를 포함해 500억 위안(약 7조 4,000억 원) 규모의 첫 외부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고 있으며, 텐센트와 CATL 등이 주요 외부 투자자로 참여합니다. 밸류에이션은 최대 590억 달러(약 79조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 검증 체계에 참여할 경우, 중국 데이터 보안법·국가 기밀법·기술 수출 통제법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참여하지 않으면 "백도어를 숨기거나 중국 정부와 연계됐다"는 의심을 받게 되고, 참여하면 미국 안보기관에 어떤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지 딜레마에 빠집니다. 트럼프 행정명령은 중국 기업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전략적 의도는 명확합니다. AI를 반도체·통신·핵심 광물과 같은 범주로 격상시켜, 시장 경쟁만으로는 맡길 수 없는 기술로 규정한 겁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AI 질서는 이중 트랙으로 갈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과 동맹국 모델은 정부 검증·조달·보안 협력으로 엮인 '신뢰 생태계'에 진입하고, 중국 모델은 데이터·영향력·검열·정치적 정렬을 중심으로 한 별도 심사 트랙을 거치게 됩니다. 특히 생성형 AI의 콘텐츠 통제 문제는 핵심 쟁점이 될 겁니다. 중국 생성형 AI 서비스는 국내 규정상 정치·이념적 콘텐츠 기준을 준수해야 하는데, 미국 당국은 이를 "중국 모델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는 증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민감한 정치 질문으로 모델을 테스트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데이터 유출이나 사이버 위험을 입증하지 않고도 중국 정부 영향력 아래 있다는 프레임을 씌울 수 있죠. 장기적으로 이는 단순히 누가 더 좋은 모델을 만드느냐의 경쟁이 아닙니다. 누가 표준을 정하고, 누가 신뢰받으며, 누가 시장 접근권을 얻고, 누구의 모델이 중요 시스템에서 안전하다고 인정받느냐를 가르는 싸움입니다.

전력 효율, IPO 쓰나미, 국가 안보 검증. 2026년 AI 시장은 기술 경쟁을 넘어 자본·에너지·지정학이 뒤엉킨 총력전 양상입니다. 탐욕이 공포로 바뀌는 순간은 언제든 올 수 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 건 단순히 '좋은 모델'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전력·자본·신뢰를 모두 확보한 기업이라는 것. 당신은 어느 쪽에 베팅하시겠습니까?


Deep Dive Q&A
Q1. AI 기업의 경쟁력이 모델 성능에서 '전력 효율'로 이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1.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문장을 쪼개 분석하는 단위인 '토큰' 처리에 천문학적인 전력이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퍼플렉시티나 미스트랄 등 글로벌 AI 리더들은 이제 '와트당 토큰 가치'를 핵심 생존 지표로 삼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모델이라도 전력 효율이 낮으면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력 확보와 효율성이 곧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전력 경제학' 시대로 접어든 것입니다.

Q2. 월가에서 경고하는 '5,000억 달러 자금 조달 압박'의 실체는 무엇이며,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2. 구글의 parent company인 알파벳이 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역사상 최대 규모인 800억 달러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을 필두로, SpaceX, OpenAI, Anthropic 등 초대형 테크 기업들의 IPO 및 대규모 자금 조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월가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막대한 유동성이 AI 섹터로 흡수되면서 기술주 전반에 밸류에이션 압박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최근 비트코인 등 대체자산의 급락 역시 투자자들이 이러한 거대 IPO에 참여하기 위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해석됩니다.

Q3.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AI 행정명령이 중국 AI 기업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딜레마를 주나요?

A3. 이번 행정명령은 빅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기 전 최대 30일 동안 미국 정부(NSA, CISA 등)에 자발적으로 모델을 제공해 안보 검증을 받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텐센트와 CATL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급성장 중인 중국의 딥시크(DeepSeek) 같은 기업들은 이 시스템에 참여하면 중국의 국가 기밀법·데이터 보안법을 위반하게 되고, 참여하지 않으면 미국 중심의 연방 조달 시장과 신뢰 생태계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양자택일의 딜레마에 직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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