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죽기를 기다렸습니다"…라오스 동굴 10일 생존의 기적, 남겨진 두 사람의 운명은 [스프]

입력 : 2026.06.02 15:04|수정 : 2026.06.02 15:04


⚡ 스프 핵심요약

10일 만의 생환: 라오스 중부 사얌분 주 동굴에서 금을 찾다 폭우로 갇힌 7명 중 5명이 구조됐으나, 2명은 실종 상태입니다.

배수가 생명 갈랐다: 구조 성공의 핵심은 영웅적 잠수가 아니라 며칠간의 배수 작업으로, 수위가 낮아지자 4명은 스스로 걸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카르스트 지형의 공포: 석회암 지하 통로 시스템은 짧은 강우에도 수위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비가 다시 오면서 본 입구가 재침수돼 마지막 2명 수색은 더욱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1. 서랍장만 한 통로, 시야 제로 - 구조대가 마주한 지옥

"이 수중 통로는 극도로 좁고, 몸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사실상 통과 불가능합니다. 서랍장만 한 공간을 상상해 보세요."

잠수대원 요시타카 이사지가 현장에서 전한 증언입니다. 라오스 중부 사얌분 주의 동굴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석회암이 빗물에 녹아 형성된 카르스트(karst) 지형 특유의 좁고 복잡한 지하 통로였습니다.

구조대는 동굴 입구에서 약 300미터 떨어진 지점까지 수십 미터 길이의 수중 통로를 통과해야 했습니다. 되돌아 나오는 것도 힘들었고, 진흙이 뒤섞인 물 때문에 "커피 속을 헤엄치는 것 같았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동굴 잠수사 조시 리처즈는 "점토와 진흙으로 된 벽이 특히 불안정해 물의 농도와 시야에 영향을 미쳤다"며 "사실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2. 금을 찾다 갇힌 7명

이들이 동굴에 들어간 건 생계 때문이었습니다. 라오스 산악 지역 주민들은 동굴 안에서 금이나 광물을 찾는 일이 잦았고, 당국이 반복해서 위험을 경고했지만 출입은 계속됐습니다. 2026년 5월 19일, 7명이 동굴에 들어갔습니다. 1명은 빠져나와 당국에 신고했으나, 나머지는 5월 20일 쏟아진 폭우로 출구가 완전히 막히면서 갇혔습니다.

카르스트 지형에서는 균열과 지하 통로를 따라 물이 일반 지표 유역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합니다. 미국 남플로리다대 연구에 따르면 카르스트 홍수는 "시간 규모가 짧고, 공간적으로 국지적이며, 지하 도관 상태에 따라 폭발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됩니다. 바깥에서는 "비가 좀 왔다" 수준이어도, 동굴 내부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통과 불가능한 길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3. "우리는 그냥 죽기를 기다렸습니다" - 5월 27일의 기적

구조대는 5월 27일 동굴 입구에서 약 300미터 떨어진 좁은 공간에서 5명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진흙투성이에 지쳐 있었고, 가슴 통증과 허기를 호소했습니다. 구조대가 촬영한 영상에는 헤드램프를 쓴 채 바위 위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일부는 안도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5월 30일 구조된 라엔은 국영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3일 동안 출구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희망이 없었어요. 잠수팀이 오지 않으면 살아남을 확률은 제로였습니다. 우리는 그냥 죽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는 또한 "물이 빠진 구간을 통해 나올 수 있었다"며 배수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4. 배수가 생명을 갈랐다 - 잠수보다 중요했던 펌프

구조의 핵심은 잠수가 아니라 배수였습니다. 구조대는 며칠간 펌프로 물을 빼냈고, 수위가 충분히 낮아지자 5월 29일 첫 번째 남성이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왔습니다. 이어 5월 30일 오후 3시 10분, 나머지 4명은 스스로 걸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 잠수사 리 키안 리는 "물이 낮아진 구간을 통해 그들이 직접 걸어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영웅적 잠수"의 문제가 아니라, 배수·식량 및 의약품 공급·환자 상태 안정화·지형 정보 확보를 동시에 수행한 조직적인 작전이었습니다. 미국 국립동굴구조위원회(NCRC)는 동굴 구조를 "지하 환경 이해, 환자 관리, 탈출 이송, 통신, 조직 관리가 결합된 복합 작전"으로 정의합니다. 라오스 사례는 이 정의를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5. 보온포와 산소마스크 - 저체온이 가장 큰 적

구조 직후 영상에는 모든 생존자가 은박 보온포에 싸여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채 들것에 실려 나오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이는 단순한 응급처치 관행이 아니라, 동굴 구조에서 매우 타당한 선택입니다. 물에 젖은 채 어둡고 차가운 환경에 열흘 동안 노출되면 저체온, 탈수, 저혈당, 탈진, 감염 위험, 호흡기 문제가 겹칠 수 있습니다.

