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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찔렸어요" 울부짖는데 수갑 철컥…'인종 역차별' 파문에 영국 발칵 [스프]

심영구 기자

입력 : 2026.06.05 09:00|수정 : 2026.06.05 09:00

'헨리 노박 사건'이 촉발한 치안 불신


⚡ 스프 핵심요약

참극의 오판: 2025년 12월,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18세 대학생 헨리 노박이 칼에 찔렸으나,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의 거짓말을 믿고 치명상을 입은 노박에게 수갑을 채워 체포했습니다.

영국판 '투 티어 폴리싱' 격돌: 바디캠 영상 공개 후 보수·극우 진영은 "인종차별 프레임에 갇힌 이중 기준 치안"이라며 총공세를 폈고, 스타머 총리 등 정계 전체가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종교 예외의 허점: 가해자가 시크교 전통 칼(키르판) 소지 면제 조항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법적 재검토가 시작됐고, 종교·인종적 갈등이 얽힌 영국 사회의 균열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01. "나 찔렸어요" 계속 외쳤지만, 경찰은 가해자만 믿었다

사건은 2025년 12월 3일 밤 11시 30분, 영국 사우샘프턴 포츠우드 지역 벨몬트 로드에서 벌어졌습니다. 사우샘프턴대학교에서 회계·금융을 전공하던 18세 헨리 노박이 술자리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길이었죠. 그는 23세 시크교도 비크룸 디그와와 길에서 스쳐 지나가다 말다툼 끝에 21cm 길이의 칼에 찔렸습니다. 디그와는 시크교 신앙에 따른 칼 휴대 예외를 근거로 들었지만, 실제로 그가 범행에 사용한 칼은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작은 종교용 칼(키르판)보다 훨씬 큰 무기였고 옷 위에 칼집을 차고 다녔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디그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가 제 터번을 벗기고 인종차별적 욕설을 했습니다. 저를 때렸어요." 경찰은 디그와의 말을 곧이듣고, 바닥에 쓰러진 노박에게 다가갔습니다. 노박의 아버지 마크에 따르면, 바디캠 영상 속 노박은 "나 찔렸어요"라고 네 번 말했지만, 경찰은 "그런 것 같지 않은데"라고 답합니다. 노박은 "숨을 쉴 수 없어요"라고도 반복해서 호소했지만, 경찰은 그를 자갈밭 위로 끌고 가 손을 뒤로 묶어 수갑을 채웠습니다. 심지어 그를 폭행 혐의로 체포했죠.

경찰은 3분 뒤 노박이 반응이 없자 수갑을 풀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그는 다리와 심장에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고, 곧 사망했습니다. 그가 받은 대우와 디그와가 받은 대우의 차이는 매우 컸습니다. 법원에서 판사는 "노박이 얼마나 빨리 응급처치를 받았든, 그는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경찰의 초기 대응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노박의 아버지 마크는 법정 밖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헨리는 경찰 구금 상태에서 사우샘프턴 거리에서 죽어서는 안 됐습니다." 이 치명적인 초동 대처 미흡에 대해 영국 독립경찰조정청(IOPC)은 해당 출동 경찰관들을 상대로 징계 및 과실치사 혐의 등의 정식 감찰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02. "인종차별 프레임이 살인보다 중요했나" 정치권 격돌

바디캠 영상이 공개되자 영국 사회는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극우정당 개혁당(Reform UK)의 나이젤 패라지 대표는 즉각 성명을 냈습니다. "인종차별 혐의가 살인보다 더 중요하게 취급됐다. 이것이 바로 '투 티어 브리튼(two-tier Britain)', 즉 백인의 권리가 소수민족보다 덜 중요한 나라다." 그는 "순수한 냉정한 분노(pure cold rage)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백인의 생명도 흑인의 생명만큼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2020년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건 당시 "I can't breathe"를 외치며 숨진 흑인 남성의 죽음과 직접 비교하려는 의도였습니다.

보수당 당수 케미 배드녹도 가세했습니다. "경찰이 피부색을 보고 대응을 결정하고 있다.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 이후 들어온 훈련 때문"이라며 경찰 교육 시스템을 정면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패라지의 "분노" 발언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습니다. "우리는 변화를 원하지, 나이젤 패라지가 부추기는 분노는 필요 없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방송 인터뷰에서 "17세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영상을 보고 구역질이 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경찰에 대한 심각한 질문들이 있다. 인종차별 혐의가 의사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패라지의 발언에 대해서는 "분열을 조장하려는 시도는 완전히 잘못됐다. 유족은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일축했습니다.

내무장관 샤바나 마무드는 하원 연설에서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이 사건과 무관한 경찰관 한 명이 온라인에서 잘못 지목돼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이사를 갔다." 그는 "위험한 저류"가 흐르고 있다며 "잘못된 정보와 선동적 논평이 끔찍한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또한 "영국 경찰은 두려움이나 편애 없이 치안을 유지할 신성한 의무가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못박았습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사우샘프턴 법원에서 열린 재판 결과, 가해자 비크룸 디그와에게는 '종신형(최소 복역 기간 21년 지정)'이 선고됐습니다.

6월 2일 저녁, 사우샘프턴 경찰서 앞에는 250명가량의 시위대가 모였습니다. 극우 인사 토미 로빈슨도 그 자리에 있었고, 일부는 유니언잭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습니다. 경찰 40여 명이 건물 입구를 막아섰습니다. 영국 사회의 균열은 이제 거리로 번지고 있습니다.

03. "이건 시크교 문제가 아니다" 종교 면제 제도 재검토 수순

디그와가 사용한 칼은 시크교 신자들이 종교적 목적으로 휴대할 수 있는 '키르판'이라는 작고 휘어진 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21cm 길이의 훨씬 큰 무기를 차고 다녔고, 범행 직후 어머니 키란 카우르에게 이를 치워달라고 부탁하며 '샤스타르(shastar)', 즉 펀자브어로 '무기'라고 불렀습니다. 카우르는 범인 은닉 혐의로 기소됐고, 7월 17일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영국 형사사법법 제139조에 의거해 시크교도의 전통 단검 소지는 종교적 예외 사유로 인정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 면제 조항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습니다. 보수당 소속 햄프셔·와이트섬 경찰범죄위원 도나 존스는 이 사건을 "국가적 비극"이라 부르며,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 "종교적·의례적 목적으로 날붙이를 휴대하는 것에 대한 긴급 재검토"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또한 그는 경찰청 감찰국에 경찰 대응실의 문화와 성과, 칼 범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의 훈련 상태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시크교 커뮤니티는 즉각 선을 긋고 나섰습니다. 시크 연맹은 "디그와가 사용한 칼은 키르판이 아니다"라고 밝혔고, 시크 언론 협회는 "영국 내 모든 시크교도에게 키르판 규칙과 책임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계획이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BBC에 따르면, 사우샘프턴의 한 시크교 사원은 디그와의 과거 행동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그를 출입 금지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노박 살해 사건이 일어나기 훨씬 전의 일이었습니다.

디그와의 가족은 시크 언론 협회를 통해 성명을 냈습니다. "우리는 디그와를 사랑하고 앞으로도 그를 사랑할 것이지만 그 사랑이 노박 가족에 대한 슬픔과 대립하지 않는다. 둘 다 진실이며, 우리 평생 함께할 것이다." 그들은 또한 "아들의 행동으로 시크 커뮤니티가 부당하게 불명예를 입게 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이 비극이 어떤 커뮤니티에 대한 분열이나 적대감을 부추기는 데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법무장관실은 디그와의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다수의 요청"을 받고 '부당하게 가벼운 형량(ULS)' 제도에 따라 재검토에 착수했습니다. 법무장관은 선고일로부터 28일 이내에 항소법원에 형량 증가를 요청할지 결정할 예정입니다. 디그와의 아버지 모가 싱과 형 구르프리트도 집에 신축봉, 너클더스터, 접이식 칼, 검, 마체테 등 다수의 공격용 무기를 소지한 혐의로 법정에 나왔는데, 보석으로 석방됐습니다.


Deep Dive Q&A
Q1. 영국에서 시크교도의 칼(키르판) 소지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A1. 영국 형사사법법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의 무기 소지는 금지되지만, 시크교도의 '키르판(Kirpan)'은 종교적 의무 이행을 위한 예외로 인정됩니다. 다만 이는 종교적 상징물로서의 '작은 단검'에 한정됩니다. 이번 사건 가해자가 소지한 21cm 크기의 칼은 통상적인 키르판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살상용 무기(샤스타르)였기 때문에 법원에서 면제 조항을 적용받지 못하고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Q2. 이번 사건에서 극우·보수 진영이 주장하는 '투 티어 폴리싱(Two-tier policing)'이란 무슨 뜻인가요?

A2. 경찰이 공공질서를 유지할 때 집단의 특성(인종, 종교, 정치적 성향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이중 기준'을 적용한다는 불신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비판론자들은 경찰이 '인종차별 가해자'로 몰리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소수민족인 가해자의 거짓말을 맹신하고 진짜 백인 피해자를 과잉 진압했다고 지적합니다. 이 프레임이 자극되면서 단순 강력범죄가 인종·정치 갈등으로 번졌습니다.

Q3. 향후 가해자에 대한 형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나요?

A3. 네,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영국 법무장관실은 이번 '종신형(최소 복역 21년)' 처분이 범죄의 잔혹성과 경찰 기만 행위에 비해 너무 가볍다는 여론에 따라 '부당하게 가벼운 형량(ULS, Unduly Lenient Sentence)' 제도 개시를 검토 중입니다. 법무장관이 항소법원에 재심리를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최소 복역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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