2018년 태국 탐루앙 동굴 구조 사례를 다룬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 보고서는 "저체온 관리가 첫날 핵심 문제로 확인되어 'ABC+H(기도, 호흡, 순환 + 저체온)' 프로토콜이 정립됐다"고 설명합니다. 야외 응급의학 리뷰는 구조용 보온포가 "대류·전도·증발·복사에 의한 열손실을 줄여 저체온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라오스 현장의 보온포는 "보여주기식 장면"이 아니라 환자 안정화의 기본 장비였던 것입니다.

6. 생존자 증언이 전략을 바꿨다 - "더 깊은 곳에 두 명이 있습니다"

구조된 5명은 병원 침대에 나란히 누워 치료를 받으면서도 구조대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5월 29일 먼저 구조된 메우드는 "마지막 2명이 자신보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살아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을 받자 "거기는 너무 추워서 걱정된다"고 답했습니다.

구조단체는 "생존자들로부터 얻은 동굴 시스템 정보가 상당히 중요하며, 남은 2명을 위한 수색 계획 준비에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증언은 단순한 후일담이 아니라 실제 수색 전략을 바꾸는 핵심 정보였습니다. 구조대는 이미 수색한 경로를 반복하는 대신, 미탐색 균열, 우회 건식 통로, 상부 에어샤프트를 포함한 3차원 탐색으로 전환했습니다.

7. 펌프 고장, 재강우, 재침수 - "구조는 끝나지 않았다"

6월 1일 AP 보도에 따르면 구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5명을 구조한 직후, 다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본 입구가 재침수됐고, 배수펌프 하나가 고장 났습니다. 요시타카 이사지는 "토요일 구조 작전에 사용된 통로가 현재 배수펌프 고장으로 통과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라오스 구조단체는 "폭우로 인해 동굴 입구로 물이 흘러들어 수색 작전이 일시 중단됐다가 재개됐다"고 밝혔습니다.

구조대는 본 경로 대신 대체 통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핀란드 잠수사 미코 파시가 속한 팀은 반대편에서 마른 통로를 탐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파시는 "수위를 더 낮출 수 있으면 의심 구역으로 재진입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즉, 남은 2명의 수색은 앞선 5명 구조보다 더 위험하고, 더 불확실한 상황에 접어든 것입니다.

8. 2018년 태국 탐루앙과 뭐가 다른가 - 마취 이송은 없었다

많은 기사가 이번 사건을 2018년 태국 탐루앙 유소년 축구팀 구조와 비교합니다. 실제로 당시 참여했던 국제 잠수 인력 일부가 라오스에도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두 사건의 구조 방식은 달랐습니다. 탐루앙에서는 비전문 잠수자인 아이들을 전신마취 상태로 만들어 장거리 수중 이송했습니다. 극도로 예외적이고 윤리적 부담이 큰 결정이었습니다.

반면 라오스에서는 수위를 낮춰 자력 보행 탈출을 유도하는 방식이 중심이었습니다. 관련 논문들은 탐루앙 구조가 "전신마취 상태의 비숙련자를 장거리 침수 구간으로 이송하는 전례 없는 방법"이었다고 평가합니다. 따라서 탐루앙은 "의료 중심 극한 작전", 라오스는 "배수 중심 지형 우회 작전"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Deep Dive Q&A
Q1. 왜 우기에 동굴에 들어갔을까요?

A1. 이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구조적 문제입니다. 라오스 산악 지역 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동굴 안에서 금이나 광물을 찾는 일이 잦았고, 당국이 반복해서 위험을 경고했지만 출입 통제나 우기 경보 체계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동남아가 "홍수·돌발홍수·산사태에 특히 취약한 지역"이라고 설명하며, 플래시 플러드는 특히 강한 강우와 이미 포화된 토양 상태가 맞물릴 때 예측이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이번 사건은 기후위험, 비공식 자원 채취, 재난 대응 역량이 만나는 지점에서 일어난 비극입니다.

Q2. 마지막 2명을 찾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A2. 현재로서는 불확실합니다.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마지막 2명은 더 깊은 곳, 더 좁고 더 침수된 구간에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게다가 구조대는 이미 재강우와 장비 고장을 겪었습니다. 핀란드 잠수사 미코 파시는 "남은 탐색 공간이 많지 않다"며 "이미 터널 시스템의 약 95%를 수색했다"고 밝혔습니다. 후속 수색은 시간 경과뿐 아니라 구조대 자체의 위험도 커지는 단계입니다.

Q3. 이 사건이 한국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요?

A3. 한국도 카르스트 지형이 일부 존재하며, 우기·태풍 시즌에 산악 지역 재난 위험이 높아집니다. 이번 사건은 "발견"과 "추출"이 전혀 다른 단계임을 보여줍니다. 초기 생존은 내부에 일시적으로 버틸 수 있는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고, 실제 구조 성공은 수위를 낮춰 통과 가능성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체온 관리, 다국적 협력, 배수 장비 준비 등 복합 기술재난 대응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확인시켜 줍니다. 탐루앙의 교훈처럼, 성공의 핵심은 초인적 용기만이 아니라 의료·잠수·지휘·보온·프로토콜의 결합입니다.
SBS 뉴스